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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피부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싶고 남자는 힘이 솟는다는 음식에 입맛이 당긴다면 어찌해야 좋을까? 서로 고집부리다 감정 상할 것 없이 타협을 하자면 이런 경우에는 양념장에 싹싹 비벼 먹는 영양굴밥이 제격이다.
굴이 정력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속설이다. 이런 믿음이 생긴 까닭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서양 최고의 바람둥이라는 카사노바도 한몫을 했다. 매일 아침 굴을 한 접시씩 먹은 것이 카사노바 정력의 비결이라는데, 실제 아침마다 굴을 먹었는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다만 카사노바가 굴을 좋아했던 것은 분명하다. 자서전에 여자에게 작업 걸 때 먹었던 음식을 적었는데 여기에 굴 요리가 적지 않다.
17세기 유럽 귀족들도 굴을 엄청나게 먹었다. 바로크·로코코 시대 그림을 보면 식탁에 굴을 한가득 쌓아놓고 앉은 자리에서 수백 개씩 까먹은 장면들이 나온다. 유럽에 굴 바람을 일으킨 것이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였다. 예전 고대 로마 황제와 귀족들도 굴을 좋아했지만 중세 때 굴 먹는 식습관이 끊겼다가 루이 14세가 굴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면서 유럽 귀족들 사이에 다시 유행했다.
동양에서도 굴의 강장 효과를 강조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력보다는 오히려 피부미용에 방점을 찍었다. 굴이 정력에 좋다는 서양 속설이 루이 14세나 카사노바와 같은 임상 사례를 근거로 한다면, 굴이 피부미용에 탁월하다는 동양 속설은 의학 이론을 바탕에 두고 있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과 같은 동양 의학서에서 하나같이 굴이 피부미용에 좋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굴은 “먹으면 맛있고 몸에도 유익하다. 또한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얼굴색을 아름답게 한다. 바다에서 나는 것들 가운데서 가장 귀하다”며 굴을 먹으면 피부가 예뻐진다고 적었는데 본초강목에 적힌 내용도 동의보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수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을 조선과 명나라의 대표 의학서에서 굴이 피부에 특효라고 했지만 속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배 타는 어부 딸은 얼굴이 까맣게 그을어도 굴 따는 어부 딸은 하얗다”고 했으니 똑같이 바닷가 강한 햇빛에 피부를 노출해도 굴 따는 처자 얼굴이 하얀 이유는 정말 굴의 미용 효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피부미용이 먼저냐, 자양강장이 우선이냐를 놓고 아직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최후의 타협안을 제시한다. 영양굴밥에 양념장을 달리해 먹으면 된다.
자양강장을 우선할 경우는 부추 양념장으로 굴밥을 비비면 좋다. 부추가 기양초(起陽草), 다시 말해 양기를 불러일으키는 채소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굴에 대해 품고 있는 정력의 이미지에 동양의 양기가 합쳐졌으니 영양굴밥에 부추 양념장은 환상의 궁합이다.
피부미용을 중시한다면 부추 대신 달래 양념장을 곁들이는 것이 좋겠다. 달래는 성질이 따뜻해 소화를 돕는다. 변비를 막아주니 피부미용에 간접적으로 효과가 있는 셈인데 영양학적으로는 피부의 젊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C가 풍부하다. 게다가 달래는 여성에게 좋은 채소다. 단군신화가 그 증거로, 곰이 웅녀로 변신할 때 먹었던 식품이 마늘과 쑥이라지만 사실 마늘보다는 야생 달래였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마늘은 서기 2세기 무렵 서역에서 전해진 식품이니 곰이 여자로 거듭날 때는 우리 땅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피부에 좋은 굴밥에 동물도 여자로 만들어주는 달래 양념장이면 피부가 환골탈태, 새롭게 태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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