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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니체에게 거짓말을 했다. 니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자네의 지금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네. 이제부터 자네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렇다. 거짓말은 그 어떤 것이든, 우아하게 혹은 아름답게 포장될 수 없다. 직장에서 우리는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는 ‘진짜 거짓말’이 난무하는 관계 속에 있는지 모른다. 직장 내 거짓말, 그 ‘독약이 든 성배’를 마셔보자.
생각해본다. “왜 저렇게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이지?”라고. 하지만 그런 의문은 품을 필요도 없다. 거짓말에 대해 최대한의 아량을 갖고 변명과 변호를 하자면 ‘인간이 위기에 몰리면 거짓말이란 도구로 탈출구를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근거는 필자, 독자 모두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합리적인 논리와 증거를 스스로 찾는다. 속이 환하게 들여다 보이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자신마저 속이고 속는’ 함정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날씬해지기 위해, 건강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곤 한다. 대개의 경우 “그래 겨우 한 끼인데 뭐. 내가 조금 더 운동을 하면 되겟지”라며 자신에게 위로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도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의 ‘혼자 살거야’, 장사꾼의 ‘밑지는 장사’, 노인이 ‘빨리 죽어야지’가 그것들이다. 어쩌면 이것은 애교 섞인 역설의 거짓말이다. ‘그렇게 하고 싶다’의 반어법인 셈이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진짜 거짓말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거짓말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현대 사회는 수십 가닥의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그 관계망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고 더구나 직장인이라면 직장은 그 관계망의 정점이자 중심이다.
그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는 직장인은 어쩌면 직장 내에 퍼져 있는 거짓말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로 인해 나의 거짓말에 스스로가 면죄부를 주고 자기 합리화의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말이 불러일으키는 폐해와 독성, 즉 ‘불편함과 불안’을 잠시 잊게 하는 ‘편함과 안심의 공유’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그 직장에서 거짓말의 통용의 범위는 의외로 넓고 또한 관대하게 변하게 된다. 그 증거를 찾아보자.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펠드먼은 그의 저서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로버트 펠드먼 지음 / 이재경 옮김 / 예담)를 통해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조차 평균 10분 당 세 번의 거짓말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 ‘기분 괜찮다, 옷이 예쁘네요, 오늘 스타일이 아주 멋지네요’처럼 이왕이면 좋게 말하고 표현하려는 의도에서의 선의를 품은 것이 그 거짓말의 주종이라는 것이다. 그것들을 ‘선의 혹은 착한 거짓말’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착한 거짓말조차 언젠가는 진실이 아닌 거짓말이었다는 확인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관계의 원활함, 소통의 부드러움, 목적 달성, 이익의 극대화, 위기 탈출 등등의 이유로 착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착한 거짓말들은 인간의 관계에서 때로는 매끄러운 윤활유로 작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펠드먼 교수는 저서에서 이런 작은 착한 거짓말들이 모이면 어느덧 훨씬 크고 심각한 영향을 파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작은 거짓말들이 모여 현대사회의 ‘거짓말의 문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말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어 이른바 착한 거짓말의 한계가 확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장 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할까. 그 통계가 있다. 작년 말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자사 직장인 회원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설문에 응한 직장인은 직장에서의 거짓말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82.3%가 있다고 답했으며 없다는 17.7%에 불과했다. 거짓말을 한 이유로는 연차와 휴가를 쓰기 위해서가 47%였으며 그 다음은 집안 일을 위해서가 24%였다. 또한 조퇴 등으로 간단히 쉬고 싶어서가 19%, 타회사 면접을 보려고 잠시 회사를 비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경우는 9%에 달했다.
주로 하는 거짓말 내용은 ‘집안에 급한 일’이 47%, ‘몸이 아프다’가 39%였으며 그리고 ‘거래처 방문 또는 미팅’도 9.5%에 달했다.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보이는 동료가 있냐는 설문에는 67%가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20%가 넘는 숫자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는 ‘거짓말의 고수’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거짓말을 했을 때 드러나는 증상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말을 더듬는다가 33%, 행동이 어색해지고 안절부절 못한다가 26%,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이 14% 그리고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깜짝깜짝 놀란다도 10%에 달했다.
그렇다면 직장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거짓말의 한계치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물론 거짓말 없는 밝은 사회, 행복한 일터가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생각만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인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괜찮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누구나 ‘좋은 아침입니다’ 한 마디 정도는 나눈다. 인사 말미에 ‘부장님, 오늘 넥타이 컬러가 너무 좋습니다. 역시 부장님 패션 센스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정도의 화기애애한 대화도 오갈 수 있다. 또한 ‘김대리, 어제 보고서는 정말 완벽했어. 앞으로 김대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요’라는 말도 있고 ‘미스 김 오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 세련되어 보이는데’ 등등의 말들이 오고 간다. 솔직히 말해보자. 정말 그렇게 느껴서일까,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서 이 정도의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일까. 오히려 이런 착한 거짓말들이 관계의 원활한 흐름을 가져오고 오늘 하루도 사무실 분위기를 좋게 시작하자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일 것이다.
직장인들이 부서 내에서 업무에 관련된 보상을 노리거나 반사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덕담 수준의 말들이 선의의 거짓말의 범위 안에서 직장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직장 상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과 인정은 그를 부서내의 독선적인 절대자로 만들 수 있고, 부하직원에 대한 격려 차원의 칭찬과 인정 섞인 선의의 거짓말은 그를 자신의 능력을 가늠치 못하는 진짜 무능한 직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진실에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진실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챈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니라면’ 진실을 파헤치려 하는 것보다는 덮고가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직장 내에 팽배해지면 그 회사는 더욱 큰 거짓말 때문에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둔감해진다는 것 아닌가.
