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55년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출생 직후 입양된 스티브 잡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자주 빼먹고 선생님 의자 밑에 폭음탄을 설치하는 등 말썽쟁이로 이름을 떨친 문제아였다. 이머전 힐 선생님의 사탕과 돈에 이끌려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의 수학 실력 만큼은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갱단으로 물들어 있던 크리텐든 중학교는 잡스에게 고통이었다. 결국 안전하고 우수한 지역으로 이사하여 쿠퍼티노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홈스테드 고등학교에 진학한 잡스는 반문화 운동에 흥미를 느꼈고 친구 래리의 차고를 방문해 전자공학 키트에 관심을 보였다. 그로 인해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익히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HP의 조립라인, 신문 배달, 전자기기점에서 재고품을 정리하는 일 등이었다.
잡스는 대학교에는 관심 없었지만 포틀랜드의 리드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다. 하지만 듣고 싶은 과목 수업에만 들어갔으며, 들을 가치가 없는 수업을 위해 비싼 학비를 내는 현실에 강한 불만을 느끼며 중퇴해버린다. 1973년, 잡스는 그의 평생의 정신적 스승인 일본 선불교 승려 오토가와 고분과 만나게 된다. 선불교에 입문한 그는 1974년 비디오게임 회사인 아타리에 입사했고 7개월 간의 인도 히말라야 여행을 통해 불교를 더욱 깊게 공부했다. 잡스는 “불교를 접한 일이야 말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21세가 되던 해인 1976년 애플사를 창립한 잡스는 세상을 뒤집으려는 야망으로 한때 젊은 벤처 재벌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독선과 아집으로 뭉쳐있던 그는 1985년 자신이 창립한 애플에서 쫓겨난다. 그후 넥스트, 픽사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이뤄내고 다시 애플로 돌아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이어 성공시킨 그는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57세에 세상을 떠난다.
▶비전을 제시하고 자부심을 고취하라
21세기의 총아인 IT기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엑손 모빌, GE 등의 굴뚝산업을 제치고 전 세계 기업 중 시가 총액 1위. 대한민국의 자랑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시가 총액은 약 3배, 기업 이윤은 스마트폰 사의 전 세계 이익 중 약 80%를 독차지하는 욕심쟁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장 앞에서 밤샘도 마다않는 마니아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기업. 2010년 글래스도어닷컴에서 조사한 직원의 CEO에 대한 지지율 98%로 1위를 차지한 기업, 바로 애플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애플의 오늘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이다. 그는 CEO로서 악당과 황제, 폭군, 독재자, 심지어 적그리스도란 별명까지 얻은, 한마디로 흔히 보는 보통의 CEO는 아니다. 그에 대한 악명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남아있다. 직원들은 아무리 높은 층도 걸어 다녔다고 한다. 왜? 한 마디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나는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잡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직원에게 총알 같은 질문을 퍼붓곤 했다고 전해진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당신은 지금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등등. 직원을 벽에 몰아붙이고 쏟아대는 스티브 잡스의 질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답을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러면 잡스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딱 한 마디를 외쳤다.
“지금 당장, 이 회사에서 떠나라.”
또 있다. 직원들이 구내 식당의 음식 품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자 그 자리에서 구내 식당의 모든 요리사를 해고해 버렸다. 그는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지 못하는 직원은 ‘차라리 웨이터 조수나 하라’고 독설을 퍼부었고 특히 무능에 대한 그의 평가는 잔인할 정도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면전에서 ‘얼간이, 쓰레기’ 등의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플사의 직원들은 스티브 잡스를 칭송했고 그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 또한 그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두터웠다. 직원들은 오히려 잡스의 칭찬을 듣기 위해, 혹은 잡스로부터 무능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
잡스는 자신의 단골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을 구내 식당으로 초빙했고 일본식 메밀국수를 직원들에게 맛보이기 위해 요리사들을 일본으로 파견해 메밀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오게 했다. 한마디로 직원들이 다른 불편 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돈과 정열을 아끼지 않았다.
