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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담에 ‘고양이도 외면하는 생선’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고양이도 뛰어넘어간다(猫跨ぎ)는 말인데,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생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조차도 가랑이를 벌리고 훌쩍 뛰어 넘어갈 정도로 외면하는 생선이니 얼마나 맛이 없는 생선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양이마저도 고개를 돌린다는 물고기가 과연 어떤 생선일까? 엉뚱하지만 참치다. 고양이 운운하는 일본 속담은 참치 때문에 생겨난 속담이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참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생선 중에서도 값이 비싼 편이다. 참치 회를 비롯해 참치 초밥은 가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전문점에서 고급 요리로 대접받는다. 게다가 한국인인 우리도 참치를 무척 좋아하지만 일본 사람은 더 좋아한다. 생선 좋아하는 고양이만큼이나 참치 맛에 빠진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참치를 먹을 때도 부위별로 맛까지 세분화해 입안에서 살살 녹는 참치 뱃살을 비롯해 아가미 살, 머리 살, 등살, 볼 살 등으로 구분해 가며 먹는다. 심지어 통조림으로나 먹던 참치를 회나 초밥처럼 고급 음식으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퍼트린 사람들 역시 일본인이다. 이런 일본에서 참치를 보고 ‘고양이도 외면하고 건너 뛰어넘는 생선’이란 속담이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참치 중에서도 가장 맛있고 값비싼 부위인 참치 뱃살을 놓고는 고양이나 먹는 부위라며 험담을 했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을 놓고 속담에서는 거의 먹지 못하는 물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거칠게 비난한 이유가 무엇일까.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일본인은 속마음과 겉마음을 다르게 표현한다니까 참치가 무척 맛있고, 참치를 매우 사랑하기에 역설적으로 고양이도 외면하고 건너 뛰어넘을 정도의 맛없는 생선이라는 속담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참치에 대한 일본 속담이 곱지 못했던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생선 중에서도 특히 참치를 사랑하는 일본인이지만 예전에는 참치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심을 숨기고 겉으로만 참치를 미워하는 척했던 것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한테나 던져주었던 생선이고, 속담처럼 고양이조차도 참치만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뛰어 넘어갔다. 일본에서 참치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참치가 고급 생선으로 부상한 것은 그나마 50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약 200년 전인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인은 참치를 거의 먹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가 없었다.
▶부패가 빨라 인기 없었던 참치회
이 때문에 사람이 먹지 못하고 고양이 먹이로 던져 주었던 것인데 부패한 뱃살의 냄새 때문에 외면하고 건너뛰었다고 해서 ‘고양이도 외면하는 생선’이라는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 만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의 메이지 시대에만 해도 최고급 초밥 전문점에서 참치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참치는 주로 기름기 많은 고등어, 꽁치, 전어, 정어리와 같이 저급 생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참치를 외면한 것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말의 미국 역시, 참치는 못 먹는 생선이었다. 취미삼아 참치 낚시를 했지만 먹지는 못하는 생선으로 여겼기 때문에 주로 퇴비로 만들어 사용했다. 이런 참치가 식용으로 바뀐 것은 참치로 통조림을 만들면서부터다. 참치 통조림이 만들어진 계기도 참치가 맛있기 때문에, 혹은 참치가 영양이 풍부한 생선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전까지 주로 만들었던 정어리 통조림의 대체품이었을 뿐이다.
미국에서 참치 통조림이 처음 만들어진 해는 1903년이다. 이전까지 미국인들은 주로 정어리 통조림을 먹었다. 그런데 19세기까지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 넘칠 정도로 풍부하게 잡히던 정어리 떼가 20세기로 넘어가면서 마구잡이 남획에 더해 기상변화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정어리를 만들던 통조림 회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통조림 깡통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지자 대신 참치로 빈 깡통을 채워 참치 통조림을 만들었다. 기록에 의하면 첫해에 팔린 참치 통조림은 미국 서부를 통틀어 700여 개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이후부터 사람들이 참치의 담백한 맛에 익숙해지면서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해인 1914년까지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참치는 ‘바다의 닭고기’라는 별명과 함께 통조림이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생산량이 1914년 32만개에서 1917년에는 70만개로 늘어났을 정도다. 하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참치는 그저 통조림용 생선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참치 어획량의 99%가 통조림으로 만들어졌고 일본 역시 이때까지만 해도 참치는 여전히 고급 생선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냉동기술과 항공산업 발달이 참치 유행 선도
1960년대 일본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참치 맛에 빠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참치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로 여러 요인을 꼽지만 그중 하나가 입맛의 변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주둔한 미군의 영향을 받으면서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었고 스테이크를 대신할 생선으로 참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전에는 고양이에게나 던져 주었던 참치 뱃살과 그나마 사람들이 먹었던 참치 붉은 살의 위상이 역전됐다.
참치가 인기를 끌게 된 또 다른 배경은 냉동기술의 발전이다. 생선을 영하 60도까지 급속 냉동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본에는 외국산 수산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 참치는 과거의 싸구려 생선에서 벗어나 점차 고급 생선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참치가 유행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것은 얼토당토않게도 일본의 전자산업과 항공 산업 때문이었다. 1970~1980년대 일본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본의 전자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 전자업계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화물기를 전세 내 미국으로 실어 날랐다. 일본 전자제품의 북미 시장 수출로 항공화물 운송업체도 호황을 맞이했지만 운송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일본에서 북미로 갈 때는 전자제품을 가득 채우고 떠났지만 돌아올 때는 화물칸이 텅 빈 채로 와야 했기 때문이다. 항공화물 운송업체 직원들이 귀국 화물기에 실을 화물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때 발견한 것이 일본에서는 고급 생선으로 바뀌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었지만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남동부에서는 비료로 쓰거나 아니면 그대로 폐기 처분하다시피 했던 참치였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진 참치를 북미에서 헐값에 사들여 급속 냉동시킨 후 냉동 화물기에 싣고 돌아와 시장에 공급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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