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양한 구조를 지닌 파빌리온

세계적인 리조트그룹인 ‘아만(Aman)’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조트 개척 기업이다. 지난달 아만노이 베트남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나트랑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미니 버스로 이동했는데, 버스 안에서 간헐적으로 느꼈던, 오~ 이 먼 곳까지 왜 가야하지? 라는 생각은 리조트에 도착하자 마자, 와! 이래서 여기까지 부릉부릉 오는 것이군, 으로 바뀌고 말았다.

멀고 먼 아만노이 가는 길

여행에 편식이란 있을 수 없다. 볼 수 있는 한, 힘 닿는 한, 돈 되는 한 지구별 탐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오지 탐험이든 두바이 7성급 호텔 투어 등 가릴 이유가 없다. 나는 지금 하노이행 베트남에어라인 43K좌석에 앉아있다. 급작스러운 여행길이다. 출장 다녀온지 사나흘 만에 또 다시 배낭을 꾸린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안받은 여행지가 베트남 ‘아만노이’라는 말에, ‘나 요즘 한가해요~’라는 대답과 함께 헐레벌떡 짐을 챙겼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만’은 판타지다. 여행업계에서는 그들을 ‘리조트 개척자’라고 부른다. ‘아만이 가면 세계 리조트계의 상위 A, B, C도 들어간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다. 베트남 아만노이 역시 그 어떤 리조트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어떤 낯섦이, 어떤 풍경이, 어떤 서비스가 벌어지고 있을까?

인천공항을 이륙한 베트남에어라인 VN417편은 6시간(2시간은 시차) 만에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창 신공항 건설이 진행 중인 곳으로 VN417이 착륙한 곳은 앞으로 구공항이 될 오래된 시설이었다. 계류장 없이 비행기 앞문을 통해 나가 계단을 내려가니 터미널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입국심사대에는 군복 차림의 직원들이 앉아 있었는데, 다소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심사는 간단히 끝이 났다. 국내선 청사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나트랑행 항공권을 받고 간단한 통과 절차를 밟은 뒤 탑승지역으로 들어가자 마자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스낵으로 향했다. 계획하지 않았던, 그냥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주문하고 나서야 ‘내가 뭐에 홀렸나?’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현지의 베트남쌀국수는 한국에서 파는 뉴욕스타일의 베트남 쌀국수와 달리 국물이 심심하고 면은 납작한 중면이었다. 고수와 고추는 작은 접시에 따로 나왔는데, 그걸 넣어먹는 사람은 한국인인 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마주친 베트남 사람들의 온화한 미소와 다소 수줍은, 그러나 당당한 얼굴에서 젠스타일의 베트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섯 시간 뒤에 나트랑행 국내선에 올랐다. 날렵한 제트기였다. 나트랑행 비행기가 운항 고도에 올라서자 기내식이 나왔다. 간단한 샌드위치였다. 한 시간 남짓한 비행에 기내식이라니! 정성이 갸륵해 한 점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웠다.

신선이 된 느낌, 나만 그런가?

아만노이는 나트랑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다. 공항 지역을 벗어나 30분 쯤 달리자 ‘누이죠아(Nui Chua) 국립공원’이 시작된다. 이 국립공원은 베트남의 제2도시인 호치민시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산과 숲과 해양 지역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 공원이다. 숲은 마치 지리산처럼 넓고 깊으며 원시시대부터 이어온 곶들이 해안선에 삐죽삐죽 튀어나와 경관을 아름답게 해 주고 있다.

최근에 건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해안 도로에서는 소떼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소들은 자동차를 보아도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는다. 그냥 자기 가던 길을 갈 뿐이다. 경적이라도 울리면 크고 날카로운 뿔로 자동차를 들이받을 태세다. ‘이길은 원래 우리의 초원이었다고!’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만노이의 정문은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로 소박했다. 로비 입구에 도착하니 긴 계단 초입에 직원 몇 사람이 나와 있다. 리조트에 도착한 인원과 같은 수다. 그들은 각각 여행자 한 사람의 ‘안내 담당’이 되어 리조트의 개괄적인 이용법을 설명해준 뒤 전동 무음차에 태우고 파빌리온에 함께 들어가 용품 안내와 이용법을 설명해 준다. 이런 방식의 접견 서비스는 요즘 특급 호텔의 경향이기도 하다. 손님에게 방 키나 주고 끝내는 게 아닌,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 줌으로써 머무는 동안 ‘자기집’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다.

