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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엔 오래된 식당이 많다. 10년은 기본, 30년, 50년도 그리 놀랍지 않다. 오래된 연희동 식당들은 주로 ‘연희맛로’ 길에 있다. 요즘은 새로운 카페와 식당들이 골목골목에 들어서기 시작, 신구가 어우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연희맛로에 둥지를 튼 새로운 공간들 중 단연 눈에 띄는 라뮤즈드연희는 가을빛이 스며드는 지난 늦여름에 이 길에 들어섰다. 창문이 크고 천장이 높아 내부는 시원하다. 팝 아트 작품으로 꾸며진 경쾌한 공간은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장은 영화 공부를 한 프랑스 유학파, 셰프는 뉴욕의 원스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이 공간에도 음식에도 그대로 옮겨졌을 것이다. 이 곳에서는 ‘뉴욕 퀴진’이라는 특이한 테마의 브런치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비싸진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되었으나 가격표를 보니 이거 웬걸? 거의 모든 메뉴들이 1만원대, 스테이크류들도 2만원대를 넘지 않았다. 일단 식당 이름을 건 메뉴부터 시식한다. 라뮤즈 프렌치 토스트(1만3000원)는 볶은 사과와 양파, 고르곤졸라 치즈가 어우러져 달콤하고 풍미가 살아있다. 부드럽고 촉촉한 토스트에 마시멜로를 올려 구운 바나나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왜 이 메뉴가 이 집의 브런치 대표 메뉴가 되었는지 먹어보면 안다. 허브 치킨샐러드(1만3000원)는 치킨이 웨지 모양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향긋한 허브향이 가득한 닭 가슴살과 시저드레싱, 부드러운 치즈폼이 잘 어우러져 고기 들어간 샐러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딱이다. 점심은 가벼운 브런치와 버거류가 주종이지만 저녁에는 돼지등심과 삼겹살 스테이크 등을 골라 와인과 함께 즐길 만하다. 소문 난 메뉴 중에 하나는 모 방송에 소개되어 단숨에 인기몰이를 한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2만5000원)다. 겉은 바삭바삭, 속은 육즙이 흘러나올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해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셰프의 한 수는 소스다. 민들레를 넣어 쌉쌀한 맛을 가미했는데 이것이 고기와 함께 어우러져 조화로움을 더한다. 분위기 좋은 연희맛로의 새로운 레스토랑이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7-8 2,3층 영업시간 11:00~22:30 문의 02-323-0502
한우, 지리산 흑돼지구이집 ‘육정성’을 소개한다. 연희동에 사는 사람들에겐 10년 이상 운영했던 안의갈비찜이 익숙해 간판엔 ‘안의갈비찜 육정성’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집의 첫 번째 추천 메뉴는 든든한 점심식사 전복 소갈비찜이다. 큼직한 전복과 튼실한 살코기가 붙어있는 야물찬 갈비대들, 아홉 개가 넘는 맛깔스런 찬들만 봐도 1만3000원이란 가격이 맞나 의심하게 되는 훌륭한 메뉴다. 하지만 이 집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칼집을 촘촘히 넣은 긴 삼겹살이다. 무려 50cm! 이 고기를 참숯에 잘 구워 이 집만의 특제 멜젓(멸치젓의 제주어)에 찍어 먹는다. 2년 동안 숙성 시켰다는 멜젓은 짜지 않다. 향긋한 명이나물에 돌돌 싸 먹어도 좋다. 주차도 편하고, 공간도 널찍해 단체 모임해도 좋겠다. 등심투뿔 3만7000원, 양념갈비 2만8000원.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15 영업시간 10:00~22:00 연중무휴 문의 02-323-1109
연희동에서 맛집으로 한 자리 하려면 30년은 기본이다. 연희칼국수도 오래된 맛집에서 빼놓을 수 없다. 가족 동반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이 집은 겉으로 볼 땐 소박해 보여도 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이다. 대기해야 할 때도 많지만 금세 자리가 나는 편이다. 메뉴는 오직 두 가지, 칼국수와 수육이다. 칼국수는 12시간을 우려낸 뽀얀 사골국물이 기본인데 내용물은 참으로 간단하다. 파, 지단, 채당근이 올려져 있는 것이 고명의 전부고 그 흔한 쇠고기나 해물 한 점도 없다. 그저 깊은 맛, 따뜻하게 속을 감싸주는 포근한 맛이다. 김치 두 가지가 나오는데 둘 다 입에 딱 맞는다. 하얀 김치는 달달하면서 짜지 않아 상큼하고 겉절이 김치는 약간 매워 칼국수와 좋은 궁합이다. 백김치는 찹쌀 풀물을 부어 이틀 정도 익혀내는 방식을 예나 지금이나 고집한다. 이 집에선 이 두 가지 김치와 곁들여 먹어야 칼국수가 섭섭하지 않다. 칼국수 8000원, 한우수육은 2만원, 공기밥 500원.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37 영업시간 11:00~21:00 문의 02-333-3955
