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당신이 흡연자라는 가정 하에 질문을 드린다. 당신은 담배를 끊고 싶은가? 또 하나. 당신이 언젠가 담배를 끊은 비흡연자라는 가정 하에 질문을 드린다. 당신은 스스로 담배를 끊었다고 생각하나?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 담배

 

시민으로 살면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 제일 큰 의문은 제도권 안에 존재하는 도박과 담배다. 도박이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빠트리고도 남을 정도의 강력한 악마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삼삼오오 모여 ‘쩜백 고스톱’이나 ‘훌라’를 하는 정도를 도박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을 ‘업’ 수준으로 생각하고, 도박에 일생의 경제적 성공을 걸었을 때가 문제다. 그런데 ‘도박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도박장’은 국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가를 내 준 ‘카지노’에서 주로 이뤄진다. ‘도박하면 죄’라고 국가가 말해놓고 ‘도박영업 허가’를 내줌으로써 전문 도박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카지노를 발명한 사람들은 미국의 마피아였다. 그들이 뒷골목 양아치에서 합법적 사업가가 되는데 카지노가 결정적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카지노를 바라보는 국가의 생각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돈벌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태도는 장기적이었고 분명한 방향이 있었다. 국가는 카지노의 합법화와 배타적 독점권을 구조적으로 만들기 위한 입법을 감행했고, 끝내 도박장 카지노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며, 다음 단계로 마피아를 몰락시킨(자연 쇠퇴 또는 자본화) 뒤 그 황금알을 거대 자본에 (결과적으로)알선했고, 정부는 짭짤한 세수 확보에 성공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세금을 온통 국민의 복지만을 위해 사용했다는 정확한 근거는 희박하다. 또한 그 구도는 세기를 넘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카지노 허가를 내주지 않고 전문 사설 도박장에 대한 단속을 살벌하게 한다면? 적어도 국가가 허가한 도박장에서 인생을 마감하는 모순은 없지 않았을까? 국가가 곧 국민인데, 국가 경영을 국민에게 위임받은 정부가 국민들을 파탄에 빠트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그렇다고 카지노에서 1만불을 탕진한 사람이 국가나 정부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카지노에 들어간 사람은 바로 자신이니까.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가가 그를 방치하고 심지어 생산과 유통, 판매를 독점한다는 면에서 담배 또한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담배는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건강에 얼마나 나쁜 일인지 밝혀진 것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박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담배는 국가가 아닌 인디언이 발견한 ‘기복 행위’였다. 그들은 연초를 빨아 연기를 하늘로 올려보냄으로써 조상신에 대한 예를 갖췄다. 그 문화를 콜럼버스라는 탐험가이자 약탈자가 유럽으로 유입시켜 대중화 하면서 일반에 스며들었고 오늘의 산업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인디언 시대에 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졌을 리는 없다. 1980년대까지 담배는 마초이데올로기이자 성인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청소년들이 담배를 배우는 동기가 ‘멋’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겉멋’에서 시작된 흡연은 끊을 수 없는 습관이 되어 사람의 몸을 중독시킨 후 결국 죽음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1960년대에 확인되었다. 그 이후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은 이런 것들이다. 자료 제공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01 - 1960년대 들어서 담배의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었고, 1964년 담배와 건강에 관한 일반 외과의사의 연구보고서(Surgeon General’s Report Smoking and Health)를 통해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02 -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담배가 폐암을 비롯한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신장암, 췌장암, 방광암 등 각종 암과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건강 위험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했다.

