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인간은 후회한다. 그래서 더 발전할 수도 있지만 ‘후회는 언제해도 늦는다’라는 말처럼 가장 좋은 건 후회할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여기 직장 내 인관 관계를 무너뜨리는 세 가지 함정이 있다. 그것은 말, 돈, 그리고 남녀관계이다. 꼭 직장 내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인생에 있어서도 잊지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다. 

솔직하게 얘기해봐! 회식 자리 

찰리 채플린은 “인간의 진짜 모습은 술에 취했을 때 드러난다”고 말했다. 술은 인간의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정신적 내시경’같은 존재이다. 직장 내에서도 술은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술자리는 대인관계를 좀 더 긴밀하고 친숙하게 연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 술로 인해 불구대천의 원수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술 취한 인간’의 모습이다.

직장 내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빈번하다. 부서 회식도 있고, 삼삼오오 마음 맞는 동료끼리 가볍게 마시는 자리도 있다. 술 마실 때 스스로 챙겨야 할 첫번째 마음은 ‘변함없음’이다. 간혹 술 마시기 전후와 술좌석에서의 태도와 언행이 전혀 달라지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직장 내 인간 관계의 기본을 상실하는 행위다. 공식적인 부서의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 맞다. 회식에 참석하고 집에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면 산재로 처리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승진기업 박진동 대리는 이른바 엘리트 스펙의 소유자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2개의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업무 처리도 깔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음주 후 급변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면 그는 빛의 속도로 헐크처럼 변모한다. 불편할 정도로 부장이나 차장에게 술을 권하고 동료 여직원에게 성적 농담을 일삼고 심지어 부장의 집에 가서 3차를 하자고 떼를 쓰기도 한다.

처음에는 회식자리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박 대리의 ‘살신성인 쇼맨십’으로 알았던 동료들도 차츰 그와의 회식을 꺼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1차를 하고 헤어지는 척하며 박 대리를 제외하고 2차를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만약 당신이 이렇게 ‘상갓집 강아지’ 취급을 받을 정도가 된다면 당신의 직장 생활은 반쪽짜리 신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 대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김기만 차장이다. 그는 회사에서 처세의 달인으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아부는 약과, 그의 회식 자리에서의 진면목은 부서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순서대로 부장 테이블로 불러 하는 행동이다.

“자, 우리 술자리인데 편하게 마시자구. 안 그래요 부장님? 그러니까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봐 오 대리. 우리 부서에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말이야?”

김 차장의 ‘솔직하게 말해봐’의 주문에 걸리게 되면 처음에는 주저하던 부서원들도 술 먹는 분위기에 휩쓸려 ‘방언’을 터트리기 일쑤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부장님은 조금 강압적인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는 말씀드리기 불편하지만 우리 부서는 너무 야근이 많아요.”

이렇게 한 두 마디 나오기 시작하는 소원수리들은 부장의 평정심을 흔드는 돌팔매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솔직히 말해봐’라는 말에 솔직해 지면 안 된다. 물론 부서의 운영 방법이나 건의 사항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평상시 업무 시간에 공식적인 회의나 건의 방법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신의 DNA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자신뿐 아니라 남에 대한 방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속내 혹은 마음에 담아둔 불만이란 이름으로 부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또 하나 담아둘 것은 회식자리에서 가끔 일어나는 ‘야자타임’이다. <무한도전> 무한상사에서 일어나는 야자타임의 재미를 일반적인 직장 문화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우리 부장님이 ‘유느님’은 아니다. 지나친 재미로 스스로 흥분해 야자타임에서 눈치 없이 심하게 혹은 오랫동안 상사에게 막말을 날리는 것은 ‘난 너 싫어, 재수없어’ 소리를 부장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효과를 맞볼 것이다.

채권, 채무자가 되지 마라

직장 내 돈 관계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가 생긴다. 푼돈의 경우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보험 약관 대출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부담스러울 경우 직장 내에서 돈을 융통하기도 한다. 그럴 때 향하는 시선이 평소에 여유있어 보이는 동료나 상사.

