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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도서관을 옮겨 놓은 듯한 ‘CGV 씨네 라이브러리’
개관한지 얼마 안된 CGV 씨네 라이브러리는 ‘해리 포터’의 대강당 또는 트리니티 대학도서관 같은 고풍스러움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양 벽면 가득히 꽂힌 책은 ‘영화 일반, 영화 비평, 기타 영화인, 영화 서사, 영화 이론, 영화 일반 섹션 외에 시나리오, 아트북과 콘티북, 영화 출판 시나리오, 제본 시나리오’ 등 놀랍도록 세세한 영화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4월 30일 ‘CGV명동역’에서 ‘CGV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이 공간은 아트하우스 전용관을 추가해 만든 국내 최초 영화 도서관이다. 기존 2개 층 6개 일반 상영관으로 운영되던 것 중 182석에 달하는 가장 큰 상영관을 테이블, 무대, 스크린이 있는 ‘CGV 씨네 라이브러리’로 리모델링했다. 기존 2개의 상업영화 상영관은 독립·예술 전용관 ‘CGV아트하우스’로 변모시켰다. 씨네 라이브러리에 소장된 책은 약 9000~1만권 정도로 영화 원작, 영화 전문서, 국내외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창의적인 영감을 준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 문학 고전 등 인문, 예술 분야를 망라한다. 계단식 사다리를 이용해 책을 찾을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검색을 하거나 직원에게 이야기해주면 찾아준다. 다 본 책은 테이블 옆의 ‘북 카트’에 넣어두면 직원이 제자리에 정리해준다.
작가 정이현이 관객과 나눈 <황금시대> 감상기
배우 유오성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배우 조진웅은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을 골랐다. ‘스크린문학전’은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명작 소설을 영화화 한, 혹은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을 명사의 톡(talk)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이벤트다. 씨네 라이브러리 개관 기념으로 소설가 정이현,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철학자 강신주는 <테레즈 라캥>을 골랐다. 올해는 ‘모던&클래식’ ‘작가와 문학의 영감’, ‘논픽션 on 스크린’ 세 가지로 나뉘어 최근 개봉작은 물론 원작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 화제의 미개봉작까지 기획전에 나왔다.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되거나, 흥행영화가 소설로 출간되는 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미디어셀러가 생겨나는 지금, ‘고전+영화’의 의미 있는 만남의 자리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달콤한 나의 도시>의 정이현 작가는 자신이 고른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2014)를 관람한 후 씨네 라이브러리로 이동, 중국의 천재 여류 화가 샤오홍의 31년간의 짧은 일대기에 대해 관객들과 라이브러리톡을 나눴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정이현(이하 정) 불운한 시대에 태어난 여류화가 샤오홍의 전기를 읽고 관심이 생겼어요. <황금시대>와 <색계>를 아우르는 탕웨이의 놀라운 연기 변신도 놀라웠지요.
허안화 감독의 전작 <여자사십>(1994)에 비해 다소 지루하게 봤는데 어떠신지요?
정) 제3자의 인터뷰 형식이 많아 초반 진입장벽이 높고, 다소 밋밋하게 그린 장면은 샤오홍을 쉽게 재단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배려 아닐까요. 완전히 멋진 영화를 위해서라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편집할 수 있었겠죠. 감독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질서를 부여한 것 같아요. ‘진심’이라는 것은 늘 드라마틱하지만은 않잖아요. 우린 다만 짐작할 뿐이죠.
샤오홍은 글쓰기 외 다른 문제는 서툴렀어요. 같은 작가 입장에서 어떤가요?
정) 작가들이 굉장히 똑똑한 줄 알지만 글쓰기 외엔 다 서툴러요. 저도 그렇고요(웃음). 샤오홍 역시 자기 일 말고 다른 일에 능숙하지 못했죠. 31살로 죽을 때까지 3~4명의 남자와 사귀었는데, 지금과는 달리 정략결혼을 피한 도망 등이 당시에는 엄청난 스캔들이었죠. 여성작가도 연예인급이었고요.
