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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치 않은 부분도 있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TV의 쿡방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TV의 위력은 대단해서 식생활의 판도를 빠르게 재편한다. 시청자들은 집에서 해먹는 밥이 건강한 생활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요즈음 소비하는 음식은 차라리 ‘관념’에 가깝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왜 먹고 즐기는가’가 개인의 식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스타 연예인이, 스포츠선수가, 모델이, 유명 작가가, 칼럼니스트가 선호하는 음식이 졸지에 개인의 취향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식생활은 ‘배나 부르면 됐지’가 아닌 ‘생각 좀 하며 살자’ 식이다. 폴 퍼셀(Paul Fussel)은 “먹는 것에 따라 사회적 지위, 계급이 드러난다”고 했다. 결국 식생활이 자신을 투영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래서 음식은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일상’에서 ‘가치로 포장된 시장의 논리’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음식 시장’은 먹거리를 사람의 기본 영양을 채워주는 기능에서 ‘문화적 개념’으로 끌어올렸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때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며 ‘맛과 영양 이상의 관념’을 좇게 되었다. 음식에 건강이라는 옷을 입히면서 패스트푸드는 졸지에 인류의 적이 되어버렸다. 고령화 시대를 이끌고 있는 오늘의 70대 이상의 인류들은 대부분 화학조미료가 잔뜩 들어갔거나 엄격한 위생 검사 없이 생산된 가공 식품, 저질 기름으로 튀긴 통닭, 평생 논밭에서 일하다 늙어버리자 도축된 소나 돼지 고기를 먹고 산 세대다. 제이미 올리버가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던 ‘너겟’ 또한 고령 인구가 한창 때 즐겨 먹었던 메뉴 중 하나였다. 패스트푸드가 정크푸드로 개념 전락한 뒤 ‘웰빙’, ‘로하스’ 등 당시로서는 낯선 단어로 포장된 음식들이 지속적으로 소비자 가슴을 파고들고 있는데, ‘비교적 안심할 만한 재료’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졌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를 굳혔고 더더욱 진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좋은 음식’ 먹으라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식용으로 태어나 단 일 년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어린 소, 아기 돼지, 덜 여문 닭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부드러운 육질과 샘솟는 육즙’을 이야기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정크푸드로 비난받은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의 돈벌이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들 또한 ‘프리미엄급 패스트푸드(그 또한 패스트푸드다)’ 개발을 통해 나름 선전하고 있다.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가치’에 초점을 맞춘 음식 문화는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맥도날드는 캘리포니아주 남부 매장 9곳에서 이 지역의 대표적 건강 식재료인 케일로 만든 아침식단 메뉴를 내놓고 있다. 도쿄의 채식전문식당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가공식품 시장에서도 ‘채식 피자’처럼 건강을 고려하고 앞세운 상품들도 과거 패스트푸드 시장의 팽창속도 못지않게 빨리, 다량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요즘은 HMR(간편대용식, Home Meal Replacement) 제품들도 눈에 띈다. 대형 마트에서 적극적으로 판매 중인 간편대용식은 최근 둔화된 대형 마트의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초강수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재벌들이 이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유기농을 표방하는 온라인 마켓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집밥 식당이 각광받고,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는 건강 메뉴를 앞세우고 있다. 문화로서의 음식의 진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예전의 음식을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딱히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이유는 더더욱 없다. 우리가 직장 근처에서, 아파트단지 안에서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보게되는 ‘가치 푸드’ 현상을 정리해 보았다.
1. 커피전문점의 묘수
간단한 밥과 커피를 한 곳에서 했으면 싶은 요구, 커피 전문점의 신의 한 수다.
‘옥.고.감(옥수수, 고구마, 감자)’ 히트 이후 충남 양계장에서 공급하는 달걀, 충북 청주 목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가 한 세트인 ‘단.백.질’을 내놓았다. 단.백.질 한 팩에는 17g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성인 기준 1일 단백질 영양소 기준치 55g의 30% 이상을 섭취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시중 국내산 두부 가격을 생각하면 4900원이 합리적이라 느껴진다. 커피전문점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보다 건강한 간식,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절충이 되는 메뉴다.
# 커피가 주가 되는 카페형 죽집
기존 죽집 가운데는 더러 커피 메뉴가 있기도 했다. 이제는 카페가 주, 죽이 사이드 메뉴처럼 들어왔다. 사이드 메뉴라 하기엔 죽의 종류가 범상치 않다. ‘하이브런치’에는 참전복죽, 영양닭죽, 문어소라죽 등은 물론이요 피자브리또와 같은 메뉴도 있다. ‘죽앤즙’에는 유기농 쌀, 국내산 야채와 한우, 과일만을 사용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건강죽, 보신을 위한 죽 등이 있고 천연재료를 착즙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2. 나의 냉장고는 편의점에 있다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 편의점이야말로 가장 치열한 접전지다.
