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칭송 했던 자동차나 1920년에 만들어졌지만 21세기의 것처럼 모던한 의자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탁월한 미학이 담겨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다음의 걸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라 권하고 싶다. 

1926년에 나타난 걸물 바르셀로나 의자 

실로 유명한 의자다. 독일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것으로 모던한 절제미와 탁월한 실용성을 자랑한다. 단순한 디자인, 고급 가죽 소재, 직선과 곡선이 매혹적으로 조합된 의자로 영화와 드라마를 빈번하게 장식해 이미 익숙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의 독일 전시관에 출품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그 모던함은 지금의 감각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만국박람회에선 스페인 국왕과 왕비를 위한 옥좌로 사용되었다.

의자의 틀은 크롬을 도금한 봉강을 X자 모양으로 만들었고, 가죽 끈 위에는 쿠션을 넣고 가죽을 씌운 쿠션과 등받이가 더해진다. 가죽 쿠션 테두리에 더해진 가두리 장식이 사각 모양을 돋보이게 하며 그가 디자인했던 실내의 기하학적 요소와도 조화를 이룬다. 의자의 좌판과 등받이를 지탱하기 위해 가죽끈을 사용했다. 촘촘하게 배치해 지지력을 높였는데 실용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완성도를 높인 탁월한 선택이라 할 것. 바르셀로나 의자에는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우아한 미학이 담겨 있다.

바우하우스에서 시작된 

미스는 페터 베렌스 밑에서 일하고 바우하우스에 참여하는 동안 건축과 디자인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익혔다. 독립해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에 있는 투켄타트 주택을 비롯한 모던니즘을 건물을 디자인했다. ‘적을수록 좋다’ 그의 철학을 반영하는 건물과 가구도 인기를 누렸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해 뉴욕의 시그램 빌딩 같은 명작을 남겼다.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에 반함  코닥 인스터매틱 33 

등장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수천만 대 판매를 기록한 코닥사의 인스터매틱(Instamatic) 시리즈는 사진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카메라 중 하나로 통한다. 첫 눈에 호감가는 매끈한 외관과 사용자 친화적인 조절 장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인스터매틱 33은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인스터매틱 33은 쉽게 넣을 수 있고 따로 걸거나 되감을 필요 없는 카트리지형 126 필름으로 막강한 지지를 받는다. 은색 고리 위쪽에 있는 선명한 세 개의 그림 기호는 카메라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날씨 기호에 맞추고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영특한 제품이라 할 것. 복잡한 되감기 장치가 아닌 대부분이 플라스틱 재료여서 제조원가를 낮추는 효과까지 있었다.

이 카메라를 디자인한 케네스 그레인지는 197년 동료들과 함께 디자인 공동체 펜타그램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재봉틀에서 런던 택시, 고속열차 인터시티 125까지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 신선함을 안겨 주고 있다.

펜타그램은? 

1972년 런던에서 테오 크로스비, 앨런 플레처, 콜림 포브스, 케너스 그레인지 등이 설립한 디자인회사다. 건축, 실내장식, 제품디자인, 기업 이미지 통합 디자인 등을 통합한 다양한 디자인을 서비스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며 지난 50년 동안 나이키, 티파니, 펭귄 북스 등과 손을 잡고 일해 왔다.

프랑스를 위로한 유선형의 자동차 시트로엥 DS

1955년에 등장한 시트로엥(Citroen)은 가장 매혹적이고 혁신적인 자동차 중 하나로 통한다. 직선과 곡선이 만난 길고도 낮은 유선형의 자동차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세련된 디자인만이 아니었다, 차의 패널은 볼트로 고정되어 붙인 흔적이 없는 매끈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런 혁신이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새로 고안한 유압시스템 덕분이다. 점화장치가 들어올 때 차체를 들어올리고, 제동기와 방향전환장치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자동 현가장치를 조절하는 전에 없던 유압시스템이었다. 시트로엥 DS 시리즈는 20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전조등, 범퍼, 전방 공기흡입구 같은 부분은 몇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시트로엥 DS의 상징인 공기역학적 형태는 한결같이 유지되었다. 이차의 디자이너 플라미니오 베르토니는 공작용 점토로 시트로엥 DS의 유려한 자체를 디자인했다. 일설에 의하면 자동차의 디자인을 하루 밤 사이에 완성했다고 하니 가희 천재라 칭할 만하다. 시트로엥 2CV, 시트로엥 아미를 만든 것은 물론 조각 작품도 꾸준히 선보이는 아티스트였다.

찬사가 이어지다 

1955년 10월 5일 파리 모터쇼에 나타난 시트로엥 DS에 찬사가 쏟아졌다. 불과 하루 만에 시트로엥 사는 약 1만2000대의 주문을 받기에 이른 다.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처럼 생긴 자동차라며 강한 호감을 표하기도 했다. 프랑스에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였고 국력도 상당히 약해진 상태에서 과학기술과 진보한 디자인이 결합된 자동차는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자유로운 60년대를 상징하다 몰튼 자전거 

노먼 포스터는 이 자전거를 ‘20세기 영국 디자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정의한 바 있다. 1962년 몰튼(moulton) 자전거가 등장했을 때 특이한 외관에 놀란 이도 많았지만 모던한 스타일에 사람들은 빠르게 매료되고 말았다.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로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유럽에서 자동차를 대체할 교통수단을 찾기 시작했고 자전거는 좋은 대안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 엔지니어 알렉스 몰튼은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은 핸들과 안장 사이의 가로대를 생략한 F자 모양의 스텝 스루형 프레임과 작은 바퀴를 지녔다는 점이다. 작은 바퀴는 기존의 것 보다 공기 저항이 적었고, 고압 타이어를 달아 성능을 높였다. 그래서 방향 바꾸기가 쉽고 무게 중심이 낮아 달릴 때 안정감이 높았다.

몰튼의 디자인은 자전거 타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놓은 걸작이다. 실용성과 편안함으로 사랑받았지만 자전거디자인을 원점에서 바라본 점이야말로 높이 평가 마땅한 것이다. 이 모던한 자전거는 여러 영화에 등장하고 패션에도 큰 영감을 주면서 자유로운 6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다.

누구의 작품인가 

킹스 칼리지에서 공부한 알렉스 몰튼은 항공기 엔진을 디자인하다 가족들이 운영하던 회사에 합류해 차량용 고무 현가장치를 연구했다. 이후 바퀴가 작은 차량의 고무 현가장치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거 디자인을 시작한다. 몰튼은 여러 작업으로 대영제국 훈작사(CBE) 작위와 여러 대학교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