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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는 대천해수욕장과 안면도 사이쯤에 위치한 섬이다. 충남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배편 외에는 접근 방법이 없어서 여행자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는 캠핑족, 가족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얼마 전 그 섬에 다녀왔다. 재미있고 어처구니 없었으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오봉산해수욕장 나홀로 야영, 오봉산해수욕장 마을 전경
표를 구매하고 배에 오른 지 30여 분이 지나면, 원산고속페리는 원산도의 저두 선착장을 거쳐 효자도에 잠시 머물고, 다시 원산도의 선촌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밝은 웃음과 함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섬마을 사람들의 질문이 쑥쑥 들어온다. “어디서 왔슈?, 뭐 하러 가슈?” 호기심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대화가 시작되고, 배에서 내려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쉽게 전달받는다. 그분들의 말씀에 따라 ‘서둘러’ 마을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배가 오고 나갈 때만 운행되고,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기사는 오르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고, 아버님 오셨어요? 어머님도 계시네요?”하며 넉살 좋은 인사를 건넨다. 버스에 오른 손님들도 친손자 재롱이라도 보는 듯 흥겹게 받아준다. 아침에 보았지만 오후에 또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사이인가 보다.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가 오고 가고, 그 중간에 앉아 있는 나도 대화에 끼어든다. 6명 남짓한 승객을 태운 버스는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의 집 앞 골목 어귀에 멈췄다. “조심이 들어가세요. 또 뵐게요. 이따 찾아갈게요”라고 기사가 말하면, “얼른 오니라, 밥 챙겨 먹어라, 부모님께 안부 전해라”며 대화는 끝난다. 원산도 마을버스는 손님이 있을 때만 오봉산해수욕장 바로 앞까지 간다. 기사는 다른 어르신에게 건넨 것과 같은 미소로 해변 바로 앞까지 버스를 몰았다. 그때, 좀 전까지 운전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던 할머니 한 분이 기사를 향해 한 마디 던진다.
“그나저나, 뉘집 자식이라고?”
때때로 서로에 대한 기억이 불확실해지기도 하지만, 같은 섬, 같은 버스에 앉아 있는 동안 그저 한 동네 식구일 뿐이다. 누구 집 자식인지 정확하지 않아도, 표정과 대화에는 어색함이 자리할 핑계가 없다. 캠핑을 끝내고 섬을 떠날 때, 지난 밤 인사를 나눈 식당 아주머니에게 ‘저두 선착장까지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 길’을 물었다. 인터넷에도 나와있지 않으니 현지인이게 물어볼 수 밖에. 아주머니는 ‘어렵지 않은 길’이라며, ‘해변을 따라 쭉 걷고 나면 그 다음부터 저두까지는 외길’이라 설명했다. 해안가 도로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해변마다 입구에서 들어갔다 다시 도로 나와 큰 도로를 걷는 루트였다. 오봉산 해변 마을을 지나면 선촌과 저두 선착장 방향을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고 했다. 그곳에서 저두 방향으로 향하면 모든 해변을 보면서 선착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너 번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야 할 방향의 길을 바라보다 질문 하나 더 던졌다. “그나저나, 얼마나 걸릴까요?”
“글씨~~ 나도 안적 안 걸어 봤구먼….
(3초간 침묵) 으흐흐흐흐흐흐!”
아주머니는 눈대중으로 거리를 짐작하고 삶 속 기억을 더듬어서 마치 직접 해본 일처럼 설명한 것이다. 얻어 들은 ‘충청도식 언어의 모호함’에 따르면 그 아주머니의 그 ‘감’이 나를 하루 종일 해안길을 걷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큰 믿음이 전해진 것은 무슨 까닭일까.
원산도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하다. 여행을 시작할 때의 계획은 이러했다. 가벼운 낚시대와 적당한 미끼를 구입해서 직접 잡은 물고기를 구워 밥도 먹고 소주도 한잔! 오봉산해수욕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한숨 돌리니 일몰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의 갯바위는 아무래도 두려웠지만, 완전한 밤이 되기 전까지 일단 낚싯대를 던졌다. 결과는 초반 참패. 낚시 베테랑들은 ‘낚시는 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초짜 주제에, 그것도 현지 물때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미 실패하기 시작한 어둠 속 낚시를 지속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손끝 기별이 있어 낚싯대를 당겨보면 무언가에 몸통의 반쯤을 뜯어 먹힌 지렁이만 대롱거리기 일쑤. 고기 잡아 밥 먹고 술 마시겠다던 낭만진 계획은 그렇게 물거품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배는 고프고, 고기는 잡히지 않고, 그러니 어쩌겠나.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오봉산해수욕장의 식당과 가게를 찾아 잰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가게문을 닫아버리면 오늘 저녁은 쫄쫄 굶어야 할 판인 것이다. 다행히 가게문은 열려있었고 싱싱한 해산물도 팔고 있었다. 2kg 같은 1kg의 소라를 한 봉지 사 들고 텐트로 돌아가 해녀의 밥상을 흉내 내며 저녁을 챙겨먹는다. 자급자족을 계획했던 캠퍼는 식당 문을 열고 음식을 시켜 먹는 순간 그냥 여행객이 되는 것이다.
