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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석기는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과학전문작가로 전업했다. 저서로는 ‘과학 한잔하실래요?(2012년)’ ‘사이언스 소믈리에(2013년)’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2014년)’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년)’ 등이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외로움, 엄밀히 말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학술지 ‘심리과학’에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가 여부가 시각적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자들은 인형의 얼굴에서 사람의 얼굴로 바뀌는 9단계의 이미지를 준비한 뒤 어느 단계부터 사람으로 보이는가를 조사했다. 피험자들은 모니터에 뜨는 이미지를 보고 인형인지 사람인지 판단하면 된다. 그 뒤 사회적 고립감을 측정하는 심리테스트를 받았다.

데이터를 분석하자 사회적 고립감이 클수록 인형 얼굴 비중이 높은 단계에서도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인형과 사람 얼굴이 반반인 이미지를 보고 고립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40%가 사람이라고 판단한 반면, 고립감이 적은 사람은 20%만 사람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두 번째 실험으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성격테스트를 한 뒤 임의로 미래 삶의 고립도를 알려주고 앞의 인형·사람 얼굴조합 이미지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래에 고립될 거라는 통보를 받은 집단의 합성 얼굴을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지점은 사람 얼굴 비율이 평균 66%일 때인 반면 인간관계가 풍부할 거라는 얘길 들은 사람은 평균 73%일 때야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외롭거나 또는 외로울 것이라는 예상이 왜 이런 지각의 변화를 일으킬까. 연구자들은 “진화의 관점에서 살아 있는 존재를 알아차리는 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회를 최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절박한 과제기 때문에 생명체의 신호에 민감해진다”고 해석했다.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욕구는 본능

외로운 사람 사기당할 확률 높아

외로운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고 그 결과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해결책 또는 완화책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방안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로봇이 외로운 사람들의 말동무가 되는 영화와 같은 상황도 머지않아 현실로 나타날 것 같다. 얼마 전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불과 19만8000엔(약 200만원)에 ‘페퍼’라는 키 120㎝짜리 로봇을 내년 2월 출시한다고 발표해 놀라움을 줬다. ‘아시모’나 ‘휴보’처럼 두 다리로 걷는 게 아니라 바퀴로 움직이지만(치마를 입은 형상이다) 다섯 손가락이 있는 양팔과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얼굴이 인상적이다.

페퍼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있어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학습 능력도 있다. 이상한 질문으로 엉뚱한 답을 유도해 페퍼가 기계임을 확인하며 스스로 흥을 깨지 않는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페퍼는 반려동물보다도 훨씬 나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페퍼는 너무나 단순화된 사람 얼굴이어서 누가 봐도 진짜 사람처럼 보이진 않지만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 볼 수 있듯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진짜 같은 얼굴이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로서는 별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석기 과학전문작가 / 일러스트 : 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