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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멘델스존과 그가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 음반.
셰익스피어(1564~1616년)의 4대 비극을 비롯한 많은 작품은 가장 뛰어난 고전 중의 한 산맥으로 꼽히며 훗날 많은 음악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이탈리아의 베르디가 ‘오텔로’ ‘맥베스’를, ‘로미오와 줄리엣’은 벨리니와 구노가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이들이 대개 비극이었다면 희극에 마음을 빼앗긴 작곡가가 있었다. 독일의 멘델스존(1809~1847년)이다.
멘델스존이 영감을 받은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17세였던 멘델스존은 누나 파니와 함께 당시 독일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소개되고 있던 이 작품을 보고 그야말로 ‘환상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나는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그는 단숨에 서곡(Overture)을 먼저 작곡했고, 누나 파니와 함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연탄곡으로도 연주했으며 이후 극음악인 관현악곡으로 재탄생시켰다.
‘한여름 밤의 꿈’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요정 왕 오베론은 아내를 골탕 먹이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구해올 것을 명한다. 헌데 시종 퍼크가 실수로 묘약인 꽃의 즙을 엉뚱한 이들에게 사용하면서 연인들의 관계를 엉망진창으로 얽히게 만든다. 묘약을 눈에 바른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당나귀 인간인 바텀을 사모하게 되기도 한다. 오베론과 테세우스의 배려로 두 쌍의 커플이 결혼식에 골인하면서 이야기는 흐뭇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멘델스존은 이 이야기를 17세의 소년이 작곡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풀어놨다. 특히 목관악기가 연주하는 네 번의 코드가 긴 여운을 남긴 후 들려오는 부드러운 현악의 선율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바로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두 쌍의 연인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그 유명한 ‘결혼행진곡’이다. 사랑을 확인하고 하나가 될 것을 맹세하며 세상을 향해 행진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축복의 음악이다. 아마 결혼 축하 음악으로 이를 능가할 음악이 또 있을까.
음악 역사상 가장 저평가되고 있는 인물이 멘델스존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배고플 일 없던’ 예술가라는 점에서 한때 그의 예술성 역시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소개됐다. 그 이면에는 유태인 혈통이라는 점에 대한 은근한 무시도 깔려 있었고. 하지만 그가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였다는 시각이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대체 그의 ‘한여름 밤의 꿈’을 들으면서 한 번도 듣지 못하던 선율과 음향에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이 세대가 가기 전 그의 위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무덤에 누운 바그너와 히틀러가 벌떡 일어날 일이긴 하지만.
감상을 원한다면…
·CD
피터 막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Decca
클렘페러 지휘, 쾰른 방송 교향악단, Ica classics
토스카니니 지휘,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Testament
·DVD
한여름 밤의 꿈 서곡-솔티 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Ica classics
조지 발라신 안무, 스튜어트 커쇼 지휘,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 BBC
[최영옥 음악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8호 (2015.07.29~08.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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