에피소드 1에서 소개한 ‘글씨~~ 나도 안적 안 걸어 봤구먼’ 아주머니를 다시 만난 것은 선착장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그녀는 승용차를 몰고 있었다. 차를 피하려다 낯익은 얼굴이라 인사를 했더니 거두절미하고 ‘타슈’ 하신다. 날름 뒷좌석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사심 없는 친절에 정색하고 경계할 이유는 없었다. 조금 위 어느 여인네가 길가에서 손을 흔들곤 차가 서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 “나 저기 사무실까지만” 이란다. 동네 택시를 방불케 하는 이런 상황은 작다면 작은 섬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풍경이었다.
한 짐 가득한 배낭을 둘러메고 길을 이어가던 백패커는 주민이 태워주는 차에 올라서는 순간 히치하이커가 된다. 여행은 이미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 육지와 섬의 경계, 나와 타인의 경계까지. 일정을 확정 지을 것도 없고, 계획에 절대적일 필요도 없다. 제시간에 서류를 올리지 않아,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원산도 내의 모든 해수욕장에서 야영이 가능하다. 그 중 오봉산해수욕장은 공용화장실과 민박, 식당, 수퍼를 함께 운영하는 가게가 많다. 대체로 연중무휴로 운영되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거나 음식점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이곳에서 사이트를 마련하면 좋다. 가게에는 낚시 및 바다체험 장비 일체와 수산물, 각종 생필품이 구비되어 있다. 해변에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하다. 밀물 경계선 확인이 필수다.
트레킹코스
오봉산해수욕장 상가 뒤편에 오로봉(118m)으로 향하는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등산로라고는 하지만 경사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산책길과 같다. 산행 초입에 초전마을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을 제외하고, 오로봉까지 외길로 이어진다. 오로봉에는 봉화대가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남겨져 있고, 봉화대에 오르면 오봉산 마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봉산해수욕장 옆으로 위치한 사창과 원산도 해수욕장을 가려면, 큰 도로 안쪽의 마을길을 이용해야 한다. 원산도에서 저두해수욕장까지는 큰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낚시 및 갯벌체험
원산도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하다. 갯바위 이동이 불편하거나 위험할 때는 방파제 부근이 좋다. 낚시 하기에 좋은 ‘물때’는 물이 들어올 때나, 완전히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 나갈 때다.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에서의 ‘해루질’ 체험이 가능하다. 해루질은 전통 고기잡이 법이다. 물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갯벌에서 찰랑거리는 밤 시간, 그 찰랑거리는 물을 향해 랜턴을 비추면 고기들이 몰려드는데, 그때 잽싸게 손을 잡는 방법이다. 원산도에서 해산물을 채집하려면 ‘금지구역’을 확인하는 게 예의다. 대부분 바다의 해산물은 마을에서 관리, 독점하고 있다. 금지되지 않은 원산도해수욕장 옆 이름 없는 작은 해변에서는 바지락 등 조개잡이도 가능하다.
원산도 섬 밥상
‘삶은 소라, 낙지탕’
오봉산해수욕장에 위치한 가게들은 식당과 수퍼, 민박을 겸업한다. 각종 낚시 도구와 미끼도 판매한다. 해산물만 구매하여 직접 해먹을 수 있다. 식당 주인과 식구들이 매일 해변에 나가 잡아오는 것들로, 육지의 수산시장보다 저렴한 편이다. 소라나 조개류는 이미 해감된 것들로, 사다가 바로 삶거나 찌거나 구워먹으면 된다. 식당에서 내주는 반찬은 대부분 섬 식재료를 활용한 것들이다. 1인 식사(메뉴 한정)도 가능하다. 1인 추천 메뉴는 낙지탕. 갖은 야채를 넣고 끓인 육수에 직접 잡아온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샤브샤브로 먹다가 국물이 쫄면 밥과 밑반찬을 식성에 맞게 넣어 볶아먹으면 좋은데, 참기름 넣는 것을 잊지 말자.
원산도 교통편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 –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
대중교통 보령종합터미널 – 대천역정류장 103-1번 버스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배편 및 현지교통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원산도행 원산고속페리 하루 3회 운항(주말 증선, 소요시간 약 30분)
현지 마을버스 노선 선촌선착장-오봉산해수욕장-초전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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