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한 명의 천재보다 평범한 다수가 필요한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시대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보다 널리 알리는 자가 성공하고, 지식과 정보는 나눌수록 가치가 오른다. 국제감각이란, 화려한 영어 점수와 해외 여행 경험으로 쌓아올릴 수 있는게 아니라, 세계의 지성인들이 나눠쓰자고 여기저기에 뿌려 놓은 고급정보와 최첨단 지식을 찾아 쓸 수 있는 지혜로운 액션의 척도를 말한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국제감각을 쌓고자 하는 이들의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해외 사이트를 몇 곳 소개한다. 인터넷만 있으면 쉽게 업그레이드 가능한 당신의 국제감각, 이 정도는 알고 가자.

살아 숨 쉬는 세계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WIKIPEDIA>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어떤 무언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지식은 인류 전체에 퍼져있다’는 집단 지성의 위력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이트. 하와이어로 빠름을 의미하는 위키(wiki)와 백과사전(encyclopedia)의 합성어인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의 역사는 물론 인터넷의 역사에도 획을 그은 괴물 같은 존재다.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이미 290여 개 국어로 번역이 되어 전 세계에 3억6500만이 넘는 편집자 겸 독자가 있다. 편집자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자신의 ‘덕후적 지식’을 최초로 위키디피아에 등록시킬 수 있으며, 그렇게 올린 콘텐츠가 또 다른 ‘덕후’, 또는 ‘관심자’들에 의해 공증을 통한 편집이 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키피디아의 가치는 바로 ‘함께하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위키디피아는 시공을 뛰어 넘는 거대한 소통 창구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가장 보편적이고 믿을 수 있는 지식의 창고라고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물론 저작권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위키미디어커먼스 또한 무료로 가입, 이용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오직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크고 작은 지식과 상식을 나누고, 고품질 사진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면 ‘사용자 겸 정기 후원자’가 될 것을 권한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어 사이트도 있으니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위키디피아가 다수의 개인들에 의한 편집과 수정 과정으로 다듬어지는 콘텐츠이므로 ‘절대 진실’로 인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 내용을 국사책에 인용했다 망신 당한 모 출판사의 케이스는 아직도 출판, 사학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

가장 손쉬운 시민참여의 장

<아바즈 AVAAZ>

‘유엔보다 민주적이고 효과적이며, 국경을 초월하는 커뮤니티’라 불리는 글로벌시민단체 아바즈는 2007년 창설된 국제 인권단체이다.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으며,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해 전해지는 각종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권, 정치, 환경문제 등 크고 작은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200여 개국 34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있으며 그들의 액션으로 이미 수많은 글로벌 이슈들이 긍정적인 해결책을 얻었다. 서명에 참가하는 일부터 직접 서명운동을 전개하거나 오프라인으로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25만 명에 가까운 멤버가 있고, 그들에 의해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명운동 등이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벌꿀을 되살리기 위한 서명운동, 부자들의 사냥터를 만들기 위한 탄자니아 정부의 마사이족 집단 이주 방침 철회 운동 등 확실하고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기하고 뿌듯한 것은, 아바즈의 항의 서명을 접수한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을 철회하거나 수정한다는 사실이다. 아바즈가 더 큰 운동 단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바즈는 정부와 기업에게 그 어떤 지원을 요청하지도, 지원을 하겠다는 제안도 거부한다. 오직 회원들의 정기 후원금과 사안별 지원금으로만 운영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모든 압력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이메일을 받고 서명란에 클릭하는 것만으로 나의 국제감각이 늘어나고 더불어 인류의 희망도 늘어나니, 이보다 쉬운 시민참여는 없다. 한국어 지원 중이다. www.avaaz.org/kr

21세기 우리나라 문명의 수준을 들여다 본다

OECD 웹사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줄여서 OECD)는 세계적인 국제기구 중 하나이다. 대부분이 자유시장 원칙을 받아들인 선진국을 회원으로 하며 경제성장, 개발도상국 원조, 무역의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회원국이다. 얼핏 나의 국제감각과 OECD가 무슨 상관인가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웹사이트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만 있다면 검색해볼 만한 데이터도 다양해서 잠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특히 널리 알려진 페이지가 ‘Better life Index (행복지수)’인데, 이것은 GDP와 같은 경제지표를 넘어서서 웰빙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 페이지는 웹페이지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웨비 어워드(Webby Award)에도 선정될 만큼 좋은 디자인으로 알기 쉽게 제작되었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나 단어 검색 수준의 최소한 성의만 있다면 그래픽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검색을 원하는 나라를 선택하면 항목별 행복지수를 살펴볼 수 있고, 특정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설정도 있다. 자신의 행복지수를 직접 편집하여 그래프에 끼워 넣는 일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이나 각종 SNS의 팔로워가 되면, OECD의 실시간 의견 결정에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킬 수도 있다. OECD 웹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두 가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삶의 수준이 늘 회원국 하위에 머물러 있고, 교통사고, 자살 등 부정적 요소들의 지수는 늘 1위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정부에 대한 원망이나 비난의 소재로 삼을 것인지, 자신과 공동체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이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엄연한 OECD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서운한 일이다. 영어 구사 여부 또한 ‘문명 수준의 척도’라면 할 말 없지만. www.oecd.org