적지 않은 계단을 걸어 로비로 올라갔다. 로비 창에서는 숲이 잘 보였다. 숲 가운데 듬성듬성 파빌리온 지붕이 드러나 있다. ‘정원 건축물’ 또는 ‘크고 화려한 천막’이라는 뜻의 파빌리온은 ‘객실-사실은 집’을 뜻하는 아만노이식 표현법이다. 로비에서 다시 계단을 오르면 센트럴 파빌리온 레스토랑이 나온다.

레스토랑은 테라스로 연결되어 높고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로는 깊은 숲이 이어지고 있고 먼 곳에는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눈부신 바다가, 그리고 산능선에서 바다로 달려가다 멈춘 곶들이 마치 공룡 발등같은 모습으로 바다에 연해 있다. 이곳에 서 보니 내가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다. 신선이 별건가, 높고 깊은 숲에서 거칠 것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어내면 그게 신선 아니던가.

아만노이의 첫인상은 그랬다.

무엇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한 디테일

‘아만노이’에는 31곳의 파빌리온이 있다. 그리고 그 파빌리온은 단독 파빌리온과 3~5곳의 파빌리온을 ‘빌라’로 묶는, 두 가지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독 파빌리온은 숲 속에 있는 파빌리온,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는 오션 파빌리온, 풀이 있는 풀 파빌리온, 바다가 보이며 풀도 있는 오션 풀 파빌리온으로 다시 나뉜다. 빌라는 파빌리온 몇 동이 띄엄띄엄하게 위치해서 서로의 내밀한 부분을 알 수 없게 했다.

‘바비큐 파빌리온’과, 함께 와인 마시며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심지어 회사에서 싸온 업무도 가능한 라이브러리이자 미팅룸 역할도 하는 ‘리빙룸’과 풀을 갖췄다. 그 빌라는 다시 3베드룸, 4베드름, 5베드룸, 그리고 5베드룸이자 비치와 가장 가까운 비치빌라로 세분화 된다. 파빌리온은 연인이나 부부가 머물기 좋은 곳이다. 밤이 내리면 이 우주에 오직 두 사람만 있는 것 같은 황홀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빌라는 절친 커플들의 단체 투어, 가족 친지의 특별한 여행이나 결혼식, 기업의 팀 투어 등에 적합해 보인다. 각자의 파빌리온에 들어가 휴식하고 심신이 원하면 풀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기고 약속 시간에 리빙룸에 모여 즐거운 이야기 나누다 바비큐 공간으로 나가 아만노이 직원이 서비스 해주는 바비큐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파빌리온은 뜻 그대로 자연과 함께 하는 정원 건축물 형태다. 베트남 전통 가옥의 형태에 모더니즘을 입혔다고 보면 된다. 내 눈에는 전형적인 젠 스타일로 보였다. 파빌리온 실내로 들어가면 중앙에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한쪽에는 슈퍼사이즈 침대와 책상, 미니바가 있다. 테이블에는 ‘웰컴 레터’와 과일, 차가 준비되어 있고 미니바에 비치된 차는 기본이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다.

도구, 소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확실히 높았다. 침대의 소재는 촘촘한 순면과 린넨이 대부분이다. 면과 린넨의 광팬인 나로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목욕 가운도 예술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5백수 순면으로 보이는 목욕 가운은, 그저 걸치기만 해도 행복해 질 정도다. 침대 매트리스에는 스웨덴산 덕시아나가 찍혀있다.

덕시아나는 스웨덴 브랜드로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의 121개 스위트룸에 깔린 뒤 ‘부자들의 꿈의 매트리스’ 대열에 오른 하이엔드 침구다. 가격이 2000만원을 호가한다. ‘앞으로 10시간 동안 잠만 잘까?’라는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아만노이에서의 잠자리는 긴 숙면과 가뿐한 아침의 연속이었다. 여러가지 요인 가운데 덕시아나 효과가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바닷가 쪽에는 미닫이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옷장과 욕조,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 욕조는 크고 단순하며 마사지 등 스파 기능이 별도로 부착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욕조일 뿐인 것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극강의 미니멀리즘으로 표현되어 있다. 밋밋한 벽과 수전이 시설의 전부다. 옷장에는 가운과 숄더백, 모자, 슬리퍼, 어댑터 등 여행자에게 당장 필요한 소품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가운은 센트럴 파빌리온 옆에 있는 숍에서 구입할 수 있고 일부 소품은 직원에게 문의한 후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된다.

