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사진 (CC)Jean-Christophe BENOIST by wikimedia commons
최근 세계유산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신규 유산으로 선정 된 24곳의 지역 가운데 일본의 ‘하시마섬’, 일명 군함도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산업혁명유산’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일본의 산업혁명 현장에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에 그곳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했던 한국인이 해방 직전에만 800여 명에 이르렀다는 사실 외에도 ‘강제 노역’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일본 대표부의 어물쩡한 태도였다.
똑똑히 알고 찾아가는 세계문화유산 여행
당시 징용 당한 조선인들은 군함도의 해저 1000m 탄광에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인뿐만이 아니다. 중국인들도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이 ‘강제 노역’ 부분을 놓고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강제 징용’이라는 표현과 관련된 조율이 있었고, 결국 ‘지정 이후’ 사토 쿠니 유네스코 대사의 ‘많은 조선인들이 끌려와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강제 노동을 한 장소도 있다’며 ‘그 사람들을 잊지 않도록 설명하는 장소도 만들고 싶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현장에서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본 정부가 실제로 군함도 문화유산 현장에 ‘용서와 애도’ 장치를 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유네스코에서 주관하는 세계유산에는 ‘세계유산’(베르사이유 궁전과 정원,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주로 건축, 유적지, 자연 중심의1000여 개의 문화 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벨기에 뱅슈 카니발, 일본 가부키, 한국의 농악 등 전통 문화 중심의 341건), ‘세계기록유산’(조선왕조실록,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 항해일지, 1893년 여성참정권 탄원서 등 시대를 변화시킨 문서 중심의 300여 건) 등 세 분야가 있다. 일반 시민이나 여행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분야는 ‘세계유산’ 분야다. 건축물, 기념물, 유적지, 구조물, 자연기념물, 지질 등 보고 만지고 걸을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행지로서의 가치와 인기도 높은 편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자국의 특별한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가치 인정’과 ‘보전’, 그리고 ‘관광 수익’ 등 몇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하시마섬’ 역시 몇 일 전 등재가 된 이상 앞으로 보다 많은 여행자들이 그곳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그곳이 영화 ‘007스카이폴’에 등장했던 장소라는 사실도 더 많이 알려져 이래저래 하시마섬은 여행자들의 더욱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하시마섬이 한국의 선조들이 해저 1000m 깊이의 갱도에서 노예 생활을 했던 곳이며, 노역에 동원된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 되었다는 사실은 분노할 일이다. 당시 징용되었던 조선인들이 정당한 노동과 그에 대한 합당한 임금을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유네스코 대사의 발언이 실제로 실천되는지에 대한 감시과 압력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문화유산 등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유산위원회(http://whc.unesco.org) 가입국이고 많은 ‘지정 유산’을 확보했음은 물론 모든 ‘지정 유산’이 유엔이 정한 합법적 절차를 밟은 결정이므로 일단 결정 된 유산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계 유산들이 ‘누군가 희생했던 장소’라는 점을 모를 여행자는 없다. 왕조시대 때 평민과 노예들의 희생으로 건축된 궁전과 교회가 어디 한두 곳이던가. 우리나라의 서울성곽, 경복궁, 창덕궁, 백제궁, 신라궁 등은 물론 세계적인 여행지가 되어 있는 유럽의 숱한 성당, 교회 등도 계급사회 시절에 동원된 평민과 노예들의 피와 땀의 댓가다. 물론 설계하고 시공한 귀족 또는 당대 예술가의 뛰어난 능력도 한 몫 한 게 사실이다. 왕조시대가 끝나고 시민 사회가 된 이후에도 그런 ‘걸작’들은 누구도 훼손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치졸한 변명으로 치부되었지만, ‘예술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에 조건부로 항복했다’는 2차 대전 당시 유럽 일부 국가 지도자들의 발언도 ‘문화 유산’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칭찬할 수도 있다. 끝내 연합군이 승리했고 무사히 남은 문화재를 통해 후세들은 돈도 벌고 힐링도 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유럽의 대형 박물관에 소장 중인 보물급 문화재들의 상당수가 해외 침략과 식민지에서 강탈해 온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놈의 역사란 도대체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세계 곳곳의 문화유산 현장에는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는 많은 여행자들이 천년 성당 앞에서,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고성의 뜰에서, 왕가의 권위와 러브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조성된 궁전과 정원을 거닐며 감탄하고 셀카 놀이에 빠지고 있다. 어쩌나! 아름다운 문화 유산을 직접 가서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사진 찍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더 알고 싶은 게 오늘을 사는 인류의 욕망인 것을. 세계유산 : http://whc.unesco.org/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 www.unesco.or.kr
새로 등재된 곳 가운데 가보고 싶은 여행지
여행 애호가 가운데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역 가운데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의 목록을 버킷리스트 형식으로 만들어 일년에 한두 번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문화 유산이 있으니 한번은 국내, 한번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최근 39차 위원회에서 확정된 문화유산 가운데 여행이 비교적 편리하고 지역이 안전하며 풍광이 특히 아름다운 몇 곳을 여행 리스트에 넣어보았다.
