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가을이 되면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는 멋진 남자들이 있다. 그런데 사시사철 바바리를 입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이상한 사내들도 있다. 어른이 돼서도 에덴동산을 그리워하는 아담들이다.

바바리맨은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며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노출증 환자다. 대개 노출 직전에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고, 노출 후 자위행위 등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다.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의 반응을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쾌감과 스릴을 즐긴다. 그렇지만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을 때는 엄청나게 실망하고 창피해하며 도망치듯 사라진다. 노출증 남성들은 여성을 미행하거나 그 이상의 접촉은 거의 하지 않는다.

노출증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성 접촉에 장애가 있다. 심각한 조루증으로 고통을 받았던 철학자 루소(Rousseau, Jean Jacques)도 이른바 바바리맨이었다. 첫 경험의 실패로 일생동안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지 못했던 그는 윤락녀를 상대로 변태적 행위를 즐기거나, 밤거리에서 여성들에게 심벌을 노출하는 행동으로 성욕을 해소했다고 고백했다.

사람의 눈은 작은 뇌라고도 하고 바깥에 돌출된 뇌, 바라보는 뇌라고도 한다. 그만큼 즉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프로이트는 ‘시선을 간접적인 접촉’이라 했다. 보는 것이 손으로 만지는 느낌 이상의 자극을 준다는 의미다. 바지 속에 숨죽이고 있어야 할 물건이 힘이 뻗쳐 건들거리며 겉에 나와 있는 것을 봤을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지러진다. 무방비 상태에서 봤기 때문이다.

야한 영화는 작정하고 본 것이기에 어느 부위가 나오든 그다지 놀랍지 않다. 하지만 길 가다 만나게 되는 변태의 출연은 멍한 상태에 있을 때 느닷없이 뒤통수를 내리치는 격이다. 여성들은 노출을 통해 남성들에게 관심과 찬사를 받지만 남성처럼 시각에 의해 쉽게 자극받지 않고 흥분하지도 않으므로 남성이 과다하게 노출하면 징그럽다고 느끼며 매우 당혹스럽다. 때문에 노출증은 거의 예외 없이 남성에게서 볼 수 있다.

왜 이들은 성기 노출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잘못 형성된 성 가치관 때문이다. 자신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주는 지배적인 어머니와 너무 약해 성격 발달의 모범적 역할을 못 하는 아버지에 의해 공포가 생기며, 어렸을 때 강한 권위자로부터 모욕을 받았거나, 커서는 여성으로부터 모멸감을 받은 경우에 거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타난다.

자기 존재에 대한 취약성, 자신의 성기에 대한 불신 등이 있어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해 건재함을 확인하고 마초(macho) 같은 강한 남자임을 과시하려는 심리다. 우리들 생각에 바바리맨은 직업도 없고 사회부적응자일 것 같지만 대부분 버젓한 직장과 가정이 있는 멀쩡한 남성들이다.

집에서는 튼튼한데 밖에서만 새는 바가지를 어쩌면 좋을까? 쉽게 낫는 병도 아니라는데, 아내에게만 보여줘야 하는 보물을 공짜로 아무한테나 보여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아내와 잠자리도 잘 못할 것이 뻔하다. 울고 싶은 아내는 남편이 아무 때나 꺼내서 흔들어도 기겁을 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을 것이다. 욕구만 생기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남편에게 아내가 깜짝깜짝 놀라드리면 괜찮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