 

03 - 흡연은 65세 이전 사망원인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니코틴은 정신활성 물질의 한가지로 의존성이 코카인 같은 마약류와 비슷한 정도로 높다. 소화성 궤양, 골다공증, 피부주름, 태아 성장장애에도 흡연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04 -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Cancer) 보고서에 의하면 담배에는 확실한 발암물질(제 1군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벤젠(휘발유 성분), 비닐클로라이드(PVC원료), 비소(사약성분), 니켈 화합물(중금속), 크롬(중금속), 카드뮴(중금속), 폴로늄-210(방사성 물질) 등을 포함한 60여 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있고,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자가 빨고 삼키고 뿜는 일은 중금속과 휘발유로 뒤범벅이 된 걸레를 빠는 것보다 더 심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걸레를 직접 입에 물고 빨면 몸이 즉각 반응하여 토악질이라도 나온다. 담배는? 그런 반응도 없다. 이것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놈의 기름걸레를 태워버리거나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면 된다. 그런데 국가는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그 이유는 흡연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 4500원 짜리 담배 한 갑 중 실제 담배값은 세금 3318원을 뺀 1182원에 불과하다. 담배값을 올린 게 아니라 세금을 더 걷게 되었다는 말이다. 정부는 그렇게 거둔 세금을 국민건강증진과 금연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으며, 담배값 인상으로 금연 인구가 늘어나므로(8% 예측) 담배값 인상이 종합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주장을 한다. 일견 일리도 있지만 ‘흡연 인구 감소’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흡연 경험자, 지금 흡연자들의 주장이다. 담배값이 오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금연을 시도하지만 곧 실패하고 만다. 돈 때문에, 가격, 아니, 세금을 올리는 정부가 밉다고 담배가 끊어질까? 금연은 흡연자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담배를 배운 것이 흡연자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금연 또한 그런 것이다. 임신을 해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흡연 부모가 어디 한 둘인가. 담배는 외부의 그 어떤 요인도 단박에 끊을 수 없는 무서운 자기 습관인 것이다.

 

담배가 무서운 악마인 이유는 그것의 중독성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비소, 벤젠, 납 등 발암물질이 사람의 혈액에 스며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흡연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몸은 태생적으로 ‘현상유지본능’을 갖고 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체 모든 기관이 움직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담배를 처음 배울 때는 누구나 역겹고 어질어질한 통과의례를 겪게 된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줄담배를 피워도 멀쩡해 진다. 우리 몸이 비소, 벤젠, 납, 카드뮴, 크롬, 아세트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중독되었고, 그것이 치명적 유해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은 ‘현상유지본능’을 발동, 그것을 어서 흡입하라고, 그리하여 혈액의 성분을 계속 유지하라고 몸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밥을 먹고 나서 담배가 땡기는 것은 식사할 때의 영양분이 담배로 축적된 혈중 발암 성분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이 모자라니 어서 더 달라’는 신체의 신호인 것이다. 담배가 가져오는 악순관이 이렇게 끝없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고, 그 결과 암의 덫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는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국민 절반을 차지하는 ‘중독 환자’들의 금단 현상을 잠재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담배판매에서 유발되는 어마어마한 세수를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처음엔 미칠 지경이겠지만, 담배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결국 담배 없이 살게 되는 것 아닐까요?”

 

1월 1일부터 금연, 1월 6일부터 다시 흡연에 돌입한, 담배에 찌들린 한 남자의 딱해 보이는 이 발언은 담배를 끊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특히 담배값이 오를 때마다 해보았던 생각이다.”

 

그러나 절대 변하지 않을 진리는 담배를 피우든 끊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라는 사실이다. 세상에 담배를 없앨 능력이 있는 정부는 없다. 또한 담배를 세수 확대의 기회가 아닌, 질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호식품으로 부담없이 공급할 의지가 있는 정부도 없다. 그러나 담배로 인한 질병에 걸렸을 때, 그 누구도 담배를 없애지도 피우지 못하게 하지도 않은 정부를 비난할 수는 없다.

 

모든 원인은 흡연자 당신 안에 있기 때문이다.

