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트렌드

 유튜브에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 200만개를 돌파한 ‘의리식혜’는 패러디 영상 등 네티즌의 2차 바이럴(누리꾼이 자발적으로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을 낳았다. 광고로서는 이례적으로 ‘실검’을 장식한 ‘으리’ 광고는 누가 만들었을까? 왕뚜껑 ‘단언컨대’ 김준현 편, ‘남자라면’ 류승룡 편에 이어 ‘으리 식혜’ 김보성 편까지 ‘상남자 3부작’을 완성한 독립광고 대행사 komaco의 권덕형 국장을 만났다.

한 달 만에 유투브 조회수 300만개 목전, 음료 매출 100% 신장 

배우 김보성이 20년 넘게 외쳐온 ‘의리!’가 한 재기 넘치는 광고대행사를 만나 일주일 만에 신드롬이 됐다. 6월 2일 현재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283만개를 달리는 가운데, 광고가 시작된 7일부터 12일까지 비락식혜 편의점 매출은 2주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8%(GS25), 48.3%(세븐일레븐), 전통음료 시장에서는 100% 가까이 성장했다. 으리 식혜 광고를 기획한 komac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덕형 국장은 2004년 스카이 뮤직폰 클럽 신을 패러디한 팔도 왕뚜껑 CF로 동시대 CF를 최초로 패러디한 장본인이다.

2005년 공전의 히트작 왕뚜껑 ‘치마’ 황보라 편은 음식을 깔고 앉으면 안 된다는 금기를 넘어섰고, 지난해엔 이병헌의 휴대폰 CF를 패러디한 김준현의 ‘단언컨대’와 ‘남자라면’ 류승룡 편으로 히트를 쳤다. 코마코 60여 명의 직원 중엔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많다. “어제 밤샜어요. PT가 있어서요.” 조회수 300만을 목전에 둔 ‘으리식혜’로, 모든 광고주가 손을 잡길 원하는 CD(Creative Director)팀 수장이 된 그를 코마코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드롬을 실감하나요? 유튜브 조회수는 조만간 300만개를 찍을 것 같아요. CJ가 비락식혜 광고 케이스로 세미나까지 열고, ‘비락식혜 만든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팀 연결해달라’는 타 광고주들의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으리 시리즈’ 착안 계기는? 팀 막내가 ‘요즘 페친들이 이러고 논다’며 김보성과 으리 시리즈 합성한 것들을 보여주더라고요. ‘탄산, 색소,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우리 몸에 대한 의리’라는 틀을 잡고, 제품과 연관된 ‘신토부의리, 아메으리카노’ 등을 개발했죠. 제품을 희화화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광고주가 콘셉트를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김보성 씨와의 촬영 에피소드? 가마니를 맨 주먹으로 살이 까질 때까지 치셨어요. 이단 옆차기로 차며 들어오는 첫 컷도 보성 씨가 모니터링한 후 액션배우로서의 자세가 안 나왔다며 몇 번 더 촬영했죠. 하지만 발차기 몇 번과 가마니 스파링으로 체력을 거의 다 쓰셔서, 하하. 머리로 박을 깨는 신에서 감독도 “사람이라면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고 말렸지만 김보성 씨가 “나는 뜰 수 있다”며 여러 번 찍었어요. 매니저 없이 분당에서 파주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왔는데 밥차 앞에 줄 서서 함께 먹고, 물도 떠다 주더라고요. 보통 감독, CD, 광고주 등 몇 사람한테만 인사 하는데 막내 스태프와도 악수를 나누고 90도로 인사하셨어요.

(좌로부터) 팔도 남자라면 류승룡 편, 왕뚜껑 김준현 편, 비락식혜 김보성 편

보통 ‘이 광고 터질 것’이라는 느낌이 있나요? 사실 ‘남자라면(2012)’ 류승룡 편이 먼저 히트했어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장성기’ 이미지를 차용했죠. 젊은 팀원들이 ‘이거 오유나 아이러브사커에 올릴까요?’라고 자꾸 물어봐요. 일단 광고주 컨펌을 받아야 되는데 너무 웃기니까 빨리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보통 마지막 편집 녹음 과정에서 웬만큼 대박 나겠다는 느낌이 오는데, 으리식혜도 이 정도는 아니었죠.

‘키치 전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말이 들리던데 B급 정서를 즐기시는 편인가요?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이 타는 스타일이었는데 성당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성격개조를 했어요. 인생은 고귀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다들 평범한 B급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인사돌(최불암)이나 한국 야쿠르트(김우빈) 등 진지하고 진중한 광고도 많이 찍었어요, 하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CF의 총감독이죠. 맨땅에서 스토리를 만들고 광고주한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설명해주고 카피라이터, 디자이너와 협의해주는 코디네이터가 되는 거죠. 스토리를 기획, 프리젠테이션, 촬영, 녹음, 편집 등 CF가 나갈 때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일이에요. B형이라 스트레스를 잘 안받아요. 새벽 2~3시까지 한 2주 일하면 힘든데 전 새벽 3시에 안 나오면 ‘4시쯤 나오겠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게 제 모토거든요.

광고인으로 18년을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광고 대행사는 모두에게 ‘을’이죠. 노출이나 멘트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연예인이 분장실에서 안 나오거나 촬영 감독이 메가폰을 던지고 나가버린 적도 있죠. 모델이 성형을 해서 평소 얼굴과 완전히 다르다거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1박 2일 기다렸다가 틈새 촬영을 하는 일도 다반사죠. 모델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설득력 있게 멘트를 하시던 인사돌 광고의 최불암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요. ‘군대 간 아들을 면회 가기 위한 20리터의 기름’을 소재로 했던 GS칼텍스 ‘착한 기름’ CF도 기억에 남네요. 광고를 모아두는 페이스북 제목이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와?’예요. 몇 주 동안 새벽에 들어온 저한테 아내가 보낸 문자죠.

좋은 광고란? 악하지 않은 광고? 물론 제품은 팔아야 하겠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열어야 좋은 광고죠. 좋은 광고가 되거나 범작을 만들거나 선택의 기로가 있어요. 그 결정을 하는 것도 용기일 수 있겠죠.

Biography 권덕형 1970년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 2010년 부터 독립 광고 대행사 komaco에서 CR본부 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유업 ‘카페라떼’, GS칼텍스 ‘착한 기름 이야기’, 포스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동국제약 ‘인사돌-최불암/고두심’, 한국야쿠르트 ‘브이푸드’ 세븐, 김우빈 편, 팔도 ‘비빔면’ ‘남자라면’ 류승룡 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김정운 편, ‘꼬꼬면’ 이경규 편, ‘왕뚜껑’ 김준현 ‘단언컨대’ 편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저서로 <15초 생각 뒤집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