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행의 선도자? 주류에 대한 비판? 현재 한국에서 주목 받는 ‘힙스터(Hipster)’란 존재를 정의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만 알고 있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남들이 알고 몰리는 순간 다시는 찾지 않는 느낌이랄까. 얼마에 해당할 지 알 수 없지만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까이 있지만, 멀기도 한 그들을 보는 종합적인 보고서.

 

 

비주류 문화와 자신만의 고유한 것을 즐기고, 누구나 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존재, 남들의 시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뇌를 지닌 인류. 이는 힙스터를 설명할 때 쓰는 말 중 극히 일부다. 힙스터란 용어는 1940년대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미국에서 비밥 등의 재즈와 흑인 하위문화, ‘쿨한’ 마인드와 성애화된 에너지, 정력, 그리고 격렬함을 지향하는 백인 아방가르드들의 욕망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후 1980년대 펑크와 DIY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주류 문화보단 인디 혹은 인디 록이라는 이름의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서 다시금 발견되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힙스터 집단의 아버지’로도 알려져 있다.

 

What is Hipster 한국형 힙스터의 등장

 

2000년대 후반 예술적인 부문을 추구하고 자신을 나타나는 데 있어 프로들이 홍대 앞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일상화하며, 매사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행동을 ‘힙’으로 규명하고 힙스터란 이름을 붙였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국내에선 주로 패션계에서 믹스매치한 의상을 통해 자신만의 트렌드를 선보이는 대상을 힙스터로 표현하기도 한다. 2014년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면서, 그들의 시선이 닿는 것은 곧 국내 패션·라이프 지의 대상이 되고,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곧 아메리칸 어패럴 티셔츠, 스키니진, 인디 음악 문화는 더 이상 힙스터를 대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힙스터들이 소개하는, 힙스터의 전유물, 힙스터의 성지, 힙스터들을 위한, 힙스터가 열광하는’ 등 국내 트렌드, 핫플레이스로 설명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힙이 아니기 때문이다(유행을 싫어하고 주류를 반발하는 뜻의 힙스터가 자주 쓰이는 것 자체가 역설일 지 몰라도).

 

 

인디영화 ( 사진: 유튜브 스크린샷)

 

What is Hipster 국내 힙스터 출몰 지역

 

그들은 스스로를 힙스터라 칭하지 않는다. ‘진정한 힙스터는 스스로를 힙스터로 칭할 수 있는 쿨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힙스터인 척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추구하는 성향이 보여진다. 또한 한국형 힙스터의 경우 일정한 주거지를 갖지 않는다(소셜미디어도 하지 않는다). 남들이 알아차리는 순간 빠르게 해체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다. 그들이 출몰한 지역 중 홍대 앞, 신사동 가로수길, 성수동,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일반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이후 그곳엔 일부 힙스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남들의 손이 닿지 않는, 소란스럽지 않은 곳을 찾아 비정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긴다. 최근에는 부암동이나 효자동 등 조용한 서쪽 골목길의 카페와 갤러리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지만, 그들은 벌써 그곳을 떠나있을 것이다.

 

 

What is Hipster 힙스터 피로감

 

‘최신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대중의 흐름과는 거리를 두는’ 힙스터의 문화는 미국에선 종종 풍자와 비꼬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행을 싫어하는 그들 사이에 유행이 존재하고, 이미 주류인 사람들의 하위문화를 표방하고 있는 등 힙스터의 일부 문화가 ‘쿨’함을 잃었기 때문이라고(그래서 트렌디한 이미지의 ‘힙’이 들어간 힙스터임을 스스로 부정하고, ‘너드’란 표현을 더욱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 움직임에도 본토 힙스터들은 좀 더 건강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당당히 추구하고 있다. 윌리엄스버그는 뉴욕에서 가장 트렌디하다고 알려진 힙스터들의 지역이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명품보다는 의미가 담긴 옷과 브랜드를 사용하면 세상은 더욱 좋아진다는 것은 그들이 찾은 답 중 하나인 것일까. 국내의 힙스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인디를 찾던 그들은 이제 더 깊은 언더를 찾는다. <킨포크> 속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며(그들은 킨포크가 한국어판으로 번역된 순간 멀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기른 채소로 직접 음식을 해먹거나 채식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으며, SPA브랜드보단 빈티지 스토어나 공정무역 물품을 구매한다.

 

결국은 쿨한 것을 즐긴다는 그들에 대한 논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첨단 자본주의 세대의 새로운 하위문화’와 ‘구별 짓기에 예민한 중산층의 소비문화’란 정의 중 그들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힙스터를 구분하는 아이콘

 

 

본토 힙스터를 대표하는 팹스트 블루 리본 맥주와 염소 수염. ©break.com

 

뿔테 안경 비주류적 패션. 뿔테 안경은 빈티지 옷과 스키니진, 스카프처럼 종종 언급되는 힙스터 패션이다. 노력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자신들의 고유 패션은 곧 힙스터 문화를 상징한다.

 

염소 수염 국내 디자인 상품에서 흔히 쓰이는 끝이 올라가있는 수염 모양은 본래 힙스터가 추구하는 수염에서 나왔다. 최근엔 콧수염과 턱수염을 분리해 관리하는 형태로 크게 정의된다.

 

픽시 고정 기어 자전거. “나에겐 무엇보다도 스타일이 최고!”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픽시만큼 스타일리시한 자전거도 없다.

 

인디 문화 남들이 모르는 인디 록, 인디 뮤직, 독립영화 등을 주로 선호한다. 작은 독립영화 상영관을 찾다가도 남들이 많이 찾는 순간 미련없이 발길을 돌린다.

  

탐스슈즈·애플 국내 힙스터들이 초반 애용했던 물품들이다. 스타일에 상관없이 편히 신을 수 있는 탐스슈즈와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최대한의 기능을 가진 애플의 아이폰 등은 힙스터들이 선호‘했었’다.

 

팹스트 블루 리본(PBR) 맥주 미국 노동자들, 즉 블루칼라를 대변하던 맥주브랜드(최근 그 대접 또한 변화했다). 국내 힙스터는 수입 맥주를 선호하지만, 해외 힙스터들을 대표하던 맥주다.

 

글 이승연│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5.01.23│기사입력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