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치열한 격전 끝에 월드컵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이 꿈의 무대에서 몸값 1000억 원의 슈퍼스타부터 군인 연봉인 180만원 수준을 받는 선수까지, 4년을 준비한 선수들의 땀이 그라운드에 뿌려졌다. 누구의 땀은 매우 특별했고 누구의 땀은 절망스러웠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누구나 스페셜리스트가 되지는 못한다. 당신은? 

당신이 없어도 조직은 일체의

흔들림 없이 굴러간다, 세상도 그렇다 

일생에 단 한 번만 출전해도 가문의 영광으로 남는 월드컵 경기. 축구선수라고, 국가대표라고 누구나 꿈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설사 우승팀의 멤버라 해도 세계 빅리그 스카우터들은 냉정한 등급을 매긴다. 그 등급으로 그들은 또 다시 4년을 준비한다. 스카우터들은 자신의 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 강점은 더 막강하게, 약점은 보완하기 위한 선수 이름을 자신의 리스트에 올린다. 생각해 보라. 한 팀에 네이마르(브라질, FC 바르셀로나), 토마스 뮐러(독일, FC 바이에른 뮌헨), 아르예 로벤(네덜란드, FC 바이에른 뮌헨),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FC 바르셀로나) 등 세적인 톱스타들이 모두 있을 수는 없다. 11명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상의 조합이 이루어질 때 그 팀은 강해지는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 미드필더, 윙백, 골키퍼 등등 그 역할에 최강을 뽑는 것이 세계 최고의 팀이 되는 지름길이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한 팀의 구성원이 모두 같은 캐릭터, 능력이라면 굳이 한 팀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 팀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개성과 능력의 조화가 회사에서 꼭 필요한 팀으로 인정받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팀원들 중 꼭 필요한 동료의 존재는 자신을 포함 몇 명이나 되는지 꼽아 보자. 불과 30~4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팀원들은 잉여인간일까. 그것 역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 나름의 존재 이유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다. 능력을 떨어지지만 성실성 하나는 끝내주므로, 창의력은 꽝이지만 시키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해내니까, 2% 부족한 게 확실한데 어쩐지 곧 능력 발휘할 것 같아서, 골프 접대 때 필요해서, 간혹 튼튼한 낙하산 줄도 조직에 남아있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그들의 책상은 호시절에나 바닥에 붙어있을 뿐이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유동적이다. 화려한 백화점도 지하층 푸드코트에서 최상층 가든루프까지 모든 곳이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 분기에 1조원의 영업 이익을 올리는 대기업도 사업부서별 결산을 뽑아 보면 늘 계륵같은 조직이 있게 마련이다. 잘 나가던 경제가 꿀렁거리면,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이름깨나 알려진 경제연구소나 투자전문기업에서 세계 경기 흐름을 어둡게 예상한다는 리포트만 나돌아도, 그 책상은 언제 사라져 버릴지 알 수 없다. 경영진이 위기를 느끼는 순간, 계륵은 당연히 1차 정리 대상이 되곤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다시 벌어질 조짐만 보여도 기업은 군살빼기에 착수하기 마련이고 자신의 이름이 살생부에 등재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직장인의 착각 가운데 가장 흔하고도 한심한 경향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표를 내는 순간, 팀은 집단 멘붕에 빠지고 회사는 휘청거릴 것이다,라는 하지만 이런 생각은 순진을 넘어 자기도취이자 자신을 스티브 잡스와 동일시하는 일종의 ‘범죄’이다. 어떤 조직도 일개 조직원의 이탈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럴 정도의 회사라면 당장 사표를 써도 좋다. 회사는 항상 보완과 대체를 준비한다. 영업팀도 1, 2부가 존재하고 그것이 국내, 해외영업부로 세분된다. 그 이유를 아는가. 부서 간 경쟁관계로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대답은 절반의 정답이다. 전산팀이 있다면 회사 어딘가에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존재한다. 지금 회사의 조직도를 그려보라. 쉽게 업무 연관성이 연결되는 조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업 1팀과 2팀은 각자의 생태계에서 뛰고 있는 게 맞지만, 굳이 두 팀으로 나눠 운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 팀의 흔들림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정상적인 기업은 보완 혹은 대체재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회사 어딘가에 우리 부서, 나를 보완 혹은 대체할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 점심 느긋하게 먹고, 영업 현장이 아닌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인터넷 서핑하고, 대안없는 불평이나 늘어놓으며 지내고, 전공 분야 공부는 고사하고 10년 전 업무 일지를 지금까지 참조하며 살고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대체제가 소리없이 당신의 바로 뒤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정기 건강 검진보다 중요한

