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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변신이다. 김혜수는 외모부터 변했고 김고은은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리고 그 변신은 성공적으로 화면에 담겨 호기심을 동반하며, 우리에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거친 느와르를 선사한다. 영화는 한마디로 근사하다. 색감, 세트, 연기자 모두가 한 호흡으로 연결되어 차이나타운이란 공간을 통해 이런 사람, 아니 이런 생존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한다.
4만년 전 당시 유럽 대륙을 지배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호모 사피언스와 공존하다 3만년 전 멸종했다. 그 원인 하나가 ‘가족’이라는 개념이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직계만 가족으로 인정했고 그외는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호모 사피언스는 가족의 개념을 확대해 사회 공동체로 세상의 환경과 타협했다. 더구나 호모 사피언스는 든든한 모계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가 생존력을 배가시켰다고 한다.
역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영화의 ‘가족’이란 개념이 호모 사피언스보다는 네안데르탈인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동인천 차이나타운. 겉은 사진관인데 마가흥업이란 간판을 붙여놓은 회사가 있다. 사채, 장기매매 등 사람으로서는 할 짓이 아닌 것도 서슴없이 해내는 집단이다. 이곳의 지배자는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철혈 여인이다. 그에게는 4명의 아이들이 있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인 아이. 마약에 찌들어 사는 쏭(이수경), 엄마의 든든한 오른팔인 우곤(엄태구) 그리고 밥 먹고 약 먹고 열심히 일만 하는 정신지체아 홍주(조현철)다. 이들은 가족이라고 서로를 부르지만 가족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오로지 ‘쓸모’라는 기준에서다. 서로가 쓸모 있는 가족이 되기 위해 이들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닌 생존의 치열한 투쟁이다. 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제외한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들에게 단지 돈벌이의 대상이자 심지어 잡아먹을 수 있는 먹잇감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가족의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할까. 바로 이 순간 호모 사피언스 같은 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이다. 그에게 돈을 받으러 간 일영은 처음 접하는 석현의 친절에 무서운 공포마저 느낀다. 그가 말하고, 표정 짓고, 심지어 ‘우리 아버지는 나를 버리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예요’라는 믿음의 말에서조차 지금까지 일영이 보고 듣고 살아온 세상과 다르게 ‘사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일영으로부터 시작된 이 작은 균열로 인해 엄마를 중심으로 한 마가흥업 가족은 붕괴된다. 엄마는 일영에게 석현을 죽이라 명령하지만 처음으로 일영은 엄마에게 쓸모 없는 아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결과라는 것도 알면서.
영화는 독특하다. 우선 형식에서도 여자 두 명이 이끄는 느와르풍은 우리에게 익숙함보다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관객은 감독이 짜놓은 엄마와 일영의 구도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는 마가흥업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친 방법을 제시한다. 천박한 돈의 논리로 지배되는 세상, 그 안에서 인간의 목숨은 그저 신장은 얼마, 각막은 얼마로 거래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쓰레기통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 감독은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어떤 짙은 어둠에도 빛은 스며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슬프게도 그 빛은 황량하고 허무하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호모 사피언스의 후손답게 진짜 ‘쓸모’ 있는 짓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사진 영화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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