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흥행을 예상치 못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누적관객수 469만명(1월 15일 기준)을 돌파했다. 첨가물 없는 ‘사랑의 원형’에 대한민국이 감동한 것. 잘 자라준 여진구의 훈남 오라(aura) 가득한 영화부터, 대형 배급사에 밀려 개봉관에 오래 머무르지 못할 ‘착한 영화’도 모두 모았다. 새해, 당신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 가슴 따뜻한 영화를 찾아 나섰다.
푹신한 힐링봇에 매혹되다, 빅 히어로(Big Hero 6)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 히로의 형 테디의 목소리를 맡고, 디즈니 최초로 한국인 캐릭터 ‘고고’도 등장한다. 한국인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고고는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목소리를 맡았다. 엘사와 안나의 어린 시절 캐릭터를 만든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이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로, ‘고고’를 디자인한 김시윤은 수석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뭐니해도 영웅은 베이맥스. 간단한 스캐닝으로 환자의 생체 상태를 감지,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수십 만 개의 DB를 가진 베이맥스는 혼란스러울 때는 두 번 눈을 깜빡이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떡실신’ 상태가 된다. 감독은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와 카네기 멜론 공대, UCLA에서 나노 기술과 로봇 제작을 위한 팁을 얻는 등 로봇학 외 중력,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우주론에 기반한 전문적인 지식을 검증 받았다. 또한 임상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춘기 소년 히로의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북미 개봉 당시 <인터스텔라>를 누르고 북미 흥행 1위에 오른 <빅 히어로>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픽사의 CCO 존 라세터가 지난해 아시아 투어의 출발점으로 한국에 왔을 때부터 강조했던 작품. <겨울왕국>에 이은 디즈니의 2015년 야심작이자, 디즈니 최초로 <어벤져스><아이언맨> 시리즈의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해 꼬마 관객들과 마블 팬들 모두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심쿵지수 ★★★★☆ ‘형은 바로 여기 있어’ 체내 영상으로 형 테디의 모습을 보여주는 베이맥스. 그리고 세상 모든 근심을 포근히 안아줄 듯한 하얗고 부드러운 품에 히로가 안기는 장면.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면, 힐링로봇 ‘메이맥스’에게 안겨 통증 강도 1~10 중 버튼을 누르고 싶어질 것이다. <겨울왕국>보다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만든 6000명 이상의 인물, 26만 그루의 나무들과 1880만개의 빌딩이 눈을 정화시킨다. 비행전문가 제이슨 맥킨리에게 자문을 구한 쾌감만점 비행신과 치명적인 몸매로 총총 걸어가는 베이맥스의 유머감각이 백미.
진구와 민기의 병동 브로맨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28>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내 심장을 쏴라>는 일견 로드 무비의 성격을 가졌지만 배경은 정신병원이다. 끊임없이 탈출하려는 ‘승민(이민기)’과는 정반대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병원에 숨어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수명(여진구)’이 주인공이다. 이들과 같은 병실을 쓰는 501호의 자타공인 오지라퍼 ‘김용’은 감초배우 김정태가, 수리희망병원 최고의 카리스마 ‘최간호사’는 유오성이 연기해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전직 간호사였던 정유정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리희망병원의 내부 구조와 생활규범 등을 자세히 묘사했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폐업한 지 6년이 된 임실보건의료원을 찾아냈다. 영화를 위해 보트 운전 면허를 딴 여진구와 패러글라이딩을 배운 이민기. “사회가 주는 억압, 답답함, 억울함을 뚫고 일어서서 자기 자신을 찾는 힘을 얻었으면 한다”는 것이 감독의 의도다.
심쿵지수 ★★☆☆☆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곳곳에서 터지는 블랙유머를 주목할 것.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수명과 수명을 찾아 다니는 점박이, 그리고 점박이의 뒤를 쫓는 승민이 꼬리잡기처럼 쫓고 쫓는 엘리베이터 액션과 승합차 두 대가 나란히 벌이는 카액션은 스펙타클하다. 이민기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에다, 여진구의 첫 성인 연기작으로, 띠동갑인 둘의 케미가 기대된다. 그러나 원작 속에서 펄펄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영상 속에서 얼마나 구현될 지는 미지수.
