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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영계가 원기 회복에 좋다는 것일까? 일반 상식으로 영계는 그저 어린 닭일 뿐이다. 물론 맛으로만 따지자면 어린 닭이 늙은 노계(老鷄)보다는 맛있다.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늙은 닭은 고기가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 때문에 주로 시장에서 파는 닭곰탕 재료로 사용할 뿐, 백숙으로는 잘 요리하지 않는다. 백숙에는 역시 고기가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어린 닭이 제격이다. 하지만 맛이 좋을 뿐이지 특별히 몸보신이 될 이유는 없다.
사실 ‘영계’는 보통 닭이 아니다. 흔히 어린 닭을 일컫는 용어지만 몸보신용으로 먹는 영계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먼저 영계라는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닭을 가리킬 때 쓰는 영계라는 단어는 원래 표준말이 아니었다. 국어사전에는 연계(軟鷄)가 원말이라고 풀이해놨다. 영계는 원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다가 표준어가 됐을 뿐이다.
연계를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운 닭, 내지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연약한 닭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는데 옛 문헌에는 연계찜(軟鷄蒸), 연계구이(軟鷄炙) 등으로 표기해놨다. 어린 닭고기 요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예전부터 몸보신으로 먹어온 영계백숙은 연계백숙의 잘못된 표기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계에는 국어사전에 보이는 설명 이외에 또 다른 뜻이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닭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닭의 특성을 설명한 ‘닭 변증설(鷄辨證說)’을 썼는데 여기에 영계가 보인다.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을 인용해 설명하면서 한자로 영계(英鷄)라고 표기했다.
영계 역시 어린 닭인 것은 틀림없다. 고대 한자사전인 ‘이아(爾雅)’에서는 꽃부리 영(英) 자를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아직 열매는 맺지 않은 상태라고 풀이했다. 그러니 영계 역시 어린 닭 중에서도 병아리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알을 낳아본 적 없는 젊은 닭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연계와 다를 것도 없을 것 같지만 본초강목에 의하면 영계는 단순히 어린 것을 넘어 특수한 닭이다. 중국 당나라 때부터 동양 의학서에 전해져 내려오는 닭으로 특별히 광물질인 석영(石英)을 먹여서 키우는 닭이다.
석영을 먹고 자랐기에 영계인지, 아니면 꽃부리처럼 어린 닭이어서 영계인지 어원은 분명치 않지만 어쨌거나 보통 닭은 아닌 것이, 본초강목에서는 영계가 자라 낳은 알을 먹으면 쇠해진 양기(陽氣)가 되살아난다고 풀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닭은 양의 기운으로 가득 찬 동물이지만 영계는 특히 양의 기운을 보강한 닭이다. 때문에 허약해진 기운을 보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무리 마른 사람도 몸에 살이 오르고 피부에 탄력이 생기며 겨울에는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추운 줄 모른다는 것이니 이름 그대로 약이 되는 닭이다.
참고로 영계백숙을 요리할 때 닭고기 속에다 찹쌀을 넣고 닭죽을 끓여 먹는 것도 이유가 있다. 양기의 진수가 쌀로 흡수되기 때문에 닭죽만 먹어도 몸보신이 된다는 논리다. 역시 본초강목에 나오는 풀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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