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은 이렇게 말한다. “음악을 만나면 인생의 시시함도 사라지지.” ‘Let It Go’로 차트를 평정했던 <겨울왕국>과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올 하반기엔 각국 아이튠즈 차트를 휩쓴 <안녕, 헤이즐>, 다양성 영화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비긴 어게인>과 함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차트 2~3위를 점령 중이다. 극중 BGM이 아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스토리텔러로 기능하는 음악은 이제 작가들에게 대본보다 힘든 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괜사랑><운널사> 등 드라마 흥행 따라 OST 인기도 상승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랑)에서 툭 건드리면 흘러내릴 듯한 조인성의 그렁그렁한 눈과 함께 여심을 무너뜨린 건 그와 동시에 흘러나온 다비치의 노래였다. ‘가슴이 아파 널 보면/괜찮아 사랑이야/부족한 이 맘을 또 나를 사랑을/받아줄 수 있겠니 나를~’(‘괜찮아 사랑이야’) 6회 조인성과 공효진 키스신에서 흘러나온 t윤미래의 ‘너를 사랑해’는 멜론 4위에 랭크됐고, 벅스뮤직, 엠넷, 올레, 소리바다, 네이버 뮤직, 지니 등 6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괜사랑 OST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울랄라세션(Love Fiction), 홍대광(I Feel You) 등이 부른 노래도 멜론 순위 내에 7곡을 올려놨다.
장혁, 장나라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삽입된 에일리의 ‘잠시 안녕처럼’(35위),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삽입된 산이(San E)의 ‘나 왜이래’(55위) 등은 종영 후에도 차트에서 머무르는 경우. 엠넷차트 인디분야에서 40위권에 머물던 스탠딩에그의 ‘고백’은 드라마 <아홉수 소년>에 등장한 뒤인 지난달 31일 9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이러다 보니 컴백을 앞둔 소속 가수들은 신작 드라마 OST에 싱글을 끼워 넣으려 하고, 방송 활동 없이 드라마 OST만으로 음원차트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뮤지션도 즐비한 실정이다. OST는 분위기를 돋우는 BGM이나 등장인물의 상황을 강조하는 수단에서 극을 끌어가는 화자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튠즈 차트 1위 휩쓴 ‘비(非)음악영화’ <안녕, 헤이즐>
<원스> 같은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미국, 캐나다 음원 차트를 휩쓴 <안녕, 헤이즐>과 음원차트 100위 권에 무려 OST 10곡을 ‘줄 세우기’한 <비긴 어게인>은 영화 흥행과 OST의 함수관계를 잘 알려준다. <안녕, 헤이즐>에서 10대 불치병 환자들의 사랑을 뻔하지 않고 시크하게 만든 건 바로 음악. 레코드숍 직원 출신의 감독 조쉬 분은 실제 암 말기였던 친구를 문병 가는 길에 즐겨 들었던 곡을 OST에 실었다.
드라마에 비해 극장까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영화 OST의 차트 인기는 특히 이례적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두 번이나 흘러나온 M83의 ‘Wait’는 감독이 실제 친구와 나눈 마지막 순간이 담겨 있다. 두 주인공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 흘러나온 찰리XCX의 청량한 일렉트로닉 팝 ‘Boom Clap’, 암스테르담에 갈 수 있게 됐다는 걸 확인했을 때 흘러나온 그룹러브의 ‘Let Me In’ 모두 인기를 끈 트랙.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쓴 대세남 에드 시런은 엔딩 크레딧의 ‘All of The Stars’를 작곡했고, 총 세 곡이나 삽입한 15세 천재 싱어송라이터 버디는 10대 주인공의 발랄한 슬픔을 잘 표현했다. 진부하지 않은 대사와 맞물린 감각적인 사운드트랙은 감성폭발 불치병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냈다.
200만 돌파 <비긴 어게인> OST 차트 100위에 10곡 진입
18일 오후 1시 현재 멜론 종합차트 50위에 진입한 <비긴 어게인> OST 수록곡은 총 8곡이다. 16곡의 OST 중 절반으로 단일 음반으론 가장 많다. 주제가인 ‘Lost Stars’는 최근 신곡을 발표한 소녀시대 태티서를 제치고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이미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음악상인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비긴 어게인>은 한물 간 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만드는 로맨틱 멜로디다. 추석 이후 신작들이 대거 개봉했음에도,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을 비롯한 각종 극장 사이트 집계 결과 <비긴 어게인>은 9월 17일 실시간 예매율 1위, 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멜론 10위권 내에 2곡이나 진입시켰다.
2007년 <색, 계>(191만명)를 넘고 다양성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짜-신의 손>을 제치고 예매순위 1위로 올라선 <비긴 어게인>은 CGV, 메가박스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멜론 TOP100 순위 내에는 무려 10곡의 <비긴 어게인> 수록곡이 올라와 있다. ‘Please don’t see, Please See me’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주제곡 ‘Lost Stars’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연인 시절 불렀던 버전이 함께 올랐으며, 그녀를 배신하는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부른 버전은 차트 2위에 랭크됐다.
관객수 200만 돌파한 신공 <비긴 어게인> 제2의 <원스>?
댄 : 폰에 어떤 음악 들었어?
그레타 : 내 음악 목록에 접근할 생각 말아요! 공개하기 창피한 음악들이 많아요.
댄 :나도 그래. 뭘 듣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돼.
그레타: 그래서 두려운 거죠.
댄: 어때, 들려줄래?
댄(마크 러팔로)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헤드폰 분배기를 낀 채 뉴욕 거리를 쏘다니며 둘 사이에 남녀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조성되던 이 순간에 나온 음악은 스티비 원더의 ‘For Onve In My Life’, 프랭크 시내트라의 ‘Luck Be A Lady’였다. 데이브의 자동응답 전화기에 그레타가 엿 먹으라는 뜻으로 남긴 ‘Like A Fool’(존 카니 감독 작사, 작곡)과 함께 애덤 리바인이 속한 ‘마룬5’의 새 앨범도 개봉 후 차트 상위에 올랐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이 부른 노래는 개봉 전부터 국내 음원 순위를 석권, 현재 네이버 뮤직 해외 TOP100과 디지털 음악 서비스 멜론의 해외영화 OST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를 싹쓸이 중이다.
1억 5000만원으로 만든 <원스>에 비해 제작비 250억 원의 <비긴 어게인>은 소박한 맛이 덜한 대신 좀 더 말끔하다. 촬영 전부터 보컬 코치를 받아 단련한 키이라 나이틀리의 비음 섞인 노래실력, 처음치곤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벼락 스타를 연기한 애덤 리바인의 섹시한 보컬, 뉴욕 곳곳의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담긴 OST는 왜 음반사들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사운드트랙을 구성하는지를 알려준다.
멜론을 서비스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투자 유통사업부 최재우 매니저는 OST가 음원 차트를 휩쓰는 것에 대해 “영상을 통해 노래를 들을 때 감정이입이나 가사전달이 빠르다”며 “드라마의 경우 반복적으로 음악을 자연스레 듣다 보니 다른 가요에 비해 접근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