루게릭은 안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 <유아 낫 유(You’re not you)>
동명의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원작(미셸 와일드젠 저)을 영화화한 <유아 낫 유>는 사전 시사회 만족도 4.3점(5점 만점)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아카데미를 2연패한 힐러리 스웽크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상류층 여류 피아니스트로 분해 굳어가는 몸, 권태로워지는 부부관계와 사라지는 희망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수개월간 루게릭 환자들을 직접 만난 결과, 걸음걸이, 작은 근육의 움직임, 마비로 인해 질식하는 듯한 발음까지 완벽히 해냈다. 환자를 변기에 빠뜨려 놓고도 배꼽을 잡고 웃는 최악의 간병인 역을 맡은 에미 로섬은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백인 여자버전을 연상시킨다. 직접 제작자로 나선 힐러리 스웽크가 오디션에서 에미 로섬을 만난 후 폭풍 눈물을 흘린 것으로 화제. 브로드웨이 최고의 프로듀서로 토니상을 2연패한 조지 C.울프 감독은 ‘난치병 환자’에 대한 신파 없이 사람 냄새 가득한 영화를 빚어냈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케이트와 생애 처음으로 삶의 목표를 갖게 된 벡의 이야기는 ‘올해 최고의 여성 버디무비’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심쿵지수 ★★★★☆ “소리지르고 싶어!” 초대받은 집에서의 발작으로 불청객이 된 케이트와 벡이 절규하듯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울지않고 못 배길 거다. 영화 말미,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고 ‘Falling Forward’(에미 로섬 자신이 직접 작곡 작사했다)를 부르는 장면. 비긴 어게인 제작진과 에미 로섬의 실력이 제대로 만났다.
韓 신카이 마코토가 선보이는 감성애니 <생각보다 맑은>
‘난 우는 방법을 모를 때 참는 법을 먼저 배웠어/
소중한 건 지켜내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게 더 편해/
난 세는 방법을 몰라서 얻은 것만으로 기뻤고/
꿈이란 건 이루는 게 아니라 미루는 것인 줄만 알았어.’
인디 밴드 ‘9와 숫자들’의 노래 ‘실버 라인’은 애니메이션 영화 <생각보다 맑은>의 그림과 높은 싱크로를 이룬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위해 따로 만든 OST로 보일 정도로. 한국의 ‘신카이 마코토’로 언급되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천음악영화제 등을 휩쓴 26세의 무서운 신예 한지원 감독의 첫 번째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20대의 ‘두식’과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은 30대 ‘은솔’, 음악이 하고 싶은 10대소녀 ‘예미’ 그리고 주인을 만나러 집을 나선 강아지 ‘마로’가 주인공. 애니메이션이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와 대비되는 서정적 영상과 음악이 보색효과를 이뤄낸다. “일본에 신카이 마코토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지원이 있다”(<마리 이야기> 이성강 감독)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뉴타입의 애니메이션 감독”(<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이라는 선배 거장의 칭찬이 아깝지 않다.
심쿵지수 ★★★☆☆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있어 다소 산만해질 만도 한데 탁월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위트 넘치는 컷과 넘치지 않는 대사들은 77분 간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연애도 일도,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 26살의 감성이 탱탱볼처럼 영상 속에서 통통 튄다.
<언터처블 1%의 우정 제작진>의 산타 만들기 <노엘의 선물>
“안녕하세요, 전 수습산타예요. 급 슬쩍해서 갈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요.”(앙투완) 엉뚱한 꼬마와 허당 도둑의 특별한 하룻밤이 펼쳐진다. 이젠 아이들도 믿지 않는 산타를 환상 속에 남겨 두지 않고, 오히려 ‘가짜 산타’를 처음부터 내세워 ‘진짜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산타로 위장해 작업에 돌입한 허당 도둑(타하르 라힘)은 별나라에 있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산타의 썰매가 꼭 필요한 꼬마 앙투완(빅토르 카발)과 만난다. 앙투완은 그의 ‘수습산타’가 되어 이상한 짓만 시키는 고참 산타와 함께 우정을 키워간다. <언터처블 1%의 우정>으로 프랑스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고 <벨과 세바스찬>으로 아이와 동물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렸던 명품 제작진이 참여했지만 개봉관 수가 저조해 흥행성적은 미지수.
알렉산더 코페르 감독/ 타하르 라힘, 빅토르 카발 출연/ 2월 5일 개봉
심쿵지수 ★★★★★ “산타 할아버지 전 6살 앙투완이구요. 산타 할배 썰매 타고 아빠를 만나는게 진짜 소원이에요.”라고 이야기하는 6살 짜리 배우와 사랑에 빠진다에 손목을 건다. 그리고 이렇게 섹시한 산타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