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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가족을 해외로 내보낸 ‘기러기 공무원’들이 꽤 많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대략 118만명으로 추산한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벌거벗은 관리’라는 뜻에서 ‘뤄관(裸官)’이라고 부른다. 가족이 해외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해외로 도망갈 수 있을 만큼 가볍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말 자체에 사회적 냉소가 담겨 있다.

국장급 이상 고위층은 주로 가족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내보내고 하급 관리들은 그보다 비용이 저렴한 태국과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내보낸다. 이런 뤄관들이 중국에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지는 이미 오래다. 불법으로 재산을 챙긴 뒤 여차하면 외국으로 도망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관리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이다. 설령 재산을 빼돌리려는 목적이 없다 하더라도 해외로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부패에 연루되기 쉽다. 정상적인 중국 공무원 월급으로 해외를 포함해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뤄관들은 항상 질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래도 법적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뤄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뤄관이라는 사실만으로 공직에서 철퇴를 가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뤄관이라고 해서 모두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도 아닐 텐데 가족을 해외로 내보내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을 박탈하거나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직을 유지하려면 당장이라도 가족을 국내로 불러들여야 한다.

가족 해외 내보낸 관리는 공직 박탈

부인만 해외 나가 있어도 뤄관으로 분류

지난 3~6월 광둥성에서만 900명 좌천

발단은 지난 1월 중국공산당의 인사 문제를 담당하는 중앙조직부에서 개정해 발표한 조례였다. 당 조직부는 뤄관을 간부직에 등용하지 말 것을 각 기관에 지시했다. 동시에 뤄관으로 간주되는 범위를 확대했다. 과거에는 공무원 본인을 기준으로 자식은 두고 부인만 나가 있거나 부인은 두고 자식만 내보낸 경우는 뤄관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조례에서는 자식은 중국에 두고 부인만 해외로 나가 있는 경우도 뤄관으로 판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부인은 두고 자식만 공부 등의 이유로 해외로 나가 있는 경우는 여전히 뤄관에서 제외된다.

최근 들어 지도자 중에서 개혁의 깃발을 가장 높이 치켜들고 있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가 이번에도 총대를 멨다. 광둥성은 얼마 전에도 유명한 향락 도시인 둥관시에서 대대적인 퇴폐업소 단속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뤄관에 대한 철퇴 작업도 대대적으로 벌였다.

상징적으로 팡쉬안 광둥성 부서기가 뤄관이라는 이유로 정년퇴직 5개월을 앞두고 물러났다. 장관급 고위 인사가 뤄관이라는 이유로 내쳐진 것이다. 광둥성은 또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관할지역 내 뤄관 1000여명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 900명 가까운 뤄관을 좌천시켰다. 광둥성 정부는 뤄관들에게 가족을 귀국시키지 않으면 한직으로 몰아내겠다고 예고한 뒤 실제로 징계 인사를 단행했다. 광둥성 정부는 뤄관들을 내치면서 “가족들을 해외로 내보내면 자신도 언제든 출국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이유를 댔다.

광둥성의 선제적인 뤄관 퇴치 작업은 지금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뤄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이 최소 10개 성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중국에서 뤄관은 더 이상 공직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뤄관이 근무할 수 없도록 지정한 기관에 웬만한 곳이 다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위원회, 인민대표대회, 정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법원, 검찰원, 국유기업, 인민해방군, 공안, 금융감독기관 등이 두루 망라됐다. 덕분에 지금 중국에서는 때 아닌 가족 상봉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