 

담배과 결별하는 세 가지 방법

 

금연 10년차인 김동국 씨(48세, 직장인)는 일생에 가장 잘한 일로 ‘금연’을 꼽는다. 그는 2004년 1월1일에 담배를 끊었다. 단 1초만의 결행이요 성공이었다. 주변에서는 모두 그의 금연 성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날 고백했다. ‘그것은 담배를 끊은 게 아니라 담배로부터 끊긴 것’이었다고. 2003년 12월, 김동국 씨는 한 달 내내 송년회 술자리를 가졌다. 영업직에 근무한 그는 그렇지 않아도 일생이 술자리에 끌려다니는 처지였는데, 그 해는 유난히 송년 모임이 많았다. 12월31일은 그 정점해 달했다. 무려 4차까지 이어진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신발도 벗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져 잠들었다. 이윽고 1월 1일 새해 첫날 잠에서 깨어난 그는 첫 호흡을 인식하며 자신을 혐오했다. 콧구멍으로 들어온 자신의 냄새가 너무도 역겨웠고 입에서는 썩어가는 내장의 악취가 풍겼다. 훗날 그는 갈비집 연기, 꼬치집을 돌아다니며 찌들대로 찌든 옷과, 씻지도 않고 잠든 자신의 몸뚱아리, 칫솔질 없이 잠든 자신의 입냄새 등이 금연의 촉진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오랜 영업직 생활로 건강이 상해 있었고, 한달 내내 더욱 집중화된 음주, 흡연이 몸상태를 최악으로 만들어 ‘더 이상 몸이 담배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김동국 씨는 우연이 그런 상황을 맞아 ‘담배로부터 버림받은’ 경우였지만, 실제로 적지 않은 ‘금연 희망자’들이 인위적으로 이런 극단적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줄담배를 피움으로써 몸이 담배를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녀와의 금연 기부 약속과 실천도 좋은 방법으로 추천할만 하다. 금연 2년차인 조은서 씨(39세, 직장인)는 30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시도한 금연 결심이 실패로 끝나자 2012년 12월 ‘도네이션 금연’을 생각해 냈다. 그는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웠는데, 담배를 끊고 그 비용을 모아 ‘굶어죽는 아프리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2000원 짜리 담배 30값의 가격은 6만원, 1년이면 72만원이다. 1만원이면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 아이들 30명이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는 돈이다. 그가 한 달에 6만원을 기부하면 180명의 세끼 식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는 이런 가치를 담배와 바꾸기로 결심하는 한편, 자신과의 약속만으로는 흔들릴 수 있다는 이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 결심을 이야기 하고, 가족 모두가 기부 행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버지의 금연과 기부 행위를 응원했고, 용돈과 생활비를 쪼개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물론 금연 실천은 ‘기부 가치를 뭉개버릴 정도’로 가혹했고, 초기에 비굴한 마음으로 담배를 얻어피운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흔들릴 때마다 아프리카에서 스러져가는 아이들의 얼굴과 ‘아빠를 응원하는 아이들 얼굴’을 의도적으로 생각하며 위기를 극복해 냈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완전한 금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차곡차곡 모이는 기부 금액과 기부 단체의 격려 메시지, 무엇보다 금연 이전에 비해 위생적이고 깔끔해진 주변을 느끼며 한층 자신감이 붙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그는 금연에 성공할 게 확실해 보인다.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도 참고할 만 하다. 참여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전국에는 적지 않은 단체와 병원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먼저 확인하고 가야 할 사실이 있다. 모든 ‘금연 프로그램’을 ‘공익’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대부분 ‘공익’과 ‘수익’을 병행하고 있다. 강사료, 자료제공비, 공간제공비 등 수요자인 ‘금연 희장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프로그램 내용과 실효성은 물론 이용자들의 후기 등을 꼼꼼히 읽어본 후 결정하는 게 좋다.  ‘담배 끊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일을 겪어서는 안된다.

 

가장 믿을만한 단체로는 금연 운동에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국립암센터과 국립암센터에 링크되어 있는 웹사이트들을 들 수 있다. ‘사단법인한국금연운동협의회’(www.kash.or.kr), ‘금연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 ‘금연나라’(www.nosmokingnara.org),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청소년금연짱’(www.nosmoke.or.kr), ‘금연살롱’(nociga.com) 등 금연사이트들이 링크되어 있다.

 

글 아트만│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5.01.15│기사입력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