편의점 업계에서 도시락은 최대 접전지다. 세븐일레븐이 품질과 양에서 선두를 잡은 건 올 초 ‘혜리7찬도시락’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후 CU의 ‘9찬도시락’, 미니스톱의 ‘10찬도시락’이 뒤를 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혜리11찬도시락’에 이르러 중량도 많고 반찬도 많은 이례적인 도시락이 등장했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의 경우 7명의 전문 밥 소믈리에가 원재료 준비에서부터 식단, 위생까지 관여하고 있다. 그만큼 편의점 도시락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편의점 디저트가 이렇게나 좋아졌다. 최근 삼립식품은 기존 롤케이크 2종과 마카롱 2종, 바닐라슈 등 총 5가지 제품에 이어 새로운 2종 조각 케이크를 내놓았다. CJ제일제당의 생크림 디저트롤 쁘띠첼 스윗롤은 출시 100일 만에 2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신세계 SVN의 피코크 쌀 롤케이크 역시 먹어봐야 하는 편의점 디저트 리스트에 등극했다. 마카롱 아이스크림에 이어 편의점 디저트가 자체 효자상품을 넘어 편의점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기존 디저트 전문점이나 제과점에 따라가진 못하지만 지척에서 구해 먹는 디저트로는 만족도가 높다.
3. 마트가 건강해질 때
간편식도 건강식이 될 수 있을까? 마트 진열대가 달라지고 있다.
피코크는 최고급 식재료에 집밥 이상의 맛을 내겠다는 포부로 광장시장 내 ‘순희네 빈대떡’과 제휴한 ‘순희네 빈대떡’으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최근에는 남원시와 제휴해 남원추어탕까지 선보였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라 할 남원추어탕은 국내 농어민과 상생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제품의 재료는 남원에서 재배한 어린 시래기만 고집하고 미꾸라지 역시 남원에서 난 것만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원추어탕을 전국 어디서나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 더 건강한 브런치
CJ제일제당이 브런치 전용 슬라이스햄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햄’에 이어 ‘더 건강한 브런치 후랑크’를 내놓았다. 유럽 정통 수제 느낌을 위해 천연 돼지내장 껍질을 사용해 식감이 좋다. ‘행복한콩 브런치 두부 3종’ 역시 간편하게 건강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별다른 조리 과정 없이도 간단히 요기할 수 있고, 영양은 물론 식감과 맛이 향상되었다는 점에 있어선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제품이다.
4. 기왕이면 집밥
집밥이 최고다. 외식을 하더라도 기왕이면 집밥이다.
하루에 100인분만 판매한다. 이렇게 고집 있는 식당은 응당 맛집일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마다 직접 도정한 유기농 오분도미 쌀밥에 제철재료로 만든 건강한 밑반찬이 나온다. 당연히 반찬은 그때그때 달라지고 밥이나 국, 반찬은 친절하게도 리필이 가능하다. 이것은 정성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한상이다. 밥을 먹기에도 좋지만 저녁 시간대에 갈비구이, 제육볶음 등의 일품요리와 함께 술을 마시기에도 좋다.
대표 식사 메뉴로 무명밥상, 별미밥상이 있다. 국내산 식재료 사용을 기본으로 한 찬에 무명밥상의 경우 11가지 곡식을 섞은 잡곡밥이 나온다. 별미밥상에는 5가지 잡곡으로 지은 밥이 나온다. 매일 달라지는 국과 찬이 있어서 매일 먹어도 좋은 집이다. 저녁에는 무명 요리가 있고, 주안상 세트가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에 기왕이면 건강한 외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식당이 없다.
5. 온라인 활용시대
1인 가구일수록 온라인에 의지하고, 온라인은 소포장 판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온라인 마켓의 끝판왕, 마켓컬리
유기농장인 장안농장에서 직영체제로 오는데 밤 9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도착한다. 유기농 아니면 무농약인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며 농장에서 직접 공수하는 것들이니 중간 유통 비용이 없어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셰프,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업계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며 모든 제품은 소포장으로 한번에 묶음 배송된다. 꾸러미 상품도 있으며 과자는 물론 유기농 즉석밥, 간장까지도 판매한다. 아직은 서울과 경기도 일부에 국한하지만, 신생 온라인 마켓이 마켓컬리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얼리키친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곳의 장아찌는 마켓컬리에도 입점해 있는데, 이러한 장아찌, 피클, 장조림 등은 어머니와 함께 하는 얼리키친 내 ‘작은부엌’의 일환이다. 그 외에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있고 돈까스나 단호박파이, 바나나 식초, 홈메이드 차와 간장까지도 판매하고 있다.
[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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