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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바흐는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의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사진은 오펜바흐와 아래 사진은 호프만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
최근 한 결혼식에 다녀왔다. 흥미로웠던 것은 신랑이 얼마 전 은퇴를 한 지긋(?)한 연배라는 것, 그것도 초혼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여러 번 강조했던 말! 신부가 ‘첫사랑’이라는 것. 축하할 이유가 더욱 커졌을 뿐더러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자가 살면서 겪는 사랑에 대해 주목을 한 이가 있다.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년)다. 이런 생각을 옮긴 작품이 ‘호프만의 이야기’다.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호프만의 소설 ‘고문관 크레스펠’과 ‘잠의 요정’을 토대로 썼다. 실제 인물인 작가 호프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자가 일생에 겪은 세 번의 사랑, 환상적이지만 모두 낭패로 끝나는, 그런 사랑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다.
오펜바흐는 총 100여편에 달하는 오페레타를 남겼다. 하지만 가장 의욕적으로 임한 작품이 바로 ‘호프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1881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의 배경은 19세기의 뉘른베르크, 로마, 뮌헨, 베네치아 등의 도시다. 막이 오르면 작가 호프만이 술집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세 가지 연애담을 말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형과의 어리석은 사랑이다. 과학자 스팔란차니(테너)가 발명한 자동인형 올랭피아(소프라노). 원격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이 인형에게 호프만은 한눈에 반한다. 그야말로 ‘인형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올랭피아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한 무도회에서 호프만이 올랭피아를 진짜 사람으로 믿게 만든 마법의 안경을 떨어뜨리면서 올랭피아의 실체를 보게 된다. 첫사랑의 환상은 이렇게 무참히 깨지고 만다.
두 번째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퇴폐적 속물근성으로 물든 베네치아의 고급 창녀 줄리에타와의 사랑 이야기다. 웃음을 파는 그녀는 슐레밀이라는 이름의 정부가 있었다. 정부의 영혼은 악마 다페르투토가 소유하고 있다. 줄리에타의 미모에 마음이 끌린 호프만은 다페르투토의 계략에 의해 연적 슐레밀과 결투를 벌이고 결국 그를 죽인다. 하지만 줄리에타는 귀찮은 슐레밀을 제거한 후 호프만이 아닌, 또 다른 연인 피티치나초와 곤돌라에 앉아 달빛이 흐르는 물 위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이에 호프만은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세 번째는 노래하는 가수와의 허무한 사랑이다. 음악가의 딸이며 재주 있고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지닌 안토니아. 하지만 워낙 몸이 약해 노래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다. 그런 그녀와 약혼까지 하지만 그녀는 악마의 마수에 걸린 의사의 청으로 노래를 부르다 죽음으로써 호프만을 떠난다. 호프만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박수를 치다 나가고, 이후 잠이 든 호프만. 시의 여신들이 나타나 그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오펜바흐는 이 작품을 죽기 직전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덕분에 오늘날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오펜바흐가 이 오페라를 결국 맺지 못한 것도 ‘사랑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첫사랑을 하게 된 신랑처럼.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고 싶을 때 펼쳐보면 좋은 작품인 호프만의 이야기.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다.
감상을 원한다면…
·CD 니콜라이 겟다, 슈바르츠코프, 클뤼탕스 지휘,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 NAXOS 노먼, 셰릴 스투더, 테이트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Decca
[최영옥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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