따라서 실체에 비해 과장된 칭찬은 격려와 화합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로 넘어갈 수 있지만 도를 넘었다고 판단될 때는 정공법이든 은유법이든 ‘원만한 지적’을 해 주는 게 회사는 물론 자신에게도 도움되는 일이다. ‘하하하! 김 대리 그 뻥 정말 재밌네, 어디서 들었어?’라고 받아치거나, ‘난 우리 사무실에 개그맨이 들어온줄 알았어!’ 하며 상대의 거짓말을 유머와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는 것 말이다.
직장 내 거짓말의 유통기한은
직장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한도액이 작은 카드 몇 장을 갖고 돌려막기를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다. 부장에게, 동료에게, 타부서에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각각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그 거짓말이 유용하게 쓰이지만 거짓말의 대상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 거짓말은 들통 나고 직장인으로서는 물론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자존감과 신뢰를 한꺼번에 잃게 된다는 것이다.
김대리는 10일, 20일, 30일을 결제일로 카드 세 개를 돌려쓰고 있다. 급여일은 25일이다. 그는 25일 급여를 받고 30일 결제 금액을 채운 다음, 다시 한도가 발생한 카드로 서비스를 내어 10일 결제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도가 발생하면 20일 결제를 하고 다시 급여를 받는 순환을 이어간다. 그는 스스로 ‘돌려막기의 달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1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막기 위해서는 다음달에 110만원이 필요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 다음달에는 120만원이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늘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부장에게 한 당신의 거짓말을 진실처럼 가장하기 위해 당신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는 끝날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S회사 영업부 김대리는 평소 출근하면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점심시간 전에 외근을 나간다. 그리고 퇴근 시간 무렵 들어와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의 업무 일지를 보면 단 하루도 빠짐없이 거래처를 돌고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해 열심히 영업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장은 그를 의심한다. 그의 실적이 영업 활동량에 비해 눈에 띄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부장의 눈에 그의 하루는 점심 무렵 거래처를 방문해 식사를 하고 사우나를 가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회사 근처에서 동료 영업사원들과 당구를 치다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부장 역시 그런 시절을 보내봤기에 누구보다 영업사원들의 심리를 잘 아는 것이다.
어느 날, 부장은 김대리와 단 둘이 술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물었다. 하지만 김대리는 펄쩍뛰며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다니는지 억울하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부장은 적당히 김대리를 달래고 자리를 끝냈지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곤 김대리의 업무일지에 있는 곳을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형식적인 업무일지를 기록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김대리의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김대리가 거래처에 자신이 다녀갔다는 것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김대리는 부장에게 시말서를 제출했고 연말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가게 되었다.
김대리의 실수는 먼저 성실치 못한 업무태도에 있었지만 두 번째는 부장의 지적을 거짓으로 모면하려는 순간의 선택이었다. 그의 직장 생활에서의 진로를 결정해버린 오류인 것이다. 직장 상사들 역시 신입부터 부장까지 승진하면서 그 연차와 직급에서 오는 고민, 갈등, 적당한 거짓말들의 과정을 다 거친 베테랑들이다. 그들에게 당신의 순간적인 거짓말은 몇 달을 돌려막을 수 있는 금액 적은 한도의 카드일 뿐이다. 오히려 솔직한 고백과 상담을 통해 직장 상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당신에게 신뢰의 회복이라는 카드 한도가 더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직장 내에서의 거짓말의 유통기한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설사 당신의 생각처럼 유통기한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 거짓말은 상해버려 그 어떤 부서의 업무라는 상위에 올라 갈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직장 내 거짓말의 최고봉은?
크고 작은 거짓말 속에서 우리 직장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거짓말의 종류는 다양하다. 취업포탈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490여 명을 대상으로 거짓말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직장인 거짓말의 최고봉은 역시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말지’다. 무려 42%의 직장인이 이 말을 해 본 적이 있다. 그 다음은 ‘언제 한번 밥(술)이나 먹자’, 다음은 ‘집에 일이 있어서’ ‘몸이 안 좋아서’ 오늘 결근하거나, 지각하거나, 일찍 퇴근하겠다는 대답이 20~30%를 차지했다. 남자 직장인이 가장 흔히 던지는 거짓말 1위는 ‘언제 한번 밥(술)이나 먹자’였고 여자 1위는 ‘내가 이놈의 회사를 그만 두고 말지’였다.
업무와 관련된 거짓말로는 상사의 업무 재촉에 ‘거의 다 됐습니다’라는 대답이 상사의 추궁을 순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21%가 대답했다. 또한 매번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에게 심부름에 응하면서 했던 ‘괜찮습니다’라는 말 역시 마음과 다른 거짓말이었다는 설문 조사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 일이 많아 죽겠어’라거나 낮은 연봉에도 ‘그것보다는 내가 좀 더 받는다’라는 것 혹은 ‘나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말들을 직장인들이 흔히 쓰는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단 한번의 거짓말도 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칭찬, 동조, 아부, 긍정, 소통, 관계 등의 단어로 대체되는 착한 거짓말이라는 말들이 우리 사무실을 돌아가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짓말의 유통기한이 짧다라는 점과 착한 거짓말도 본질적으로는 거짓말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신의 거짓말이 오늘을 행복하게 했다면 당신은 내일도 행복해지지 위해 자신도 모르게 또 거짓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짓말이 아닌 진리’다.
[사진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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