잡스는 평소 “나는 개발자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그들이 조직의 잡다한 일을 처리하느라 그들의 시간과 열정을 허비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역설했다.
이같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식 리더십은 스티브 잡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이다. 그 독특함의 원천은 바로 잡스가 직원들에게 제시한 비전에 있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직원들에게 몇 년 후에 내가 월급 혹은 보너스 몇 푼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산술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단기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집단 최면을 건 것이다. 바로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길이 바로 성공과 세상에 대한 변화를 선도하는 것임을 직원들 모두가 몸으로 체험케 한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바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 힘을 바탕으로 애플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내쫓겼던 잡스는 넥스트와 픽사의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1997년 다시 애플에 입성한다. CEO로서 연봉 1달러만 받겠다는 그의 선언에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당시 애플사는 최악이었다. 1995년 애플사의 적자는 무려 20억 달러. 잡스는 복귀 1년 만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일체형 PC인 아이맥이 그것이다. 아이맥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덕에 애플은 적자에서 4억 달러의 흑자를 볼 수 있었다. 총자본금은 20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늘었다. 그렇지만 잡스는 만족치 않았다. 그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기획했다. 바로 아이팟이다. 2001년 탄생한 아이팟은 음악 산업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디지털 음원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아이팟의 텃밭인 아이튠즈는 이 세상 모든 음악을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창고가 되었다. 그리고 잡스는 ‘손 안의 혁명’에 성공했다. 바로 2007년 이 세상에 아이폰을 내놓고 잇따라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IT혁신의 주인공이자, 창조자가 된 것이다.
잡스는 이런 과정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지켜낸 원칙이 있다. 바로 ‘최고, 최선’이다. 제품 개발이 아무리 늦어지고, 프로젝트의 과정이 아무리 늘어진다 해도 절대 A급 인재를 고수했다. 잡스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B급 인재를 채용하는 순간, 조직은 B급은 물론 C급으로 순식간에 전락한다는 믿음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2루타 두 개보다 홈런 1개의 위력이 더 크다는 것, 즉 품질이 물량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최고, 최선의 인재 선발 기준은 물론 사람을 능력 기준으로 단순히 이분법적 분류에 의해 평가한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이 원칙을 양보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애플의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스티브 잡스의 PT를 기억하는가. 청바지에 검은색 폴라 티셔츠를 입은 그를. 그가 이 자리에서 꼭 빼트리지 않는 말은 단 두 줄이었다. 바로,
“여러분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품을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 혁신적인 제품이 애플의 모든 자랑스러운 직원들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회사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혹은 맥도날드에서 식사를 하며 이 장면을 지켜보는 애플의 모든 직원들, 홍보, 마케팅, 관리, 디자인 담당자, 하다 못해 제품을 포장하는 직원들까지 모두들 잡스의 그 말에 감동했다. 그것은 그들의 자부심으로 연결되었다. 신세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뿌듯한 감성은 그 어떤 회사도, 그 어떤 CEO도 돈 몇푼 혹은 복지시설 몇 개로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와 함께 한다는, 스티브 잡스와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다는 동질성을 부여하는 리더십인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돈보다는 사명 의식 그리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심오하게 들리는 말도 직원들에게 해가며 독려했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왜 있겠는가?”