‘돌 주우러 엄청나게 돌아다녔어요!’ 스페인어로 화덕이란 뜻의 ‘호르노에’는 돌 때문에 유명해졌다. 돌 위에 올려주는 스테이크와 얼린 돌 위에 살포시 올려진 아이스크림을 보니 주인장이 고생한 보람이 있다. 3층 단독 건물에 위치한 큰 규모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호르노에에서 꼭 추천하는 메뉴는 화덕피자다. 오픈한 지 3년. 입소문만으로 이 큰 규모의 레스토랑이 장사가 되는 것은 ‘맛’ 때문이다. 최고로 자신 있는 메뉴들은 참나무 화덕 피자와 서비스 메뉴라 할 정도로 가격이 좋은 파스타(1만원~)다. 특히 화덕에 구운 반달 모양의 단호박깔조네(1만5000원)는 건강에 좋은 단호박이 듬뿍 들어가 있어 누구나 좋아한다. 주차도 편하고 1, 2, 3층 좌석이 여유로워 가족 모임하기에도 좋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41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333-1210
▶대만식 고로케 <미란>
타이페이로 여행을 하면 맛집투어를 다니고 대만과자를 사오는 것이 정석이라던데, 그 열풍 덕인지 미란을 찾는 이들이 부쩍 더 늘었다. 대만식 고로케와 수제 과자를 파는 ‘미란’에서는 펑리쑤 같은 대만과자와 간장고로케, 토란고로케 등 이색적인 재료가 들어간 고로케 등을 만날 수 있다. 감자고로케, 고구마고로케 등의 평범한 속부터 크림치즈카레고로케, 단팥호두고로케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2차 숙성한 반죽으로 저온에서 튀겨내 기름기가 많지 않고 쫄깃한 것이 특징인데 집에 가지고 와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니 더 맛있어졌다. 고로케 가격은 1500원~2000원. 만주와 비슷하게 생긴 대만과자 펑리수는 파인애플과 밤 맛, 두 종류가 있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26 영업시간 09:00~22:00 둘째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336-5898
독일빵집은 50년이 넘은 동네 터줏대감이다. ‘베이커리’보다는 ‘빵집’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 아마도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 아닐까 싶다. 4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작은 빵집의 카운터에는 머리 하얀 며느리가, 주방엔 꼬부랑 할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엉덩이 붙이고 앉을 자리도 없고, 요즘 흔하디 흔한 깔끔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식빵, 단팥빵, 소보루빵, 꽈배기 도너츠, 찹쌀 도너츠 등 기본에 충실한 추억의 빵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는 모습이 최고의 디자인으로 보인다. 그 중 크렌베리가 팍팍 씹히는 건강식빵, 1만2000원이란 놀라운 가격의 큼지막한 케이크, 주인이 권해주던 깨찰빵을 구입해 나섰다. 겉치장 없이 기본에 충실한 집, 연희동 맛집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2 영업시간 06:00~22:00 일 휴무 문의 02-324-9717
1978년부터 운영했으니 이 집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연희동에 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러가쇼핑 내에 위치한 피터팬은 분점이고 본점은 조금 떨어져 있다. 1분 정도 걸어 도착한 피터팬 본점은 베이커리 카페다. 일층에서 빵을 골라 윗층으로 올라간다. 매장을 둘러보니 하나하나 맛이 궁금해지는 신기한 모양의 빵들이 가득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명 센스와 비주얼들이 매력적인 대표 빵들엔 넘버링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다.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니 1번부터 차례로 다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어 보인다. 그 중 ‘아기궁둥이’는 쫄깃한 식감에 진한 맛의 크림치즈가 가득 들어있어 단연 눈에 띄었다. 이 빵도 피터팬의 시그니처 중의 하나다. 그 외에도 장발장이 훔친 빵, 무화과랑고구마, 오메기떡도 맛있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0 영업시간 08:00~22:00 연중무휴 문의 02-336-4775
