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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좋아 죽겠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차마 저지르지는 못하고 행동에 나서는 이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사람이 꽤 된다. 정서적 이혼 상태로 살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자며 별거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결국에는 성질 급한 사람이 부부의 연을 놓고 만다. 그러나 내가 하자는 것과 당하는 것은 온도 차가 다르다. 게다가 나 먹기는 싫지만 남 주는 것도 싫어서 복수심에 불탄 배우자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쉽게 응해주지 않는다.
新 이혼시대다. 중년 이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경우에 따라 이혼할 수 있다’ ‘이유가 있으면 하는 편이 좋다’는 여자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혼, 별거를 먼저 제의한 쪽은 부인이 72%로 남편 24.4%보다 비율이 훨씬 높다. 또 91.1%가 이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혼 풍속도도 변했다. 상대방이 지킬 박사인 줄 알았는데 하이드인 것을 알면 지뢰가 터지기 쉽다. 개인주의 확산,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 변화, 여성의 성적 욕망 드러내기에다 재산분할제도까지 도입되면서부터 이혼 풍속도는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다. 위자료와 달리 혼인생활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면 기여도에 따라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짧은 인생을 행복하게, 마음 편히 돈 나눠 쓰면서 쌈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쿨하게 헤어지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그러질 못한다. 치사한 돈 때문에 감정싸움이 벌어져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대기 일쑤다. 상대를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니 헤어진 후에 친구처럼 지내기는 턱도 없는 일이다. 이혼하기 좋은 시기는 남편의 퇴직, 자녀의 진학과 졸업, 자녀 출가, 부모님의 장례 후가 최고다.
그런데 딱 그만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남자도 많다. 가부장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남성에게 이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가 불륜을 저질러도, 언제 퇴직당할지 모르는데 아이들을 혼자서 키울 자신이 없고 재산도 나눠야 하니까 눈을 꼭 감아버리는 남자도 있다.
여자도 다를 바 없다. 디스플레이용 부부라 사랑하지도 않고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이 없으면서 상대에게 절대로 놔줄 수 없다고 오기를 부리는 여자도 꽤 있다. 이제까지 누구의 아내로 살다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상대를 놓지 못하게 만들고 독선에 어깃장을 놓는다. 다른 사람을 만나 더 행복해지는 꼴도 못 보겠다. 오만 정이 다 떨어져나갔지만 미워할 사람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 남편의 삶을 저당 잡고 늘어진다. 죽어도 찢어지지 못한다면 행복해지려고 애써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사는 부잣집 딸이 한참 살다 도장을 찍자고 했는데 남편은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을 안 하고 버티고 있다. 이혼을 안 하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것일까? 죽어버린 결혼 생활에 호흡기를 달아놓고 살아나라고 해 봐야 소용이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행복보다는 익숙해진 대로의 지옥을 택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되면 서류상 부부일 뿐이다. 가정이라는 체제만 흔들지 않는다면 모른 체하는 삶이다. 이게 제대로 사는 모양새는 아닐 것 같다. 자신이 참을 만하다고 해서 그 삶에 상대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산 정리를 생각하면 할 짓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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