박동수(가명), 그는 상당한 재력가의 둘째 아들이다. 대학 졸업 무렵 상속으로 강남 상가 건물과 아파트를 받았다. 부동산만 믿고 이런 저런 사업을 한다고 돌아다니던 그는 몇 번의 실패를 맞보자 모 중견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러나 ‘밑바닥부터 배워나가겠다’며 직장에 들어간 그는, 입사 6개월도 되지 않아 동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공개했고 ‘예비군 훈련 받기 싫어서 취직한거야’라며 허세를 떨곤 했다. 실제로 그가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하루 용돈 정도 수준이었다.

당연히 그는 직장 일에 흥미를 잃었고 동료들도 그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재벌2세’ 취급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그는 ‘언제든 그만 두어도 괜찮지만, 있는 동안은 대접 좀 받으며 살자’고 결심했고, 마침 누군가가 그에게 급전을 부탁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주저 않고 빌려주었고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자 회사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돈이 급하면 영업부 박동수 씨에게 말해봐. 두말 않고 해주더라구. 이자도 없고 언제 갚으라는 독촉도 안 해.”

박동수 씨는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회사에서의 위상을 높여나가는데 재미를 붙이는 한편 상사를 모시고 일인분에 수십만원 하는 일식집이나 룸살롱을 찾아 ‘사내 접대’를, 그것도 자기 돈으로 해대기까지 했다. 명절 고가 선물은 기본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지속 반복되면서 박동수 씨는 직장 내에서, 적어도 영업본부 안에서 그를 간섭할 사람은 없어졌다. 물론 그의 직장 생활이 엉망진창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일은 해 냈고 간혹 실적도 보여주곤 했다. 그러니 그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 특히 상사들은 그의 어지간한 실수는 못본척 했고, 심지어 ‘채권자 박동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 같은 업무’는 알아서 배제해 주는 ‘자기 검열’ 단계에 가버린 상사까지 등장했다. 그들은 그 대가로 박동수에게 빌린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일년여뒤 회사를 그만 두기로 한 박동수 대리는 단 돈 1만원까지 모두 회수한 후 직장을 떠났다.

직장 내에서 돈관계로 맺어지는 순간 돈을 빌린 사람은 직급과 계급은 사라진다. 단지 채권자와 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아무런 저항과 요구를 할 수 없다.

이번 주말에 따로 만날까?

직장 내 부적절한 남녀관계

‘직장 부부’라는, 오래된 개념이 있다. 직장에서 손발이 척척 맞고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고, 실무적으로 결정적 도움을 주고 받으며, 수시로 겸상 식사를 하는 남녀 직장 동료를 일컷는 말이다. 대부분 직장에는 이런 커플들이 존재한다. 선후배, 동기간을 가리지 않는다. 일단 나쁘지 않다.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음양의 원리 상 직장에서 이성과 어느 정도 친숙하게 지내는 게 정서상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여직원, 남자직원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선후배들 사이에서 덕망있는 인물로 인정받는 계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주의할 점은 당연히 ‘남녀 관계’이다. 직장인도 똑같은 인간이다. 꼭 미남미녀가 아니더라도, 죽이 잘 맞고 감성의 공유가 쉬우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 서로의 속내를 궁금해 하는 단계에 갈 수가 있다. 대부분의 직장 부부들은 간극 조절을 현명하게 하며 살지만 간혹 이성을 잃고 선을 넘어 직장도 잃고 가정도 깨지는 일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사랑도 뭣도 아니다. 직장 부부, 또는 직장 남녀가 최악의 파탄을 예방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두 사람이 공유하며, 그 원칙이 깨지는 조짐이 보이면 가차없이 직장 부부를 포기한다,는 점에 합의해야 한다.

첫째, 공적인 업무나 부서 회식이 아닌 이상 두 사람만의 사적인 만남, 술자리는 되도록 피한다. 상대가 사적인 자리를 요구할 경우 분명한 이유를 대며 사양해야 한다. 보복이나 불편함이 예상된다면 두 사람은 절대로 직장 부부가 아니다.

둘째, 직장 상사의 과도한 선물은 받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정도에 주고받는 초콜릿, 해외 출장 다녀와서 주고받는 가벼운 선물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속옷 세트를 선물하거나 고가의 액세서리, 명품백 등은 아무리 갖고 싶은 것이라 하더라도 웃는 낯으로, 단호하게 사양한다.

셋째, 업무와 무관한 출장에 동행을 요구하거나 야근을 같이 하자는 경우도 피해야 한다. 이 경우 업무적 일이 아닌 경우는 곤란하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고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동료 사원과의 동행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