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문제는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꽉 막혀 몸살을 앓는다는 것. 가다 서다가 반복되면서 불쾌지수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럴 땐 휴게소에 들러 잠깐 기분 전환하는 것이 최고다. 출발을 한 템포 늦추다 보면 의외로 쉽게 정체가 풀릴 때도 있다. 어디 편히 쉬었다 갈 휴게소 없을까.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손님모시기 경쟁에 안간힘이다. 화장실을 고급스럽게 꾸미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시설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 물처럼 순식간에 흘러가는 운전자들의 발걸음을 잡아당기기 위해서다.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운전자들의 발걸음은 수익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대부분 건물들이 산속 한가운데 덜렁 들어섰는데 사람 발길이 뜸하다면 얼마나 적막하겠어요. 운용사는 물론 입주업체로서는 고통의 시간이겠지요.” 용인휴게소 강릉방면 정현태 소장의 말이다.

모처럼 떠난 주말 가족여행. 극심한 도로정체로 몸과 마음이 지친 운전자들에게 휴게소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잠깐 들러 음식을 먹거나 이색체험, 각종 전시회 등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리고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위에서 부터)최영란 작 ‘행복한 시간’, 최영란 작 ‘생의 정원’, 경부선 금강휴게소 테라스

최영란 작가 휴게소서 첫 전시회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테라스가 돋보인다. 이 곳 슬로건은 ‘당신의 기분 좋은 휴식’이다. 특히 금강자전거길 투어와 낚시체험을 원할 경우 자전거와 낚싯대를 무료로 빌려주므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것이 좋다. 이 정도면 잠깐 들르는 휴게공간이 아니라 관광지나 다름없다.

잔잔한 일몰을 구경하고 싶다면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서해대교 아래 펼쳐지는 낙조는 덤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에 위치하고 있는 휴게소로 생생한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연인 또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차량 160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도 자랑거리다.

영동고속도로 용인(강릉방향)휴게소에서는 중견 서양화가 최영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 휴게소를 운영하는 우림건설은 최근 ‘갤러리 우림’ 시설공사를 끝내고 10월 22일 개막전시회에 최영란 작가를 초대한 것.

꿈꾸는 듯한 분위기의 독특한 질감이 특징으로 사랑과 꿈, 낭만의 대명사격인 최 작가 제품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걸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는 11월 11일까지 20일간 계속된다. 갤러리 우림은 이번 전시회 외에도 어린이와 청소년,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체험장을 마련, 휴게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해휴게소 화장실에서도 바다 조망

한편 경부고속도로 천안(부산방향)휴게소는 유관순 열사 생가와 병천 아우내 장터가 인접한 곳이다. 지리적 특성을 살려 충절을 테마로 한 태극기무궁화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 교육에 알맞다. 통도사(부산방향)휴게소 역시 인근 영축산을 테마로 세계 명산과 각종 산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영축산 약수로 만든 ‘영축산 산채비빔밥’도 판매,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횡성(서창방향)휴게소에서는 형형색색의 가을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는 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해 모두 12종, 약 9000주에 달하는 다양한 나무가 조성돼 있다. 따라서 피톤치드 가득한 삼림욕을 즐기며 운전 중 쌓인 피로를 한방에 풀 수 있는 곳이다.

이 가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구경은 어떨까.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렁이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이 외에 노고단과 섬진강 줄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황전(전주방향)휴게소, 춘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춘천(부산방향)휴게소, 마이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진안(양방향)휴게소 등이 있다. 가을 볕이 포근히 내린 날, 오래 머물고 싶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전국에 널려있다.

‘갤러리 우림’ 오픈 용인휴게소 정현태 소장

“휴게소에서도 유명작가 만날 수 있어요”

용인휴게소 경쟁력이 궁금합니다. 

청결이 최대 자랑이지요. 된장을 직접 담가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웰빙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요. 벌써 5년이 지났군요. 그 때문인지 우리콩된장찌개와 현미돌솥된장비빔밥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입니다.

‘갤러리 우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유명 예술품과 고객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잠깐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지만 평소 볼 수 없는 중견작가의 작품 감상이 가능하지요.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공간입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점도 많았지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손해가 큽니다. 아무래도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술관 공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제안을 받은 후 검토하는 데만 1년 이상 소요됐습니다. 그만큼 결정이 어려웠다는 의미겠지요.

향후 전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11월 중순부터 최영진 사진작가 초대전과 미술이해하기 작은 그림전, 젊은 작가 초대전 등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젊은 작가 데뷔는 물론, 전통 공예 도자기전이나 새해맞이 가족사진전, 어린이 미술 초대전과 같이 일반인 참여도 유도해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