애플 설립 초기 펩시 사장인 존 스컬리를 애플에 영입할 때, (물론 그에 의해 쫓겨나지만) “인생 끝날 때까지 설탕물을 팔겠나, 나한테 와서 세상을 바꾸겠나? Do you want to sell sugar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라고 스컬리에게 일갈했던 일화는 ‘동기부여의 시금석’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잡스는 직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데 능숙했다. 금요일 늦은 오후, 매킨토시팀에 PC보드가 배달되었다. 이것을 작동하려면 야근이 불가피했다. 팀 담당인 버렐 스미스와 브라이언 하워드는 퇴근을 준비하며 다음날 그것을 작동시키려 했다. 그러자 잡스는 “당신이 만든 것을 빨리, 이 자리에서 작동시키고 싶지 않은가? 오늘 밤 안으로 이것을 작동시키면 내가 파인애플 피자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소리에 팀원들은 늦은 시간까지 일을 했지만 완벽한 작동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잡스는 “이것으로 됐다.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 신나는 피자 파티를 열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실 직원들이 피자 때문에 남아서 야근을 했겠는가. 잡스는 정확하게 직원들에게 “당신이 만든 것을 빨리, 이 자리에서 작동시키고 싶지 않은가?”라는 말로 그들의 도전의식,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는 모든 직원들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을, 그리고 특별한 자리인 제품 발표회에서 잊지 않고 리더십의 최상급 스킬을 보여줬다. 그 어떤 회사도 직원들 스스로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를 최고라 여긴다면 당연히 성공의 길로 가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를 가장 완벽하게 수행한 CEO가 바로 스티브 잡스인 것이다.
애플의 성공에는 확실한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다르게’였다. 기존에 있는 것,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내놓고 시장에서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에서 탈피한 것이다. 그는 애플2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고, 매킨토시로 그래픽 기반 운영체계를 만들고, 레이저 라이터로 전자 출판시장에 혁명을 불어넣었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로 3D영화 시대를 열고, 아이팟으로 음악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혁신을 가져오면서 이어 세상에 없던 아이패드를 선보인 애플과 스티브 잡스. 제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스티브 잡스의 남다름이 있었기에 이런 제품의 탄생이 가능했다.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1차원적인 상품 개발에서 벗어나라고 외쳤다. 대신 ‘지금까지 이 제품이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케 하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의 질문에 답을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또한 잡스는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까지 말을 하며 직원들에게 좀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그 무엇’을 주문했다.
잡스는 집요하게 이런 질문에 파고들었고 제품을 살 때마다 백과사전급 사용설명서에 지쳐버린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냈다. 그래서 설명서 따위는 던져버려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즉 직관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주목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애플의 모토인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이다. 어쩌면 이런 스티브 잡스의 가치관은 그의 성장기에서 파생된 집착, 선불교에서 영감을 받은 단순과 버림의 미학에 대한 흠모 그리고 기술과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기업은 제품에 녹음기와 사전, 라디오 기능을 더할 때 잡스는 빼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다른 기업들이 수많은 장치와 액세서리 그리고 화려한 장식에 함몰되어 있을 때 그는 너무나 단순해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 너무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편의성과 그 편의성을 드넓은 세상으로 퍼뜨리는 확장성에 집중했다. 단연 잡스의 생각은 옳았고 그것으로 잡스는 기업의 CEO을 넘어 세상의 혁신을 선도하는 ‘창의적 개발자’가 된 것이다.
또 하나 잡스의 리더십에서 주목할 것은 ‘노(NO)’ 이다. 그는 반대 혹은 의문이 좋은 결과물을 내는 시작점이라 믿었다. 생전의 잡스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집중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평가를 하고 단순한 동료를 넘어 ‘정신적인 파트너’라고 불렀던 애플사의 디자인 총책임자 조너선 아이브. 그는 잡스를 이렇게 회고했다.
“잡스는 나에게 매일 ‘오늘은 몇 번이나 노(NO)라고 말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에도 항상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잡스의 행동은 아이디어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와 동시에 훈련이 되었으며 그것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잡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았다. 또한 일방적인 명령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지루할 정도의 긴 회의를 통해 항상 정보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반박에 대한 재반박 그리고 수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확대하고 모습을 잡아나갔다. 아이디어, 기획, 제품생산, 마케팅, 홍보 심지어 포장재까지 모든 공정을 간섭하고 지시한 잡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잡스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것을 설파하고 발전시키는데 고집과 무서운 카리스마를 보였을 뿐이다. 즉, 그는 아이디어를 통과시키는데 주력한 것이 아닌 아이디어의 공유에 더욱 힘을 쏟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논리정연한 말솜씨와 이론으로 무장한 신뢰성, 그리고 성공에 대한 성취감까지 미리 그려내는 독특한 리더십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를 인정하라
독재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변화한 것은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이다. 그는 넥스트사를 설립하고 곧바로 픽사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다. 그는 컴퓨터 전문가에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가 된 것이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때까지 집요하게 설명하고 강요했던 과거의 잡스가 사라진 것이다.
