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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축하할 일이다. ‘돈을 벌기 위한 영화’만이 살아남는 현재의 영화계에서 그가 감독 데뷔 이래 20여 년 동안 17번째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고 우리에게는 선물인 셈이다. 필자는 그에게서 우디 앨런의 향기를 맡는다. 독특하게 그러나 눈에 설지 않게 하나하나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부분에서 닮았다. 그리고 그 역시 우디 앨런처럼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1996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기존 장르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해체한 형식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개의 에피소드가 무질서하게 서로 맞물린 채 ‘도대체 감독이 말하는 주제가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새로움에 대한 경탄이 뒤섞여 나왔었다. 그리고 이어진 <강원도의 힘> <북촌방향> <우리 선희> 등은 한마디로 한국영화에서 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함의 산물이었다. 이른바 힙합신의 ‘스웩’ 같은 것이랄까.
이번에 나온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역시 그의 영화 궤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9개의 행성이 돌고 있듯 말이다. 태양의 구심력에서 조금 멀어지지는 하지만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주제를 인위적으로 쌓아나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기존 방식을 무시해버리는 ‘홍상수식 궤적’이다. 그는 즉흥적인 대본을 아직도 고집한다. 반쯤 만들어진 캐릭터에게 촬영 당일날 대본을 줌으로써 나머지 반을 채우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촬영 현장에서 발견하는 ‘일상의 우연’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영화는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물론 칸이 사랑해 마지않는 홍상수이기에 그리 특별나 보이지 않지만 그에 대한 해외영화계의 호기심과 애정은 식을 줄 모른다. 영화의 줄거리나 메시지는 역시, 중요치 않다.
오히려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관객들은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두 이야기의 세밀한 변화를 눈치채야 한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너무나 솔직해서 ‘지질해’ 보이기까지 한 남자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여자의 만남은 여전한 홍 감독의 관심 사안이다. 또 그의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 술자리의 리얼리티, 남녀가 주고받는 너무나 일상적인 대사와 가끔 등장하는 유머들은 이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에 따른 호불호가 분명하겠지만 어쨌든, 그의 존재가치는 분명 늘 예상 그 이상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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