누구나 국제적 저술가가 될 수 있다, 0원으로 내 책 만들기

<아마존 셀프 출판>

전 세계 220개국 약 2만 2000개가 넘는 웹사이트와 치밀히 연결된 아마존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유통이다. 판매하는 상품은 물론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서비스가 전자책을 읽는 단말기 ‘킨들’이고, 최근에는 킨들의 서비스를 이용한 아마존의 셀프 퍼블리싱(Self Publishi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아마존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자신의 책을 집필, 편집, 출판, 판매할 수 있는 일련의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개방적 언어정책이다. 책의 제목과 머릿말, 요약 등은 영어로 등록해야 하지만 내용은 한글을 사용하든 러시아어를 사용하든 작가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사이트를 취재하며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 정밀 지도’,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토속음식 100’ 등의 아이템이 떠올랐다. 물론 이런 책을 아마존을 통해 발행하려면 작가가 직접 취재하고, 사진 찍고, 원고를 써야한다. 저작권이 전적으로 작가 개인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이 판매될 때마다 발생하는 매출은 아마존과 저자가 나눠갖는데, 저자에게는 35%가 지급된다. 한국의 평범한 작가들이 출판사로부터 지급받는 통상적 인세 6~10%에 비하면 파격적 배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국 출판계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지불해 주는 ‘선인세’(결국 작가가 챙길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전체 인세 안에 포함된 금액일 뿐이다)는 지급되지 않는다. 인세 지급 방법은 작가가 해외에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 해당 계좌, 그렇지 않은 경우 아마존 발행 수표가 집으로 배달된다.
https://kdp.amazon.com/self-publishing/signin

공유되는 지혜

영어 전용 <코세라COUSERA> & 한글 서비스<스노우 SNOW>

배움의 가장 큰 미덕은 공유다. 정보와 지식의 공유와 더불어 최근 해외의 온라인에서는 대중 공개강좌(MOOC)라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명문 대학의 커리큘럼 동영상을 무료 또는 부담없는 이용료로 접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바로 그것이다. 하버드, 스텐퍼드, 예일,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등 이미 많은 대학이 대중 공개강좌를 실시해왔으며 그중 가장 인기 있고 대표적인 강의들은 OCW(Open Course Ware)라 불리는 지식 공유 오픈 플랫폼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앱으로 공유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세라(Coursera) 인데, 사이트 자체에는 한글이 없으니 어느 정도의 영어 능력이 있어야 스스로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낼 수가 있다. 단 한국인의 보편적 영어 수준으로는 이 강좌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대학과 전공에 따라 한국어 자막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이수하려면 영어 의사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영어 때문에 절망이라면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운영하는 OCW사이트 ‘SNOW’를 강추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세계 명문대학들의 강의 영상이 친절하게 잘 정리되어있다. 이 사이트들이 고마운 것은 강좌가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 듣고, 복습하면서 발생한 의문점들을 교수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다. 물론 보낸 질문은 교수의 답변 또는 자문 형태로 되돌아 온다. 대학을 학문의 깊이, 또는 전문성 확보를 위한 아카데미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대학에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www.coursera.org , www.snow.or.kr

세계인의 시티라이프를 엿볼 수 있는 요지경

<타임아웃 월드 온라인 매거진>

전 세계의 대표적인 메가시티에는 ‘타임아웃’이라는 주간지가 있다(아쉽게도 아직 ‘타임아웃 서울’은 없으나). 출장이나 여행으로 대도시에 입성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항 게이트를 나섬과 거의 동시에 타임아웃을 손에 넣는다. 이유인즉슨 이 작은 매거진 안에 도시에서 일어나는 한 주간의 모든 이벤트가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예술, 쇼핑, 음식 정보 등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어 그곳 도시인들의 데일리 감각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타임아웃의 온라인 매거진에 접속하면 굳이 여행, 출장을 가지 않고도 그 도시에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이번 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는 무슨 전시가 있는지, 오늘 밤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어떤 공연이 있고, 베이징에 생긴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어디인지,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 되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이 사이트 역시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함께 ‘그들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해야하는 기획 관련 직장인, 홍보대행사의 직원, 프레젠테이션 연습용 아이템이 필요한 학생, 특정 도시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속적인 관찰을 해 볼만한 것이다. www.timeou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