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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행 전철을 탔다. 목적은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문학의 큰 별들, 육필로 만나다>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왕 내딛는 발걸음, 오랜 세월 다듬고 또 다듬은 끝에 완성과 정착 단계를 보이고 있는 근대문화 거리 전체를 걷기로 했다.
요금 - 어른 17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800원 - 20인 이상 단체: 어른 13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구입처 각 박물관 / 통합권 분실시 확인 불가
차분히 천천히 마음을 깨우며 걷는 길
전철이 인천역에 도착하자 역사에 있는 ‘유료사물함’을 찾아 배낭을 넣어두고 카메라와 물만 챙겼다. 10kg 가까이 나가는 배낭을 매고 근대문화거리를 모두 걷는다는 것은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인천역 주변은 한국 근대사의 다국적 문화의 집합체다. 인천역은 일본의 역사 형태를 가져왔고 길 건너 우뚝 서 있는 패방(패루)은 전형적인 중국식 건축물이다. 한국화 된 일본식 가옥, 전통 일본식 가옥, 유럽에서 유입된 일본식 가옥, 일본식 창고, 중국식 마감 등등 조금만 눈여겨 살펴도 확인이 가능한 양식들이 즐비하다.
인천역사 건너편 ‘패방’은 중구 서린동 일대의 차이나타운의 출입구다.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도 차이나타운 대로에는 관광객들로 빼곡하다. 그 길을 뚫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음식점만 있는 게 아니다. 중앙아시아, 터키 등 다국적 인종이 자신들의 전통 음식와 인형 등을 놓고 손님을 불러댄다. 그야말로 시장통이다. 승용차를 몰고 이곳에 들어왔다가는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날은 금요일이라 유난스러웠으리라.
여행자들이 더 궁금해 하는 것은 ‘인천아트플랫폼’의 건물 이야기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항 부둣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개화기 조선부터 일제시대 때 지어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곳이다. 주로 일본에서 건축한 건물들은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있고 사료까지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248호인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사옥과 대한통운 창고, 삼우인쇄소 등이 있는데, 이 건물들을 리모델링,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 총 13개 동을 만든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남쪽 끝에 있는 카페 ‘모나리자의 하품’은 책과, 꽃과, 차와, 높은 천장이 있는 카페다. 2500원, 3500원 짜리 커피와 차,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 관련 서적, 예술 잡지 등이 비치되어 있어서 근대문화거리 산책 도중 아늑한 느낌으로 쉴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전후인 1892년에서 1941년 사이에 건축된 창고와 공장 건물을 개축해 한국 근대 문학의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입구 앞에 서면 고혹적인 벽돌과 어우러진 모던한 유리마감, 그리고 유리 위에 적힌 가슴 벅찬 시 한 줄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상설전시관을 사용되는 두 동은 1892년에서 1934년(추정), 1941년에 건축된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1890년대부터 1948년까지 활동한 김소월, 한용운, 나도향, 현진건, 염상섭, 정지용, 백석 등 카프카 소속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원본으로 만날 수 있고 복각본을 통해 읽어볼 수도 있다. 전시장 중앙 벽면에는 교과서와 문예지에서 읽었던 근대 문학 대표 작가와 시인들의 초상화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염상섭, 조지훈, 김영랑, 현진건, 나도향, 채만식, 이상, 홍명희, 이효석, 정지용, 백석, 강경혜, 윤동주, 서정주 등이 그들이다. 한국근대문학관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둔 스마트폰을 얼굴에 가까이 대면 작가의 이력과 원본 작품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인천시 중구청 인근 신포로 일대에는 일제시대 때 지은 건축물들이 제법 많이 남아있다.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점을 둔 ‘18은행’에서 1890년에 지은 ‘인천지점’ 건물이다. 1954년 한국흥업은행 지점으로 사용되다 개인에게 팔려 1992년까지 ‘카페’로 문을 열고 있던 것을 시에서 매입 건축전시관으로 개관했다. 전시장에는 1883년 인천항이 국제적으로 공식 개항한 이래 지어진 근대 초기의 건축물, 개항 당시 국제 정세, 인천항 모습 등을 사진과 글로 담은 전시물들과 당시 인천시에 세워졌던 건축물들의 모형, 그리고 인천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구 일대의 개화기 시절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 제1은행 인천 지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1전시실에는 1883년 개항 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서구의 문명 가운데 대표적인 ‘최초의 갑문식도크’, ‘최초의 해관’, ‘최초의 군함인 양무호’, ‘해안 경비함’, ‘등대 순시선’, ‘세관 감시선’, ‘대불호텔’ 등과 관련된 자료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최초의 우편제도, 통신제도와 ‘최초의 우표’, ‘개항기 우표’, ‘우편물’, ‘전보와 전화기’, ‘전보 송수신기’ 등도 실물로 전시되어 있다. 2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를 비롯한 한국철도사가 기록되어 있다. 경인철도 개통 당시의 기관차 모형과, 개통 초기의 승차권, 열차 운행에 필수적인 통표와 휴대기 같은 철도분야의 자료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 3전시실에는 호기심이 샘솟는 그림 한 폭이 있다. 인천개항박물관 앞은 전신인 ‘일본 제1은행’ 등 주로 일본에서 진출한 은행들과 호텔, 상점 등이 밀집해 있는 일본 조계의 중심지를 그린 그림이다. 누군가 1910년 당시 이 길을 사진으로 남겼고 박물관은 그 사진을 토대로 입체화를 그려 걸었는데, 그림이 워낙 형형해서 어디가 그림의 끝인지 알 수 없는 정도로 거의 완벽한 원근감을 완성시켰다. 관람객 모두가 이곳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짜장면과 화교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집이 ‘공화춘’이라는 것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짜장면박물관은 바로 그 공화춘 자리를 개조해 만들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짜장면이 언제 어떤 이유로 인천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당시 화교의 한국에서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 짜장면과 개화기 조선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알려진 대로 짜장면은 1880년대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던 ‘쿨리Coolie’(중국어 발음으로 막노동자를 뜻하는 고력苦力들이 수타면을 춘장에 비벼 길바닥에서 먹던 음식이다.공화춘은 짜장면 수요가 점점 늘어나 가판 짜장면집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1912년에 문을 열었다. 공화춘共和春은 당시 신해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름으로 이 집이 크게 성공하면서 짜장면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짜장면집 공화춘은 지금의 박물관 자리에서 무려 71년 동안 중국 음식을 팔다 1983년에 폐업했고 차이나타운 조성 때 다른 곳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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