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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의 음식의 유래와 역사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푸드 히스토리아’를 연재합니다. 매일경제 기자 출신의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는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음식잡학사전’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등의 책을 펴냈습니다.
 연말은 기업체 인사철이다. 월급과 승진 빼면 남는 것 없다는 직장인을 울고 웃게 만드는 시기다.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 승진부터 아래로는 평사원 꼬리를 떼는 첫 승진인 대리 진급까지 올해도 적지 않은 직장인이 승진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축하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격려와 인사를 받은 만큼 자축연을 열어 주변에 한턱 쏘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승진 자축 잔치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 엉뚱한 소리 같겠지만 꼬리곰탕이 좋다. 아니면 꼬리찜도 어울린다. 7세기 후반, 당나라 때 승진을 자축하는 소미연(燒尾宴)이라는 잔치가 유행했다. 한자로 태울 소(燒), 꼬리 미(尾)자를 썼으니 풀이하면 꼬리를 태우는 잔치라는 뜻이다. 소미연은 측천무후 때 위거원이 재상으로 승진하자 황제와 동료 대신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자축연을 열었던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선비가 장원급제하거나 승진하면 동료와 친지를 불러 잔치를 여는 것이 유행했는데 사람들이 이 잔치를 소미연이라고 불렀다. 꼬리가 승진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승진 자축연을 소미연이라고 부른 것일까? 등용문(登龍門)의 전설 때문이다. 용문은 지금의 중국 산시성 롱먼현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을 흐르는 황하의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 잉어들이 헤엄쳐 거슬러 올라가려 해도 떠밀리기만 반복할 뿐 관문을 뛰어넘는 데 성공하는 잉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집요한 노력 끝에 거친 물살을 헤치고 용문을 통과하는 순간, 잉어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쳐 잉어의 꼬리를 태워 없앤다. 꼬리가 다 타지 않아 잉어였을 때 흔적이 남으면 이무기가 돼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승진 자축 잔치를 꼬리를 태우는 잔치라는 뜻의 소미연이라고 이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진급을 해서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앉았으면 용이 돼 승천한 잉어가 꼬리를 태워 과거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우는 것처럼 새로운 자리에 알맞게 행동하고 처신하라는 뜻이다. 지위가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행동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리급 임원, 주사급 장관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라는 의미다. 꼬리를 잘못 태워도 문제다. 소미연의 진정한 의미는 계급이 높아졌으니 졸병 시절 행태를 버리라는 뜻인데 반대로 무게만 잡다 자칫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사실, 소미연의 유행은 한 세대를 넘지 못했다. 승진했으니 새롭게 거듭나라는 의미의 잔치가 윗사람에게 아첨하고 세력을 과시하는 초호화 잔치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양에서 꼬리는 제왕의 음식이다. 당나라 현종과 연산군은 귀하다는 사슴꼬리를 즐겨 먹었고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연 영조는 소꼬리찜을 좋아했다. 정순왕후와의 혼인 잔치 때 소꼬리 요리를 준비했을 정도다. 서양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며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이젠하워가 소꼬리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서양에서 꼬리곰탕인 소꼬리수프(oxtail soup)는 하찮은 음식이었기에 병사에게 질리도록 공급됐다. 그런데 연합군 최고사령관이 일선의 사병과 똑같이 소꼬리수프를 먹는다는 사실에서 병사들은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진한 전우애를 느꼈다고 한다. 소꼬리수프 하나로 ‘장수는 병사와 함께하며 같은 맛을 느끼고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함께해야 한다’는 동양 병법서 삼략(三略)의 승전 조건을 실천한 것이다. 그 덕분이었는지 아이젠하워는 종전 후 미국 제3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승진한 사람에게 꼬리곰탕을 먹으며 꼬리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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