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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식품 중 하나가 장어다. 많은 사람들이 장어 자체를 스태미나 식품으로 여기며 특히 꼬리가 정력에 좋다고 장어 먹을 때면 적지 않은 남자들이 꼬리부터 찾는다.
하지만 앞으론 남자보다는 여자가 장어를 많이 먹는 것이 좋겠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여성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참고로 아무리 옛 문헌을 뒤져도 꼬리가 정력에 좋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믿거나 말거나의 속설일 뿐이다.
음식을 먹는 데 굳이 성별을 따지는 것이 우습기는 하다. 남녀를 떠나 장어가 사람한테 좋기는 좋다. 옛날 기록을 보면 장어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음식이었다.
조선 선조 때 지금의 개성인 송도 사람 차식은 현재 황해북도 개풍에 있는 조선 제2대 임금인 정종의 무덤, 후릉(厚陵)을 돌보는 능참봉을 지냈다. 정종은 태종이 된 동생 이방원의 위세에 눌려 왕 노릇을 제대로 못했으니 사후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왕릉조차도 초라하게 버려져 돌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차식이 참봉이 된 후 왕릉을 정성껏 가꿨다. 그러던 어느 날 낮잠이 들었는데 정종이 꿈에 나타나 고맙다고 인사하며 “네 어미가 아프다고 하니 내가 좋은 약을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꿈에서 깨 보니 마침 매 한 마리가 날아가다 물고기를 떨어뜨렸다. 길이가 한 자에 이르는, 힘이 펄펄 넘치는 장어였다. 꿈속 일이 생각나 어머니께 장어탕을 끓여 드렸더니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개성 주변의 신기한 일을 기록한 ‘송도기이(松都記異)’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중국에서도 장어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보양식이었다. 송나라 때 황제의 칙명으로 설화를 엮은 ‘태평광기(太平廣記)’라는 책에 나온다.
어느 마을에서 한 여인이 전염병에 걸렸다. 마을 사람들은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여인을 관에 담아 산 채로 강물에 흘려보냈다. 관을 발견한 어부가 열어 보니 여인이 아직 살아 있었다. 어막에 눕히고 며칠 장어를 먹였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여인은 자신을 살려준 어부에게 시집을 갔는데 평생 동안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설화에서 모두 장어는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보양식이었다.
또 하나, 장어를 보는 시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비슷하다.
예를 들어 고려 왕실에서는 여름철 임진강 장어를 보양식으로 삼았다. 여름에 임진강에서 장어를 잡으면 크고 튼실한 것들은 우선적으로 송도에 있는 고려 왕궁으로 보냈고 나머지 장어가 경기도 곳곳의 작은 마을까지 팔려갔다고 하니 송도의 고려 왕족과 귀족들은 장어구이와 장어탕으로 여름 보신을 했던 것이다. 일본에도 ‘여름에 장어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까지 있다. 우리가 복날 삼계탕을 먹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복날에 장어덮밥을 먹는다. 중국도 청나라 때 요리책인 ‘수원식단’에 장어 요리가 많이 보이는데 상하이를 비롯한 화둥 지방에서는 여름이 한창인 단오 무렵이면 장어를 먹었다. 이때 먹는 장어는 인삼보다도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유럽에서도 여름이면 장어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독일 함부르크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중북부 유럽에서는 여름 별식으로 알주페라는 음식을 먹는데 독일어로 알(Aal)은 장어, 주페(Suppe)는 수프라는 뜻이니 장어수프,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장어탕에 다름 아니다.
올여름 사랑하는 여인의 보양식으로 장어를 추천해볼까나.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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