‘밝은 길’이란 뜻의 퓨전일식집이다. 간판엔 ‘이자카야&와인바’라고 쓰여져 있다. 오너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 일식당 기요즈미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김영욱 셰프다. 연희동에 문을 연 지 이제 3년차, 일식과 함께 즐기는 와인 레스토랑이라는 주제로 점심은 단품, 저녁은 오마카세(주방장이 알아서 주거나 추천하는 방식)로 운영하고 있다. 메뉴를 들여다보니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파스타와 소바정식이 섞여 있다. 이 집의 파스타는 명란을 넣은 크림파스타, 즉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탈리안식으로 나온다. 디너는 2만원부터 시작해 2만5000원, 3만원, 5만원 등 네 종류로 운영하는데 파스타가 중간에 들어오는 코스요리로 젠사이(전채), 국물요리, 조림요리, 튀김요리, 구이, 식사, 사시미, 스시, 디저트가 포함되며 코스는 융통성있게 운영된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23 영업시간 12:00~15:00/ 17:40~22:00 월 휴무 문의 02-333-1379
연희동 중국집들 중에서 굴짬뽕과 딤섬으로 이름을 날리는 집이다. 탱글탱글한 굴, 담백하고 짜지 않은 국물, 숙주가 들어간 시원한 맛이 특징인 굴짬뽕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굴짬뽕은 봄부터 가을까지의 베스트셀러다. 굴은 자연산, 면은 수타로 뽑는다. 이 집은 3대째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인부터 주방, 직원들까지 모두 다 화교다. 1950년대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의 금락원부터 연남동 중국집 매화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아우르며, 2001년 매화에서 분가하여 이화원이란 상호를 달고 연희동에 오픈했다. 딤섬은 사진이 있어 주문이 편하다. 일품 요리로는 도미요리와 동파육, 깐풍기를 추천한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13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334-1888
복합문화공간 카페 도피성은 골목 안쪽에 위치한 연희동의 새 손님이다. 올 여름 오픈해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유와 운치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그에 어울리는 편안한 음식이 특징인데 독특한 분위기의 지하공간과, 기존 주택마당을 그대로 살린 테라스, 조용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룸들, 각각의 공간에 개성이 넘친다. 지하 룸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문학모임 등이 소소히 이루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먹거리로는 브런치(1만2000원), 리코타치즈샐러드(9500원), 브로큰브레드토스트(5500원) 등과 롤케이크와 밀푀유 등의 디저트류가 있다. 음료로는 도피성라떼(5500원)와 도피성더블샷(5500원)을 추천한다. 브로큰브레드토스트는 한입에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진 빵에 계란을 입혀 토스팅한 메뉴로 독특하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45-21 영업시간 11:00~22:00 / 브런치 11:30~16:00 1만2000원 문의 070-4222-6354
콩국수로 유명한 두부요리 전문점 선은가는 연희동에 가면 꼭 들르는 집 중 하나다. 8000원짜리 순두부보리밥이 가장 만만한 메뉴인데, 야들야들하고 순하디 순한 순두부와 된장찌개, 보리밥, 각종 나물반찬이 한가득 차려진다. 요즘 들어 즐겨 먹는 메뉴는 두부비프까스(8000원)인데 삼각형 밥과 샐러드, 그리고 주인공인 함박스테이크 모양의 두부비프까스가 한 접시에 올려져 있다. 두부와 소고기를 잘 다져 빚은 스테이크는 언뜻 고기맛이 나는 것 같은 혼동을 일으킨다. 브레이크타임이 없어 어중간한 오후 시간에 들러도 언제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입구엔 언제나 콩비지를 가지고 가게 놓아 둔 인심 역시 구수하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14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325-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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