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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땐 붕어빵인 줄 알았다. 이 놀라운 현실 캐릭터의 활약은 2012년 캄보디아에서 시작됐다.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절반인 600만명은 철분 부족을 겪고 있었다. 철분 부족은 빈혈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들은 빈혈로 고통받고 있었다. 럭키 아이언 피시는 이들의 철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그 유명한 톤레사프 호수가 아닌 100도로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뛰어들었다. 캄보디아인들은 이 물고기를 요리할 때 넣기도 하고, 식수통에 직접 넣어 끓여 먹기 시작했다. 이 작은 물고기의 활약으로 성인의 하루 철분 권장량의 75%가 해결되었다. 한 마을의 빈혈 환자가 1년 사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쇳덩어리를 요리 속에 집어넣는 것은 아무리 철분이 중요하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질적이고 낯선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없애준 것은 바로 캄보디아 사람들을 잘 이해한 디자인과 스토리의 힘이었다. 캄보디아인들이 전통적으로 행운의 부적이라 여기는 물고기 형태로 주물을 만들고, 이름도 행운의 철 물고기로 지은 것이다. 럭키 아이언 피시는 사회와 환경까지 생각하는 영웅이다. 이 물고기는 재활용 고철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캄보디아 시장에 쓰일 포장은 지역에서 키운 야자나뭇잎을 장인들이 엮어 만든다. 포장작업은 지뢰로 인해 피해를 본 장애우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럭키 아이언 피시를 보면서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는 다른 영웅들이 생각났다. 물동이를 짊어지고 먼 길을 오가는 여인들을 위해 만든 굴리는 물통. 식수가 부족한 사막에 일교차를 이용해 이슬로 식수를 만드는 구조물. 전기가 들지 않는 집에 페트병과 표백제로 실내를 밝히는 조명. 모두 적정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영웅들이다. 적정 기술로 만든 물건들을 보면 대부분 하이 퀄리티가 아니라 로 퀄리티다. 비싼 재료가 아닌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단순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적정 기술의 원칙이자 철학이기에 그럴 것이다.
럭키 아이언 피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경연장인 2015년 칸국제광고제 제품디자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다른 첨단 기술들을 이긴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활약해 온 적정 기술들도 그런 맥락에서 모두 수상감이다. 개인적으로 모두 트로피를 주고 싶다. 그들은 증명했다. 영웅의 조건은 첨단 무기가 아니라 사람을 잘 이해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임을. 사람이 움직여야 세상이 움직이니까. 우리에게도 수많은 영웅이 있다. 누구나 아는 영웅보다 훨씬 많은 무명의 영웅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빌딩마다 대형 현수막에 태극기가 보인다. TV광고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광복 70주년을 상징하는 로고와 문구가 자주 나온다. 광복절을 전후해서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고조되었다. 이와는 달리 지난 3월부터 광복 70주년을 소재로 대한민국만세를 외친 광고가 있었다. 상품 광고지만 대부분은 공익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나라사랑 메시지를 남기면 금리를 우대하고, 계좌당 815원을 출연해 독립유공자 유가족과 해외 독립유적지 보존사업을 후원한다. 그 취지에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통장을 개설하고 동참했다. 200만명 이상이 동영상을 함께 봤다. 초저금리 시대에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품이지만 그들은 뜻을 이어갔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모두 하나 되자고 외치는 아이들의 노래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럭키 아이언 피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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