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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이라 외치는 마취의 순간을 사랑해 마지 않는 뤽베송 감독이 15년 만에 액션 영화를 완성했다. 인간의 뇌와 지성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좀 다른 액션 영화 <루시>로 말이다. 

때리고 부수는 액션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묘안으로 인간의 뇌에 대한 지적인 탐구를 조합해 그에 부합하는 아트적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뤽 베송다운 연출이다. 이렇게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는 자들의 머리 속을 시원하게 헤집는 <루시>가 개봉을 알린다. 자신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이 영화와 함께 뤽 베송 감독도 한국을 찾았다.

2011년 <더 레이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3년 만이다. 그가 15년 만에 선보인 액션 영화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마약왕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몸 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이 강제로 주입된 채 다른 운반책들과 같이 끌려가다 갑작스런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몸 속 약물이 체내로 퍼지게 되면서 뇌사용량이 수직 상승하게 된 루시의 이야기가 스피디하고 아트적인 액션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를 언급할 때 <루시>와 <명량>으로 북미와 한국에서 동시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배우 최민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뤽 베송 감독이 한국에 와서 두 시간여 동안 <루시>에 관해 성의를 다해 설명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작품도 흥미로웠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 대한 확신에 차서 설명하는 뤽 베송 감독의 모습에 마음이 절로 움직였다고 말이다. 최민식의 말처럼 뤽베송은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다.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픈 마음을 가득 담아 인터뷰하는 모습에서도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지적인 성찰이 인상적이다. <루시> 시나리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10년 전쯤 저녁 식사자리에서 암세포를 연구하는 영국의 한 여성 학자를 만나서 착안한 이야기이다. 그런 자리에서 대개 나의 옆자리엔 누군가가 추천하는 배우 지망생이 앉아 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 달랐고 암세포에 대해 그녀와 나눈 이야기에 매료되어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뇌의 2% 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영화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웃음)

시나리오 완성 후 10년 만에 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예전에 만들었다면 완성도가 좋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건 마치 아기를 출산하는 것과 같아서 사랑하고 아끼려고 한다. 결국 그래서 나는 이상한 영화만 만들어 왔다.(웃음) 할리우드에서 만들듯 기계적으로 영화를 못 만들고, ‘만드는 법’ 같은 건 모른다. 사랑할 줄은 안다. 중매결혼은 싫어하고 연애결혼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거다.

루시를 돕게 되는 경찰 델리오 역의 아므르 웨이키드는 당신이 ‘잘못한 것과 잘한 것 사이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법이 없다’라 극찬했다. 현장에서 작업 방식은 어떤가? 

나는 배우들과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액션’이라고 외치는 것은 배우들에게 마취제와 같은 것이다. ‘액션’, 그리고 ‘컷’이라고 말하는 순간, 배우는 마취되어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흐름을 중간에 끊지 않고 배우들이 처한 그 상황에서 최대한을 얻어내길 원한다. 그들에게 ‘액션’이 외쳐졌을 때 그 긴장감을 다시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루시>는 여느 액션 영화는 다른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난 나이 50이 넘었고 좀 더 까다로워졌다. 정말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라도 30분 후엔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누가 악당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영화에 철학, 재미 등을 담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고, 그게 가능한지 실험하게 된 영화가 <루시>다.

최민식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최민식은 예전부터 존경하던 배우다. 만약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면 아마 죽였을(?) 거다.(웃음) 미스터 ‘장’역으로 국적은 상관없었지만 동양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래야 금발머리인 스칼렛 요한슨과 대조를 잘 이룰 것 같아서다. 현장에서 최민식은 한 장면을 촬영할 때 만족하지 않고, 계속 다른 버전으로 가자고 자주 제안했다. 감독으로서 이런 배우가 정말 좋다. 도움이 되고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계속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면 하나의 종이와 볼펜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유명하든, 가난하든, 부자든 상관없이 아침이 되면 모두 평등해진다. 나는 이런 식의 도전이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이 건강한 모습인 것 같다. 뛰는 것도 똑같다. 한번 승리한다고 또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동력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출은 좀 다르다. 영화는 2~3년 같이해야 하기에 그 영화를 정말 사랑해야 한다.

한국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몇 년 전부터 액션에 스릴러, 그리고 철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겸비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했고 그 결과 <루시>가 탄생했다. 어린아이부터 부모세대까지 모두 다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와 정말 대단한데. 인간의 뇌와 지성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라고 생각하고 또한 그것에 대해 더 알아보기를 바란다.

Filmography  연출 <더 레이디> 2011, <잔 다르크> 1999, <제 5원소> 1977, <니키다> 1990, <그랑블루> 1988 외 다수.

제작 <테이큰2> 2012, <콜롬비아나> 2011, <프롬 파리 위드 러브> 2010, <13구역: 얼티메이텀> 2009, <트렌스포터: 라스트 미션> 2008, <테이큰> 2008, <택시4> 2007 외 다수.

Awards  2012 더반 국제 영화제 감독상 <더 레이디>

2000 뤼미에르 어워즈 작품상, 감독상 <잔 다르크>

1988년 세자르 영화제 감독상 <제5원소>

1988년 뤼미에르 어워즈 감독상 <제 5원소>

1989년 프랑스 국립 영화 아카데미 작품상 <그랑블루>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