여기가 작은 나라라고?
싱가포르 식물정원 Singapore Botanical Gardens
싱가포르 정원 사진 (CC) Mokkie by wikimedia commons
싱가포르 보태닉 가든 사진 (CC)Sengkang by kikimedia commons,
싱가로프 보태니컬 정원 사진 (CC) Calvin Teo by wikimedia commons
이미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동안 꾸준히 문화유산 등재 작업을 펼쳐오다 드디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작은 선진국 싱가포르는 전형적인 도시 국가다. 그러나 ‘보태니컬 가든’이 존재하는 한 싱가포르는 절대 작은 도시가 아니다. 이렇게 크고 여유롭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도시의 공원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6만여 가지의 식물과 난초가 여행자를 맞는 국립 난초 정원(National Orchid Garden)은 세계 최대 규모다. 아시아 최초 순수 어린이를 위한 정원 제이콥 발라스(Jacob Ballas)는 어린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맘껏 뛰어 놀며서 식물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보태니컬 가든에 갔을 때 빠트리지 말고 만나야 할 나무의 이름은 ‘템부수(Tembusu)’다. 싱가포르가 고향인 이 나무는 150살도 더 먹은 고목으로 2002년 8월에 국립 유산 나무(National Heritage Tree)로 지정되었다. 이 나무가 크림색 꽃을 피우는 5~6월, 10~11월이 오면 오로지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는 여행자들이 줄을 설 정도다.
부르고뉴 포도원 사진 (CC)Mpmpmp by wikimedia commons 부르고뉴 풍경 사진 (CC)H.P.Burger by wikimedia commons, 부르고뉴 와인 사진 (CC)jl bernuy by wikimedia commons
샤블리, 꼬뜨 도르, 꼬뜨 샬로내즈, 마코내, 보졸레…. 이 정도 읽어보면 누구나 이것들이 ‘와인’과 관련된 단어라는 것쯤은 눈치챈다. 프랑스 중서부 지점에 있는 부르고뉴는 ‘끌리마 떼루와’ 즉, ‘포도나무가 살기에 매우 적합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의 지역’으로 중세 시대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포도 농장 관리와 와인 생산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와인을 몰라도 ‘부르고뉴’ (Bourgogne)의 발음과 스펠링만 알면 품격 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의 와인은 빈티지(포도 생산 시기)와 상관 없이 믿을 만 하다. 와인의 역사가 곧 기독교의 역사와 일치하듯 부르고뉴의 와인 농장은 수도원에서 시작했고 그 시기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자들이 운영하는 농장답게 부르고뉴의 와이너리는 땅을 혹사하지 않고 포도나무에게도 쉴 시간을 주었다. 수도사들은 토양과 기후와 배수, 그리고 농법 일체를 매일 기록했고 그런 전통은 훗날 부르고뉴의 포도농장이 산업화 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유산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와인 마니아는 물론 일반 여행자들도 한 번 가 볼 만한 곳이다.
