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연애에 재판이 웬 말이냐고? 뭇 남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마성의 여자들을 재판하는 마녀 재판도 있는 마당에 없을 건 또 뭔가. 게다가 연애라는 게 원래 다사다난한지라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길 때가 많다. 이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연애 문제들에 <캠퍼스 텐>이 법(法)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CASE1. 선물했던 고가 물건

찌질하다고 해도 좋으니 돌려줘!

Q.연애할 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남자 A. 막상 연애가 끝나고 나니 여자 B에게 선물했던 모든 것이 너무 아깝다. 특히 1주년 기념일에 선물했던 비싼 반지는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쓸모도 없을 테니 다시 돌려달라고 하고 싶다. A는 합법적으로 반지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A.줘놓고 뺏는 것만큼 치사한 일이 있을까. 상식적으로도 그렇지만, 법적으로도 A는 반지를 돌려받기 어렵다. 연애를 하는 동안 남녀가 주고받은 선물은 법률적으로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554조에 따르면, 증여란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헤어지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반지를 선물한 게 아닌 이상 돌려받을 수 없다는 얘기. A씨, 남자가 쪼잔하게 그러지 마요.

CASE2. 이별 뒤 인터넷에 올라온 섹스 동영상

너 혼자 행복한 건 싫어…

Q.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 A와 여자 B. 둘은 5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대한 견해 차이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B의 결혼 소식을 접한 A.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던 A는 B의 결혼을 막으려고 두 사람이 연인일 당시 합의하에 만들었던 섹스 동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했다. 이 경우 A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A. 사랑했던 연인이 나를 떠나서도 행복하길 빌어주진 못할망정, 이게 웬 찌질 코스프레인가. 위 사례의 경우, 동영상이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해 촬영된 영상물이라는 점에서 A의 행동은 성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음란물 배포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에 따라,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A는 이러한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B가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그 처벌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CASE3. 자꾸 내 휴대전화 몰래 훔쳐보는 애인

저기… 이건 제 건데요?

Q. 매사에 그 누구보다 ‘쿨’하다고 자신하는 여자 B.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남자 친구 A 앞에서는 질투의 화신이 돼버리는 보통 여자다. 어느 날, A가 휴대전화를 두고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A의 카톡 목록들을 하나씩 읽어가기 시작하는데…. 이를 A가 발견한다면 B에게 어떤 법적 처벌이 가해질 수 있을까?

A. 사랑해서 구속한다고? 연인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무단으로 열람하는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위배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어마 무시한 형벌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하니, B양, 몰래 볼 거면 아예 들키지 말길.

CASE4. 지하철에서 찐~하게 키스하는 커플.

확 풍기 문란으로 신고해?!

Q. 스킨십을 유난히 좋아하는 커플 남녀 A와 B. 이들은 길거리, 공원, 학교 어디든 가리지 않고 스킨십을 즐겨왔는데. 데이트를 하러 지하철에 오른 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키스를 하다가 한 아주머니의 핀잔에 멈칫한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뭐하는 짓이냐며 ‘풍기 문란’으로 신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A와 B는 정말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까?

A. ‘형법’ 제245조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며 지하철, 공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연인 간의 키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사실상 A와 B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둘만의 스킨십은 자제할 줄 아는 에티켓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CASE5. 빌려간 등록금을 주식으로 날린 애인.

거짓말까지 하며 주식을 해야 했니?

Q. 새벽에 술에 잔뜩 취해 전화한 남자 친구 A. 사정을 들어보니 다음 학기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쉬어야 한단다. 마음 여린 여자 친구 B는 그동안 과외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금해둔 돈 4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조만간 갚겠다며 고마워하던 A가 학교를 열심히 다니기는커녕, B의 연락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A의 지인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A가 빌린 돈 전부를 등록금이 아닌 주식에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 B는 A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A. ‘빌려준’ 것과 ‘그냥 준’ 것은 엄연히 다르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거나 빌려준 경우에는 양자 간 채무-채권 관계가 성립하므로, 이에 대한 증거만 있다면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돈을 빌려줄 때는 가급적 증거가 남는 계좌 이체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보다 확실하게는 ‘증거 문자’나 ‘증거 녹취’를 확보하는 것이 좋은데, A가 연인 사이인 B가 그냥 돈을 준 것이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위 사례처럼 돈을 빌리면서 그 용도나 향후 갚을 방법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거짓말로 B의 돈을 빌려간 A는 사기죄까지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연인 사이에 이게 너무하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먹튀’는 막아야지.

CASE6. 부모님의 반대.

우리 그냥 결혼하게 해주세요!

Q.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여자 B. 그녀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오랫동안 교제해온 CC 남자 친구 A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이러한 의사를 부모님께 알린다. 그러나 B의 부모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다 아직 직업도 없는 A가 탐탁지 않다. 이때 A와 B는 부모님 동의 없이도 결혼이 가능할까?

A. ‘민법’ 제807조에 따라, 남녀 모두 만 18세부터 결혼이 가능하다. 남녀 중 누군가가 만 18세인 경우라면 여전히 미성년이므로 합법적인 혼인을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위 사례의 경우 A와 B 모두 성년에 이르렀기 때문에 자유로이 혼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법적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부모 동의 없이 마음대로 결혼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면?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이보다 더한 시련이 훨씬 많을 텐데, 부모님의 허락조차 받지 못하면 되겠냐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해 설득해보는 것이 어떨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으니.

모든 사례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해준 양정자 박사는, 법률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많은 갈등을 가장 이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럼에도  ‘사랑’이라고 당부했다.

“성인이 된다는 건 정신적, 물질적으로 온전히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고,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으로 기대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연애와 결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남녀 사이에 수많은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때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법률을 아는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정자 박사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