아만노이 푸즈스타일

아만노이의 숙박료에는 조식이 포함되지 않는다. 하이엔드급 호텔 리조트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총주방장과 수십 명의 셰프로부터 세상의 모든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기본적인 메뉴는 물론 식재 수급만 가능하다면 손님이 원하는 어떤 음식도 만들어 준다. 아만노이에는 두 곳의 레스토랑이 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올라갔던 센트럴 파빌리온에 한 곳, 그리고 비치클럽 레스토랑이 그곳들이다. 파빌리온에서 레스토랑에 갈 때 역시 구내 전화로 직원을 불러 전동차를 이용하면 된다.

아만노이에서의 스파와 요가

피트니스룸은 필라테스 스튜디오, 요가 파빌리온, 스파, 테라피룸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는 마사지 테라피와 요가에 참여했다. 마사지는 베트남 전통 방법으로 해 주는데, 시작 10분만에 깊은 잠에 빠져버린 아득한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요가. 요가 뿐 아니라 테라피 전문가인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동작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근육들을 풀어줌은 물론 마음에 쌓여있던 분노까지 호흡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어려운 동작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신음 소리 때문에 수행 분위기를 개그 모드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아만노이에서의 요가가 특별했던 것은 요가 파빌리온을 감싸고 있는 국립공원의 경관과 호수, 그리고 자연스럽게 뿜어져나오는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요가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수행이니 순서와 방법을 집중해서 익히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피트니스룸에는 헤어살롱과 아만의 뛰어난 경쟁력 가운데 하나인 스파 제품과 화장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아만노이는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다. 시간도, 생각도, 행동도 멈춰진 느낌이다. 그것은 파빌리온들의 거의 완벽한 은둔성과 전동차와 직원 도움 없이는 혼자 산책하기도 쉽지 않은 리조트 동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한다면 뜨거운 땀을 흘릴 수 있는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첫째는 비치클럽에서의 해양스포츠다. 비치클럽은 아만노이와 붙어있는 빈히베이에 있다. 길이 40m의 풀이 있고 비치에 나가면 카약, 호비캣 세일링,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코스도 있다. 그러나 그곳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하므로 간편한 워킹을 원한다면 아만노이 직원에게 가까운 코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리조트 팁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하루에 두 번 파빌리온 청소도 해주고, 전동차 운전에 바비큐 파티 때 조리와 서빙까지 해주는 아만노이 직원들에게 팁을 드리는 것은 지당한 미덕이다. 팁의 규모는 정해진 게 없다. 단, 이리저리 들은 바에 의하면 전동차 운전의 경우 1~2달러, 리조트 이용 안내까지 해주는 경우 3~5달러, 하루에 두 번 청소해 주는 직원에게는 매일 5달러 정도면 적당하다.

밤중에 바비큐 파티를 할 경우 조리사와 홀서버에게 각각 10~20달러 수준은 주는 게 무난하다. 물론 그들은 결코 팁을 요구하지 않으며 깜빡 잊고 주지 않아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사지의 경우는 받은 사람의 만족도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인데, 인심 좋은 사람은 20~50달러, 야박한 손님은 10달러 정도 선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화폐 가치가 낮은 편이라 베트남 돈인 ‘동’을 바꿔 갈 경우 부피가 커지고 계산도 복잡해지니 그냥 달러나 유로화를 이용하는 게 서로 편안하다.

아만노이 항공편

매주 목요일(3박5일)과 일요일(4박6일) 대한항공 인천 – 나트랑 직항

매일 베트남에어라인 인천 – 하노이 주 3회, 인천 – 호치민 주 5회 – 나트랑

아만노이 숙박비(아만 공식 홈페이지)

Pavilion 900달러 / Ocean Pavilion 1100달러

Pool Pavilion 1200달러 / Ocean Pool Pavilion 1400달러

Villa (3 Bedroom) 4500달러 / Villa (4 Bedroom) 6000달러

Villa (5 Bedroom) 7500달러 / Beach Villa (5 Bedroom) 9000달러

아만노이 프로모션 예약

아만노이는 에이투어스에서 확보하고 있는 프로모션 상품을 통해 정규 가격을 조정한 금액으로 여행할 수 있다. 여행 형식은 ‘에어텔’로 여행사에서는 아만노이 할인금액과 항공권 예약을 서비스하며, 여행은 여행자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 출발 시각 세 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나가 예약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여권을 제시하면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 전세기의 경우 인천에서 나트랑까지 직항으로 운행하므로 환승의 불편함이 없다. 나트랑 공항에 도착하면 여행자의 이름이 적힌 피킷을 든 아만노이 직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나트랑 공항에서 아만노이까지의 교통편은 아만노이에서 제공하는 SUV와 기사가 해결해 준다. 문의 에이투어스 02-572-2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