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솔뫼성지는 갑자기 생각난 곳이다. 그곳은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을 기념하기 위해 성지로 조성했고 천주교 신자들이라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유적이인 이곳이 관심을 받은 것은 최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계기가 되었다.

경복궁 코 앞까지 다가간 천주교의 위력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식을 거행하는 사진을 보자 가슴이 서늘해 졌다. 조선에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당시 로마 교황청의 작업은 집요하고 처절했다. 거기에 ‘조선의 근대화, 개방화’를 요구하는 서구 열강의 강압적 요구마저 강해지면서 흥선대원군이 쥐락펴락 하던 조선은 정치, 문화적 위기를 맞는다.

근대화라니, 그것은 왕권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은 뜻인데, 그것을 조정에서 받아들일 턱이 없었던 것이다. 개방 요구는 외교적 채널을 통해서만 전달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군함을 보내 국권을 위협하는 등 천주교가 관여된 무리수도 적지 않았다. 조선 조정과 바티칸, 서구 열강 간의 알력은 그들의 힘겨루기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죄없는 백성들이 다치고 죽는 사태로 이어지곤 했다.

서해안에 연해있는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에 유난히 천주교 성지가 많은 것은 천주교가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서해안이었고, 그들이 일찌감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모진 고문 끝에 참혹한 ‘순교’를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적지 않은 사람이 천주교로 귀의했으며 그런 흐름은 민간 뿐 아니라 조정의 대소신료에까지 미칠 정도였다. 정약용 가문이 그 대표적인 예로, 그들은 자칫 멸족할 뻔 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국이 천주교 전도 문제로 피비린내 나는 상황 끝에 결국 흥선 대원군은 천주교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중림동에 중림성당이 건립되고, 다시 명동에 주교성당이 세워지면서 천주교의 한국 역사도 시작되었다.

당시 선교사들이 조선의 조정에게 맺힌 게 얼마나 많았으면 1892년 약현성당을 천주교 신도들이 떼죽음을 당했던 서소문 밖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중림동 언덕 위에 세웠으며, 6년 뒤 완공한 명동성당의 십자가를 경복궁 근정전을 향하도록 했을까.

그 십자가가 세워진지 116년만에 천주교의 성지 바티칸은 바로 그 경복궁 근정전과 불과 400m 떨어진 곳에 성전을 만들어 100만 군중을 모아놓고 시복식을 거행했으니 우리나라의 천주교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동시에 선교가 시작된 조선 시대 때 수시로 죽임을 당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조선의 원조 천주교도들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서해안의 수많은 성지들을 떠올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대건의 십자가가 시작된 곳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는 한국 천주교의 중요한 상징이요 살아있는 역사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작은 동산’이라는 뜻의 이곳은 천주교 역사, 순교자 기념 등을 위해 1946년부터 조성된 순교 성지다. 이곳의 모든 시설은 순교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 김대건 일가의 모질고 깊은 삶이 담겨있다. 김대건이 태어난 것은 1821년 8월 21일의 일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천주교 신자가 되었고 그 일로 모두 죽임을 당하면서도 종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김대건의 증조 할아버지인 김진후는 원래 면천 군수였다. 그러다 신자가 된 후 벼슬을 내놓고 신앙 생활에 빠진다. 유교가 건국 이념이었고 오로지 그것 하나만이 삶의 가치로 여겨지던 조선에서 제사를 거부하고, 임금이 아닌 하느님만이 유일한 신이라는 천주교 신자를, 그것도 군수까지 했던 사람의 변화를 가만 두고 보았을 리가 있었을까? 김진후에 대한 박해는 즉각 시작되었다.

그는 홍주, 전주, 공주 등의 감옥에 갖혀 있다 1814년 해미에서 옥사, 76세의 삶을 마치게 된다. 증조 할아버지만 죽임을 당한 게 아니었다. 작은 할아버지도 순교했고 ‘사특한 천주학 집안’이라는 낙인이 이미 찍혀 있어서 언제 또 다시 박해를 당할 지 모르는 지경에 처해졌다.

김진후가 죽자 김대건의 할아버지 김한현은 일가를 이끌고 경기도 용인의 ‘골배마실’이라는 산골로 이사를 해서 살게 되었다. 그때 김대건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 이사한 뒤로도 김대건 집안의 종교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김대건은 1836년 15세의 나이에 모방 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 신학을 공부했고 상해의 진쟈상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았다.

1845년 귀국한 김대건 신부는 본격적인 선교 활동과 외국인 선교사 영입을 위한 활동에 전념한다. 청년 신부 김대건은 그러나 1846년 순위도 앞바다에서 조선 관군에게 체포되었고 1846년 9월 16일 서울 한강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언도받고 순교하였다. 사제 생활 1년1개월만의 참극이었다.

김대건 신부는 신념 강한 천주교 사제만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학 유학자이며 조선의 최장거리 여행자였으며 연평도에서 상해까지 배를 타고 항해한 최초의 항로 개척자이기도 했다. 1845년에는 선교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조선 전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21편의 서한으로 구성된 저서에는 ‘한국교회사의 비망록’이 들어 있어서 ‘성인 추대의 과정인 시복’ 대상 79인을 선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25년의 짧은 삶이었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시간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했다.

