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은퇴 후 원하는 삶을 말씀해 보라 했더니 ‘빈둥거리다 가겠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말을 할까. 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게 긴 인생 살이의 숙명이다. 이왕이면 건강한 게 좋지 않을까? 어떻게?

김 차장에게 보내는 친구의 스마트 편지

아침 알람 소리가 울린다. 헤비급 눈꺼풀을 사력을 다해 들어 올리고 어기적거리며 출근을 준비한다. 아침 챙겨 먹느니 1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김차장, 쓰린 속을 부여잡고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쉬는 시간이면 위로는 부장님을, 아래로는 대리님을 모시며 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료들과 회사 뒷편에 모여 뒷담화와 함께 담배를 열심히 피워댄다. 저녁은 술 접대. MSG 잔뜩 풀어넣은 감자탕과 소맥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집에 가니 12시. 운동은 숨쉬기로 대신한 후 침대로 직행,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아내가 따라 들어와 ‘첫째 애 과외 한 과목 더 시켜야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당연히 해 주고 싶지만, 우리 노후 준비도 못하고 있으면서 기약도 없는 애들 교육에 돈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40대, 퇴직도 아주 먼 남의 얘기가 아니고, 기나긴 노후를 생각하면 수억원은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잠이 달아나버린다. 아!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

그냥 생각하기도 싫다면?

김 차장, 사는 게 어렵다고 잠 못 들지 말고 일단 푹 주무시게나. 잠이 오지 않는다고? 별이랑 양을 100개까지 헤아리다 보면 저절로 잠이 든다는 걸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오늘은 꿀잠을 자고 내일 이 편지를 읽어보시게. 돈보다 중요한 건강을 챙겨야 우리의 노후도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김 차장도 100% 공감하게 될 거야. 굿나잇!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당장의 생활비 외에 노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 일단 본인 건강 챙기기에 전념하자. 건강하면 노후에도 돈을 벌 수 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해 보라. 아마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떤 기업이든 50세가 넘은 직장인은 슬슬 회사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100세 시대, 대부분의 사람이 90세 이상의 수명을 누리게 된다는데, 50대 중반에 퇴직해서 그 후 40년을 아무 일 안하고 살려면 국민연금 몇십만원을 기본으로 추가로 필요한 돈이 월 100만원은 되니 일 년에 1200만 원, 10년이면 1억2000만 원, 40년이면 4억800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걸 어떻게 다 충당하나?

제일 좋은 방법은 퇴직 후에도 지속적인 수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55세부터 80세까지 매월 100만원씩만 벌어도 노후 자금 3억원이 넘는 가치가 있다. 그러니 그 많은 은퇴 자금을 다 모을 수 없을 것 같다면 퇴직 후에도 일을 하면 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주1)에 따르면, 응답한 50대 남성 100%가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일하고 싶다고 누구나 일자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나와도 건강하지 못하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일자리 걱정말고 건강부터 챙기라는 말이다. 젊은 시절 만큼 많이 벌지 않아도 좋다. 하루 몇 시간씩만 일하고 적게 버는 단순한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한 노후 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부터 챙겨서 가능한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버는 한편 소비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돈을 뿌리며 다니게 된다. 교통비, 밥값, 간식비, 레저비 등등 수 많은 소비 항목이 길 위에 존재한다. 그 시간에 일을 하면 그만큼 절약하는 셈이다. 특히 건강으로 절약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항목은 의료비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의 평균 기대 수명은 82.4세다. 그 중 평균 10년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산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산출했다. 건강 수명은 평균 수명에서 질병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하고, ‘몸이나 정신에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산 기간’ 만 추출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72.6세로 나타났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10년 정도는 병원을 들락거리며 산다니 그에 따라 부담해야 할 의료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건강을 유지한다면 10여 년간의 병원비를 아낄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간병비 등을 포함한 주요 암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살펴보면 많게는 6000~7000만 원까지 들어가니 노후에 큰 병에 걸리면 노후 자금을 한 번에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암 외에도 심장, 뇌혈관, 간질환 등 주요 노후 질환 역시 치료비만도 3000~4000만원씩 들어간다. 그러니 노후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은 곧 돈을 번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되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대홍기획과 함께 기획하고 리서치 전문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2013.6. 23〜27일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퇴직 후에도 일해야 돈도 벌고 오래 산다

건강한 몸으로 일을 하면 더욱 건강해진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하게 사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인데 나이 들어 가질 수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빠른 두뇌 회전을 해야하는 일보다는 몸을 움직여 일 하는 것들이다.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울산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70대의 운전 기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50대 초반까지 지역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 명예 퇴직을 했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한 덕에 함께 퇴직한 동기들 대부분은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몇몇은 본인처럼 일을 더 하는 길을 택했고, 나머지는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며 지냈다. 퇴직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일하지 않고 집에만 있던 친구들은 퇴직 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고, 본인처럼 택시 운전을 하거나 귀농해서 일을 해온 친구들은 아직도 건강하다며 ‘돈을 떠나서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산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대로 노후에 적당한 노동은 약이 된다.

40대가 되면 누구나 건강을 보살피라는 몸의 신호를 받는다. 주로 혈관과 관련된 신호들이다. 40대 몸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그때 단련한 몸이 인생 후반기의 기초 체력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몸을 스스로 체크해야 한다. 체중과 허리둘레,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기본이다. 특히 과체중은 온갖 성인 병의 근원이다. 체중의 증가는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주요 사망 원인의 위험 요인이므로 가족 중에 이러한 병이 있다면 본인의 체중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담배도 40세쯤 되면 끊는 것이 좋다. 폐가 튼튼하다며 계속 흡연을 하다가는 폐암,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병에 걸려 사망에까지 이르거나 회복이 되더라도 온 가족을 고생시키는 삶을 살 수도 있다.

근육 운동도 필수다. 매일은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아령 등으로 팔뚝과 가슴 근육을 만들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으로 복근과 등근육을, 파워워킹을 통해 하체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노후가 문득문득 걱정되는 김 차장, 우선 담배부터 끊고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길. 그리고 음식은 몸에 좋은 걸로 챙겨 먹으며 본인의 건강부터 챙기시길. 자신은 물론 가족과의 오랜 행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건강이다.
김 차장,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