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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의 시인, 선비, 심지어 무사들까지도 복어를 두고 수백 년에 걸쳐 망설이고 갈등했다. 그까짓 사소한 음식에 대한 욕심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도박을 할 것인지, 아니면 지레 겁을 먹고 하늘나라 신선이 먹는다는 천하제일의 진미를 맛보지 못한 채 평생을 아쉬워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했다.
복어를 대하는 한중일 세 나라 사람의 자세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반화된 국민성인지 개인적인 성격의 차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삼국의 서로 다른 개성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롭다.
중국에서는 천계옥찬(天界玉饌), 하늘의 신선과 선녀들이 먹는 산해진미라고 여겼다. 그중에서도 입에서 사르르 녹는 복어 정소는 서시의 젖이라며 중국 최고 미인에 비유했다. 중국 제일의 미식가로 꼽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목숨과 바꿔도 좋은 맛이라고 노래했다.
복어 좋아하기로는 한국인도 뒤지지 않는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미나리 넣고 끓인 복어국은 진미라는 내용이 있다. 다만 복어 독이 무서운 사람은 대신 도미탕을 먹는다고 했다. 조선 후기에는 독 때문에 복어를 꺼린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다. 복어는 독이 있으니 젓가락 대기도 전에 소름부터 돋는다며 멀리했다. 실학자 이덕무 역시 복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지만 잠깐 동안 입안의 기쁨을 맛보겠다며 사소한 음식 따위에 목숨을 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이덕무는 아예 가훈으로 북한산 백운대에 오르지 말고, 복어국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으니 자극에 빠지지 말고 담백하게 살라는 뜻이다.
일본 사람들 역시 복어를 좋아한다. 복어회를 비롯해 다양한 복어요리가 발달했으니 옛날부터 복어를 먹으며 요리를 발전시켰을 것 같지만 일본 사람들은 무려 300년 동안 공식적으로는 복어를 먹지 못했다. 복어를 다시 먹기 시작한 지 120년이 조금 넘었다. 임진왜란의 주범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문이다. 1592년, 히데요시가 조선을 공격한다며 일본 전역에서 16만명의 병력을 끌어다 시모노세키 항구에 집결시켰다. 시모노세키에서는 복어가 많이 잡혔다. 이곳에 도착한 산골 출신 병사 중 복어에 치명적 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먹다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출병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병력 손실이 커지자 히데요시가 복어 금식령을 내렸다. 복어를 먹으면 엄하게 처벌했다. 복어 금식령은 계속 발전해 근대 초기인 1882년에는 복어를 먹으면 구류,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법령까지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복어 금식이 해제된 것은 300년 후인 1892년, 한일합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서다.
소동파로 대표되는 낭만파 시인은 죽을 각오를 하고라도 천하제일의 맛에는 도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약용, 이덕무 같은 실용파 실학자는 사소한 자극을 맛보려고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잃지 말라며 복어를 경계했다. 일본은 조금 독특하다. 가치를 떠나 목적을 위해 복어를 먹지 못하게 한 위정자와 백성들은 그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했다.
어쨌거나 복어는 과연 목숨 걸고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별미일까?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고민할 가치조차 없다. 대신 최고 별미의 지위도 잃었다. 옛날 사람들이 목숨 걸고 고민하며 갈등했던 까닭은 잘못 먹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미각을 더욱 자극한 셈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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