수시 자기 능력 점검

막강그룹 영업부의 김대리는 성실하며 대인관계 좋고 실적 또한 괜찮은 편이다. 그에 비해 이대리는 평범한 직장인의 전형이다. 모든 면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이다. 동료나 선후배들은 모두 다 김대리의 과장 승진을 점쳤지만 2년 후 과장 승진은 이대리가 먼저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김대리의 대체재를 회사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난하다는 것은 개성이 없다는 것, 즉 주특기가 없다는 것이다. 10명 중 3등은 기억되지 못한다. 1등 혹은 2등만 기억되는 세상이다.

김대리의 업무 성과나 독해에 강한 영어 실력으로는 김대리가 과연 꼭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회사 간부들은 상중하의 중에 동그라미를 친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리는 무엇으로 회사와 간부들을 설득했을까. 그것은 이대리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찾기 힘든 인도어 전문가였던 것.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회사에서 찾아낸 스페셜리스트가 바로 이대리인 것이다. 당장 인도어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회사에서 판단할 일이다. 특화되지 않은 것은 도태한다. 보완재와 대체재가 가능하다는 것은 항상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증명서와 동일한 것이다.

야구를 보자. 25명의 엔트리 중 투수군을 빼면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는 숫자는 10여 명이다. 그들은 소리친다. “투수 베이비!” “오늘 공이 수박만하네.” 그들은 ‘벤치 워머, 혹은 벤치 자키’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 응원과 야유만으로도 그들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리그 꼴찌를 확정짓는 순간 벤치 워머 살생부는 한겨울 찬바람처럼 선수들을 향해 휘몰아친다. 그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특화된 선수뿐이다. 항상 부족한 포수, 주루 센스로 특화된 대주자, 한 방이 기대되는 거포 등등이다.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특화된 한 방이 있어야 한다. “그건 이대리가 전문가야. 이대리 불러봐” 상사의 입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는 순간 당신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 업무 관련성이 있다면 어떤 분야이든 상관없다. PT의 귀재가 되건, 프랑스어로 아프리카 영업의 최전선에 서건, 인도어나 아랍어에 능통해도 좋다.

그렇다면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부서와 회사의 약한 곳을 파악하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미 승부는 결정 난 것이다. 어떤 조직이건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는 많은 투자를 한다. 바로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위크포인트의 보완제’가 되는 것이다. 우선 회사의 장기적, 단기적인 목표, 즉 전략과 전술을 알아야 한다.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에 자신의 능력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동남아를 거점으로 인도에 진출하려는 회사에서는 동남아보다는 인도를 타깃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영어와 중국어는 이미 레드오션이다.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 중국어 능력자는 회사에 수두룩하다. 어설프게 눈 부비며 새벽마다 영어학원 다녀봤자 어렵다. 그렇다면 블루오션으로 진출해야 한다. 인도어, 아랍어, 태국어 등등 세계는 넓고 언어는 더 많다. 이렇게 비밀병기처럼 공부한 당신의 제3언어는 미래에 최강 무기가 될 것이다.

셋째, 겸직에 지원하라. 회사는 조직원 개인당 생산성을 체크한다. 100명이 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회사라면 일인당 생산성은 2억 원이다. 하지만 당신이 겸직을 하는 순간 당신의 생산성은 4억 원으로 올라간다. 당연히 겸직은 힘든 고행의 길이다. 한가한 퇴근, 주말을 보내기 어렵다. 하지만 주경야독하듯 영업과 기획을, 기획과 IR을, 전산과 보안을 해내는 당신은 이미 스폐셜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들어 온 회사다. 시쳇말로 가위바위보로 승진할 수는 없다. 마치 아이언맨의 특수 슈트처럼 하나하나 장만된 당신의 특기는 당신을 직장 최고의 스트롱맨이자 스폐셜리스트로 우뚝 서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