직접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정) 많은 제안을 받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소설가들도 많지만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달라요. 작가들은 삶을 실제로 사는 것보다 그것을 글로 만들 때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LP 타임머신…현대카드 MUSIC LIBRARY+UNDERSTAGE
공사막이 걷히고 얼마 전 정체가 공개된 이태원의 경사진 건물은 바로 현대카드가 만든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 였다. 지난해 디자인 라이브러리(가회동)와 트래블 라이브러리(청담동)로 대박을 친 현대카드가 대한민국의 록과 댄스음악이 태동한 이태원에 복합 음악 문화공간을 만든 것. 현대카드는 이를 위해 뉴욕의 유명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DJ ‘스콧 모우’(록과 일레트로닉), 대한민국 턴테이블리즘의 선구자 ‘DJ 소울스케이프’(재즈, 소울, 힙합), 월드뮤직 분야의 권위자인 일본의 뮤직 저널리스트 ‘오오이시 하지메(제3세계 음악)’를 불렀다. 최근 큰 화제를 모았던 폴 매카트니를 포함해 비욘세, 어셔, 레이디 가가 등 초특급 아티스트의 슈퍼콘서트, 지브리 전과 존 메이어 공연 등의 컬처 프로젝트로 축적한 경험,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공간에 결집시킨 것. 지하 1층으로 가보니 ‘스튜디오(Studio)’가 나타난다. 2개의 합주실과 1개의 음악(미디)작업실이 있는 언더스테이지는 말만 언더지, VOX AC-30 등 시설은 ‘메이저’다. 위에서도 무대를 볼 수 있는 지하 2층 ‘스테이지(Stage)’는 약 350명의 스탠딩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2012년 ‘뮤지션 중심의 새로운 음악 플랫폼’을 기치로 출시한 음원 사이트 <현대카드 MUSIC>가 5월 서비스를 종료하며, 새로운 오프라인 문화공간 ‘언더스테이지’로 옮겨올 것이다.
빌 오웬스 작 1969년 롤링스톤즈 공연의 벌거벗은 히피 사진이 건물 외벽에 걸려있다. 2010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는 원래의 경사를 그대로 남겨놨다. 연세대 건축과 최문규 교수는 이 바통을 이어 받아, 무엇보다 가장 건축적 활용도가 높은 1층 지상공간을 과감히 비웠다. 남과 북을 뻥 뚫어 덕분에 빌딩들이 견고한 벽처럼 이어져 있는 이태원에서 뮤직 라이브러리는 마치 큰 ‘창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높은 층고를 활용해 한 층을 레벨(Level) 1, 2의 두 공간으로 구성했다. 언더스테이지는 소위 ‘현대카드만의 아이덴티티’나 취향을 고집하진 않았으며, 공연 장르에도 규칙이 없다. 유희열, 윤종신, DJ 소울스케이프(Soulscape), 김수로 등 컬처 큐레이터들이 자유롭게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을 무대에 올릴 예정. 개관을 기념해 김창완 밴드와 전인권, 신중현 그룹이 공연을 올렸다. 비틀즈의 초판을 LP 아날로그 사운드로 감상하고, 예술 작품과 견줄 만한 오래된 바이닐 커버를 보고 있자니, 나도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요즘 한국 음반 수집계에 뭔 일 있어요?”
고깃덩어리, 절단된 인형 등을 들고 찍은 19966년 비틀즈 의 그 유명한 붓쳐커버(Butcher cover). 지나치게 선정적이란 이유로 전량 회수돼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이 커버가 떡하니 진열돼 있다. 거기다 롤링스톤즈 100장 한정판 에다 레드 제플린의 초회 음반이라니.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희귀 컬렉션 외에 1950년대 이후 1만장의 바이닐 레코드(LP), <롤링 스톤> 1967년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롤링 스톤지 본사에도 없는 것이다) 1161권 전권 등 3000권의 음악전문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방문고객은 LP를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으며 고가의 희귀 LP는 직원에게 요청하면 틀어준다. 현대카드와 큐레이터가 약 2년여 간 11개 국의 개인 컬렉터와 레코드샵을 찾아 다니며 수집했다. 일본의 음반 수집가들 사이에서 “요즘 한국 음반 수집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 [사진 CGV아트하우스,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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