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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입맛따라 올몰트 맥주, 와인 ‘인기’ 독주 기피에 소주·위스키 등 고도주는 ‘울상’ 하루 33만병, 1초당 4병. 롯데 클라우드 맥주가 팔린 양이다. 주류업계에서 올해는 ‘클라우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지난 4월 출시된 후 6개월 만에 6000만병(330㎖ 기준)을 팔아치우며 하이트진로와 OB맥주가 80년 넘게 양강 체제를 이뤄온 국내 맥주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클라우드의 성공 비결은 ‘올몰트 맥주’다. 맥아(발효 보리)에 전분, 쌀, 옥수수 등 다른 재료를 섞는 일반 맥주와 달리 100% 맥아만으로 만들어 훨씬 진한 맛을 낸 게 주효했다. 청량하지만 밍밍한 맥주 맛에 질린 소비자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 이뿐 아니다. 수입맥주의 국내 반입량도 지난 10년간 660% 증가하며 맥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도수 낮춰 살아남은 ‘골든블루’ 맛 차별화로 성공한 ‘싱글몰트’ 매경이코노미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뚜렷이 감지된다. ‘맥주를 선택할 때 맛을 가장 고려한다’ ‘제품별 맥주 맛의 차이를 느낀다’는 응답이 각각 77%, 72.6%로 압도적이다. 경쟁업체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 1위인 OB맥주는 한때 70%에 육박했던 카스 점유율이 50% 초반으로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하이트진로도 맥주 판매 부진으로 올 3분기 매출 5041억원과 영업이익 37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7%, 6.8% 감소했다. 클라우드 못지않게 올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곳은 와인업계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수입된 와인은 2010년 1억1245만달러(약 1243억원)에서 지난해 1억7184만달러(약 1900억원)로 50%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10월 말까지 1억5000만달러(약 1650억원)어치가 수입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그간 ‘맛있지만 비싸고 어려운 술’로 치부되던 와인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스파클링 와인의 선전이다. 2003년 전체 와인 수입량의 3.4%에 불과했던 스파클링 비중이 지난해 13%로 10년 새 4배가량 늘었다. 반면 한때 80%가 넘었던 레드와인은 지난해 72.8%로 주춤하는 추세다.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주류 시장에서도 ‘여풍(女風)’이 상당해진 결과로 받아들인다. 와인, 그중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매경이코노미 설문조사에서도 ‘선호하는 술’로 와인을 꼽은 응답자 비중은 여성(25.9%)이 남성(7.8%)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가장 선호하는 와인’이 스파클링 와인이란 응답도 여성(25.5%)이 남성(11.4%)보다 2배가 넘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와인 소비 증가를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와인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와인을 접할 경로가 많아지고 중저가 라인업이 구축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와인들이 늘어 와인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와 와인이 ‘다양한 맛’을 찾는 변화로 성장했다면, 소주와 위스키는 ‘덜 독한 술’을 찾는 변화로 시장이 위축된 사례다. 클라우드로 맥주 시장의 니즈(Needs)를 제대로 읽었던 롯데주류는 소주 시장에선 다소 헤맸다. 이는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저도주 선호로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늦게 간파한 것. 이때 치고 나온 게 경남 기반 소주업체 ‘무학’이다. 두 회사가 소주 도수를 20도에서 0.2~0.5도씩 찔끔찔끔 내리기 시작하던 2006년, 무학은 단번에 16.9도의 ‘좋은데이’를 선보였다. 파격은 통했다. 2006년 1030억원이던 무학 매출액은 지난해 2401억원으로 7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소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롯데주류는 같은 기간 소주 부문 매출이 6% 늘었지만, 2012년 성장률이 285%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둔화됐다. 독한 술의 대장 격인 위스키업계는 아예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스카치, 버본, 라이 등 위스키의 국내 총 수입액은 2010년 2억3100만달러에서 2011년 2억2500만달러, 2012년 2억600만달러, 지난해 1억8500만달러 등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6%나 줄었다. 수입주류 중 마이너스 성장은 위스키가 유일하다. 위스키 브랜드들도 덩달아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윈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롯데칠성(스카치블루)의 지난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 대비 각각 10%, 22.8%, 16.5%씩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3분기 누적 출고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2.3%, 8.9%, 12.4%씩 줄줄이 내림세다. 40도가 넘는 독주라는 점에서 위스키가 저도주 선호 바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반면 저도주 선호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한 업체는 승승장구했다. 2009년 알코올 도수를 36.5도로 낮춘 ‘골든블루’는 출고량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107.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반 위스키(40도)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 넘김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위스키 중에서도 ‘싱글몰트’는 클라우드처럼 100% 몰트(맥아)의 깊은 맛으로 승부해 성공한 사례다. 올 3분기까지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 증가, 블렌디드(혼합형) 위스키가 8.5% 줄어든 데 반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독주가 아닌데도 성장이 둔화되는 술이 있다. 막걸리다. 국내 막걸리 생산량은 2011년 44만㎘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1위 막걸리제조업체 국순당의 실적을 보면 막걸리 시장의 침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막걸리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1년 매출 1277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해 992억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는 2010년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게 역수입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사례다. 하지만 이후 일본에서 한류가 식고, 맛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하락세를 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막걸리 소비량 감소의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수(34.3%)가 ‘막걸리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술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류 시장 주류(Main Stream)의 변천 1980년대 이후 맥주가 막걸리 제치고 전국 평정 국내 주류 시장의 주류(主流)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부터 약 20여년간 국내 주류 시장 최강자는 막걸리였다. 곡식이 귀했던 때 막걸리는 국민의 대다수였던 농민들이 농사를 짓다가 반주로 즐겨 마셨다. 그러나 1965년 정부가 쌀로 막걸리를 빚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을 시행하고 주세법에 의한 통제가 심해지면서 막걸리 점유율은 점점 낮아졌다.
빈자리를 파고든 건 비싼 고급술로만 여겨지던 맥주였다. 맥주는 경제성장 바람을 타고 1970년대 말 소주를 추월한 데 이어 1980년대 후반에는 막걸리마저 따돌리고 국내 주류 시장을 평정했다(출하량 기준). 현재 하이트진로와 OB맥주가 각각 ‘크라운맥주’와 ‘동양맥주’ 브랜드를 쓰던 시절 얘기다. 소주는 절대강자 ‘진로’가 시장을 주도했고, 지방에선 ‘금복주’ ‘무학소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양주 시장에선 ‘캡틴큐’ ‘나폴레옹’ ‘베리나인’ ‘하야비치’ 등의 국산 브랜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당시 소주와 맥주, 막걸리의 점유율은 모두 근소한 차이로 박빙을 이뤘다. 하지만 이후 막걸리는 소비가 급락, 소주는 완만하게 증가, 맥주는 급증하면서 뚜렷한 세 갈래 길을 걷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선 위스키, 와인 등 수입주류 인기가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인 2007~2008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선다. 이후 와인은 2010년부터 다시 수입액이 증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위스키는 감소세를 지속, 최근 10년래 가장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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