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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주변 원룸에 사는 자취생 여학생인 당신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대학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현재 당신을 가장 잘 말해 줄 수 있는 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누구를 추천하건 상관없다. 엄마든 애인이든 친구든. 문제는 얼마만큼 당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자.
1. 주식 외에 당신이 주로 먹는 음식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류 중 어떤 것인가.
2. 당신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물을 몇 ℓ 먹는가.
3. 당신 방 크기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
4. 당신에게 애인이 있을까, 없을까.
5. 당신 생리주기는 지난 1년간 얼마나 불규칙했나.
6. 선호하는 음료 브랜드는 어디인가.
7. 당신은 야행성인가, 아침형 인간인가.
8. 숨겨진 민족주의 성향이 있는가.
자,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당신이 추천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차라리 방송국 피디에게 당신 집 앞 단골 편의점에 가서 이 사물을 체크해 보길 권한다. 바코드인식기가 붙어 있는 `포스기` 말이다. 신용카드 번호만 안다면 이 체크리스트의 모든 팩트가 이 사물 속에 담겨 있다. 지난 1년간 당신이 사먹은 음식들, 생수 개수, 음료 브랜드. 그게 당신이 선호하는 음식이고 당신 입맛이다. 구입한 쓰레기봉투 용량과 주기를 알면 당신 방에서 나온 쓰레기양과 비례하여 대략 당신 방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콘돔을 사갔다면 단짝친구도 모르는 `은밀한 애인`이 있다는 증거다. 생리대를 사간 날을 체크하면 엄마도 모르는 생리주기도 알 수 있다. 신용카드 체크가 주로 새벽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당신은 야행성이다. 어쩌면 밤에 하는 알바가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구입한 담배가 늘 전매청 제품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개방사회에서 당신은 자기도 모르는 `민족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을지도. `편의점 포스기는 지난여름 당신이 한 모든 걸 알고 있다.`
※이 원고의 모티프와 대략적 서사는 김애란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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