성 김대건 아드레아 기념 성당 및 기념관

김대건 신부와 밀사들이 조선 입국을 위해 탔던 라파엘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 해서 세운 건축물이다. 서해 폭풍우에 돛이 찢기고 키까지 부러져 침몰할 위기에 처했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조선 땅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붉은 외관이 인상적인 이곳은 2006년에 완성, 봉헌되었는데, 500명이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성당 내부에 들어가면 강렬한 ‘스테인글라스’가 순례자를 반긴다. 감성원 작가가 제작한 이 작품은 ‘강경 황산포’의 해도를 표현한 역작이다. 기념관에는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한국 교회의 박해 상황들, 그리고 김대건 신부가 남긴 편지와 기해박해 보고서가 전시되어 있다.

김대건 신부 생가

이곳이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이라는 사실이 고증된 것은 1906년 합덕 성당의 크램프 신부에 의해서였다. 정부와 문화재위원의 검증 작업을 거쳐 그것이 사실로 확인 된 후 1998년 충청남도 문화재 제146호로 지정되었고, 문화재의원들의 고증과 기왓장 조각들을 발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다.

소나무숲과 김대건 신부 동상

서울 합정동의 절두산 성지나 서해안에 밀집해 있는 성지들을 돌아다녀 보면 어느곳에나 소나무숲이 조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박해당하다 순교한 사람들의 꿋꿋한 믿음과 기개를 나타내는것으로 보인다. 솔뫼성지는 그 이름에 소나무 동산이 포함되어 있으니 두 말 해 무엇할까. 특히 이곳의 소나무는 조성을 위해 이식한 게 아닌, 300년에서 100년 전부터 이곳에 서식하던 나무들이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모두 보며 살아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소나무는 모두 80여 그루로 사색하며 걷기에 적당하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도 이곳에 있다. 김대건 신부상 옆에는 순교복자비와 성인비가 모셔져 있는데, 1946년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세워진 순교복자비와 함께, 성지가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조성, 성역화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석고로 제작된 예전의 성상은 파손되었으며, 현재의 성상은 1977년 전뢰진 교수에 의해 제작되었다.

솔뫼 아레나

아레나의 고대 의미는 ‘모래’, 또는 ‘모래사장’이다. 솔뫼 아레나는 김대건 신부와 밀사들이 합정동 새남터 한강 모래사장에서 순교한 것을 형상화 한 건축물이다. 12사도상은 가톨릭 교회가 12사도로부터 이어져왔다는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회유문을 근거로 제작된 작품이다.

순례프로그램

종교를 떠나 천주교 역사, 종교의 형식 등을 엿볼 수 있어서 한번쯤 참여해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솔뫼성지만 순례하는 프로그램과 도보 여행을 겸한 순례 프로그램이 있다. 솔뫼성지 프로그램은 김대건 신부의 삶을 강론 특강 형식으로 들을 수 있는 미사와 김대건 신부의 생애가 담긴 20분 짜리 영상 관람, 십자가의 길걷기 등 점심 식사를 포함, 5시간에 걸친 여정이다. 도보 프로그램에는 솔뫼성지 순례프로그램에 주변의 주요 천주교 시설인 합덕 성당까지의 도보 순례, 신리성지까지의 도보 순례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솔뫼성지 주변의 또 다른 성지들이 궁금하다면 차량 순례를 권한다. 한국 천주교의 중요한 성전 가운데 하나인 ‘합덕 성당’, 1866년 공주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손자선 성인의 생가가 있는 ‘신리성지’(손자선 생가, 기념 성당 등), 천주교 초기 순교자로 ‘내포의 사도’라 불렸던 이존창의 생가 터와 성당이 있는 ‘여사울 성지’, 하 발바라 등 32명의 순교자를 기념하는 ‘공세리성지’(성지, 공세리 성당 등)가 주요 순례지다.

솔뫼성지 여행 정보

주소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문의 041-362-5021~2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톨게이트 → 합덕 예산 방향 → 32번 국도 → 솔뫼성지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에서 합덕행 시외버스 → 합덕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택시로 5분 거리.

솔뫼성지 주변 여행지

왜목마을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서해안 명소. 왜목포구에서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고 겨울이면 영양굴밥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이다. 주소 충남 당진시 왜목길 15-5

삽교호

박정희 전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26일,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공식 행사 일정으로 알려지면서 명소가 된 곳으로 서해대교 조망, 수산물시장, 함상공원, 해양과학관 등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주소 충남 당진시 신평면 삽교천3길 79

당진필경사

‘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작품 활동을 했던 가옥을 복원한 곳이다. 심훈은 1932년에 이곳으로 들어와 다음해인 1933년 ‘영원의 미소’를 썼고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소설 ‘직녀성’을 집필하면서 받은 원고료로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장편 ‘상록수’ 역시 바로 이곳 ‘필경사’에서 탈고했다.

주소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 2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