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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일미라는 말에 생선 대가리 뼈까지 포함시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생선 머리뼈는 맛이 특이해 진미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사실 명태, 대구, 조기, 심지어 꽁치마저 적지 않은 생선이 머리뼈까지 씹어야 맛있다. 어두일미는 그러니 생선 머리뼈가 맛있다는 소리일 수 있다. 이규경은 특별히 머리뼈가 맛있는 생선으로 숭어와 붕어를 꼽았다.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은 머리가 맛있지만 네발로 걷는 동물의 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는 소리다. 역시 따로 출전이 있는 말은 아니고 어두일미에서 파생된 사자성어로 짐작된다. 꼬리도 종류가 여럿이지만 우리가 가장 즐겨 먹는 것은 역시 소꼬리다. 꼬리곰탕에서부터 꼬리찜까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옛 문헌을 살펴봐도 소꼬리는 왕실, 내지는 양반들이 주로 먹었던 고급 음식이었다. 심지어 영조와 계비인 정순왕후 결혼 잔칫상에도 소꼬리 요리가 차려졌다. 그만큼 소꼬리 요리가 귀한 음식이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진짜 맛있는 꼬리는 소꼬리가 아니라 사슴꼬리였다. 사슴꼬리는 짧고 뭉툭하다. 그러니 제대로 먹을 것도 없을 듯하지만 맛은 최고였던 모양이다. 역대 조선 임금 중에서 유독 식탐을 보였던 연산군이 제일 사랑한 요리가 사슴꼬리였다. 왕이 좋아하는 사슴꼬리를 제때 진상하지 못한 관리는 벼슬이 떨어졌을 정도다. 이러니 사슴이 남아나지를 않았던 모양이다. 멸종 위기를 맞게 되자 영조가 결국 사슴꼬리의 진상을 중지시키고 대신 소꼬리로 대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후 꼬리 요리 중에는 소꼬리가 대세를 이룬다. 생선은 머리가 맛있고 고기는 꼬리가 최고라는데 새도 맛있는 부위가 있다. 금취(禽臎)다. 새 ‘금’ 자에 꽁무니 살 ‘취’ 자니 새는 엉덩이 부분에 있는 엉치살이 제일 맛있다는 것이다. 실학자 이규경은 새고기 중에는 엉덩이 부위에 있는 살의 맛이 특별하기에 진미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여러 종류의 새 중에서도 특히 엉치살이 맛있기로는 꿩고기와 닭고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엉치살은 닭꼬리에 조금 붙어 있는 부위로 새의 고기 중에서 가장 부드럽다고 한다. 프랑스 요리에서도 엉치살을 별미로 여긴다. 유명한 요리로 ‘솔리레스(sot-ly-laisse)’가 있다. 닭 엉치살을 꼬치로 굽거나 볶아서 먹는다. 바보들만 먹지 않는다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때 등장한 요리로, 닭고기 중에서 특히 부드럽고 맛있는 부위지만 진가를 아는 사람만 알고 먹는 요리라는 것이다. 어두육미에 금취. 생선은 머리, 고기는 꼬리, 새는 엉덩이 살이 맛있다니 미식의 세계는 끝이 없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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