부르고뉴 와인투어는 파리에서 TGV를 타고 1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부르고뉴의 주도 ‘디종’(Dijon)에서 시작된다. 보통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불리는 ‘마르사네 라 코트’, ‘쥬브레 샹베르탱’, ‘보슨 로마네’, ‘뉘 생 조르쥬’ 등을 여행하는데, 워낙 정착된 투어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거쳐 미국까지 진출, 일부 지역을 지배할 당시 선교를 목적으로 건설한 건축물들이 세계유산이 되었다. 샌안토니오는 30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까지 이어지면서 미국화 된 전통 지역이다. 이곳은 미국 내 최대의 ‘스페인 선교 요새’로 샌안토니오 강 유역을 따라 건설된 ‘미션 콘셉시온(Mission Concepcion)’, ‘미션 산 호세(Mission San Jose)’, 미션 산 후안(Mission San Juan)’, ‘미션 에스파다 Mission Espada’, ‘미션 샌 안토니오 발레로 더 알라모(Mission San Antonio de Valero: the Alamo)’ 등 다섯 곳의 전도 건축물을 말한다. 1700년대 초반에 조성된 이 곳은 알라모 요새를 제외한 나머지 미션들이 여전히 가톨릭 교구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가는 미국 남부 지역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샌안토니오 강변을 이어주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고풍스러운 건물과 거리 풍경 등 오래 전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 UA, 아메리카, 일본 항공 등을 이용하면 도쿄, 휴스톤, 달라스, LA 등을 경유해서 샌안토니오 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다. 샌안토니오 여행 정보 : 텍사스관광청
세상에 하나뿐인 멀티 스팬 캔틸레버 다리
스코틀랜드 Firth of Forth bridges
스코틀랜드 동쪽 연안의 공업지대에 있는 특별한 교각이다. ‘스팬’, ‘캔틸레버’란 건축이나 교각 건설의 구조 관련 전문 용어다. 흔히 ‘포스교’라 불리는 ‘퍼스의 네 번째 다리’(Firth of Forth bridges)는 말 그래도 ‘퍼스 지역의 네 번째 다리’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서울에 ‘제3한강교’(한남대교)라고 불리는 다리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쉬워진다. 1890년에 완공된 이 철교는 공업지역인 퍼스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열차의 교각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포스교’의 압권은 역시 디자인이다. ‘저것이 물 위에 떠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 육중한 갑덩치를 자랑하는 이 다리는 건설 당시만 해도 디자인 자체로서 엄청난 혁신이었고 ‘포스교’를 계기로 유럽의 교각 건설 설계와 시공에 새로운 실험이 융성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스타일의 교각이 이 세상에 다시 건설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이 다리를 보기 위해서는 런던을 거쳐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까지 올라가야 한다. 히드로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 조상 생고생한 그곳, 궁금하네
일본 하시마 端島, 일명 군함섬
하시마 군함도 여행 사진 (CC)At by At by wikimedia commons
군함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은 1974년 폐광 뒤 오늘날까지 무인도로 남아있다. 탄광은 사라지고 사람의 모습도 볼 수 없지만 당시 직원 숙소, 탄광 인부들의 기숙사, 편의 시설로 사용하던 건물들이 시커먼 모습으로 남아있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부터 관광지로 부분 개방되었다. 나가사키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이용하면 하시마섬에 들어갈 수 있다. 개인 여행은 불가능하다. 하시마섬 투어를 판매하는 여행사의 상품을 사전에 예약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상륙 후에도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 건축 붕괴 위험 등 안전을 이유로 개인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한국에서 나가사키까지 가는 직항 항공편이나 배편은 없다.
후쿠오카에 가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나가사키항에서 하시마섬까지는 승선료 포함 약 4000엔이 소요되면 된다. 접안 시설이 소규모라 파도가 센 날을 상륙을 못하거나 아예 출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을 위한 검색 시 ‘하지마섬’ 또는 ‘군칸지마(軍艦島)’를 입력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