시작은 잡스가 자신이 전문가가 아님을 인정하면서부터이다. 잡스는 자신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그리고 그래픽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많아지고 지시하는 순간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칭찬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보다 현명해지고, 경험과 영감이 풍부한 CEO가 된 것이다.
픽사는 <벅스라이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화면 사이즈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었다. 제작과 마케팅 부서의 충돌이었다. 당연히 제작진은 와이드스크린을 주장했다. 결국 마지막 결정이 잡스의 손에 달렸다. 잡스는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면 당연히 제작비가 상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작책임자 빌 콘은 완성도를 높이려면 왜 와이드스크린이 필요한지 잡스에게 역설했다. 잡스는 경영자로서 치열하게 논쟁했다. 하지만 결론은 빌 콘의 의견대로 정리되었다. 마지막 순간 잡스는 제작비보다는 제작진의 창의성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즉 영화를 만드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았지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CEO로서의 권한에 힘을 들이지 않았다.
천재인 잡스도 픽사에서 시사회 때면 항상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영화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의 이런 겸손과 전문가에 대한 인정은 픽사 직원들을 감동시켰고 사후 픽사에 그의 이름을 따 온 ‘스티브 잡스 빌딩’을 존재케 했다.
이런 잡스의 생각의 변화는 그의 경영철학까지 변화시켰다. 초창기 애플은 새로운 기술의 보고였다. 키보드 대신 마우스를 쓸 수 있는 것,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울 수 있는 것,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등은 모두 애플만의 기술이었다. 당연히 잡스는 애플의 제품에만 이것을 탑재했고 그 기술의 독점적 권한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하지만 남다른 기술력과 협업으로 무장한 IBM에 선두를 내주게 된다.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변모했다. 많은 실패와 역경이 그의 빛나는 카리스마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고 새로운 감성이 추가되며 그는 협업과 공유의 개념으로 새로운 경영을 시도했다. 애플은 IBM은 물론 MS를 비롯해 나이키와도 협업하는 오픈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 찬란한 결실이 바로 아이튠즈이다. 초창기 스티브 잡스였다면 생각할 수 없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곡당 99센트. 하지만 결과가 놀라웠다. 2006년 무려 10억 곡이 다운로드 되면서 한화로 무려 1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그는 개발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나눠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 세계 천재, 놀이꾼 등등이 모두 애플의 동산에 모였다. 그 안에서 그들은 새로운 것, 창조, 모방을 키워냈다. 이 모든 것은 애플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은 거대한 결과와 성공에 대한 합리화의 찬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열정, 비전, 창조의 정신은 그가 단순히 기존 조직을 관리하는 자가 아닌 창업 그리고 개발의 CEO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천재였고, 천재를 존중했으며, 천재들만을 인정했지만 그가 가장 선호하고 존경했던 덕목은 바로 ‘끈기’였다. 그 끈기의 원천은 당연히 ‘열정’이었고 그 열정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그가 스탠포드대학에서 강연한 이 한마디로 그의 완벽에 가까운 ‘독재적 리더십’은 귀결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끝없이 추구하고 갈망하라”
누구나 스티브 잡스처럼 살 수는 없다. 하지만 1/10이라도 그의 정신, 리더십은 흉내 내면서 살 수는 있다. 그 정도만이라도 성공한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남긴 말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 애플은 공식성명을 통해 위대한 인물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애도했다.
스티브와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던 저희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늘 영감을 주는 멘토였던 그를 잃었습니다. 이제 스티브는 오직 그만이 만들 수 있었던 회사를 남기고 떠났으며, 그의 정신은 애플의 근간이 되어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02호 (15.11.10일자) 기사입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