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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일대의 거리. ‘젊은이들의 성지’라는 문장은 이곳에서 느끼는 ‘정감’을 전부 포함시키지 못한다. 모르고 지나는, 찾아가면 비로소 알게되는 동네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이대역과 대흥역, 공덕역까지 크게 원을 그려보면 나타나는 ‘염리동’은 자못 울림이 있다. 오랜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새로운 색을 입힌 ‘소금길’을 햇빛이 비추는 날에 찾았다. 1시간 남짓, 골목 골목을 거닐자 어렴풋이 새하얀 소금에서 맡을 수 있는 짭짜름한 향이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다.
▶봄날의 따뜻함 같은 동네
기대감을 낮추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블로그나 인터넷에서 보는 염리동에 환상을 갖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특별한 명물이나 핫 스폿 없이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가보길 바라고, 기사를 써가며 이야기하는 이유는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은 염리동을 온전하게 즐겨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소금과 힐링을 테마로 한 알록달록 벽화와 더불어 노란색 일대로 꾸며놓은 ‘소금길’은 염리동의 필수 코스. 옛날 소금길을 거닐었던 장사꾼들의 코스를 그대로 살려, 바닥에 길게 그려진 노란색 점을 따라(이차선 표시가 아니다) 동네의 골목골목 정취를 따라가볼 수 있다. 소금길은 염리동 내 전봇대에 1번부터 69번까지 순서를 매겨 A와 B코스로 나뉜다. 이대역에서 가까운 B코스와 공덕역에서 가까운 A코스 중 어떤 순서로 구경을 하던 크게 상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B코스를 추천해본다. 발품 팔며 (오르내리막) 마을의 전경을 살핀 뒤, 천천히 그 안의 골목을 속속들이 훑어보는 것이 ‘구경 참 잘 했다’는 느낌이 와 닿기 때문이다.
이대역 5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46번 전봇대 너머의 오르막길이 B코스의 출발점을 알린다. 끝없는 계단에 한숨부터 나오지만 본격적으로 동네 탐방의 도전장을 던졌다. 소금길은 골목길을 걸으며 구간마다 길의 특성에 맞게 전문트레이너가 개발한 운동 포인트가 있는데, 어떤 계단에는 한 칸 오를 때마다 수명이 4초씩 늘어난다고 한다(이날 에디터는 총 163분의 수명이 연장됐다). 계단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생활형 운동 시그널을 보며 기구 운동을 따라 해봤다. 출발한 지 20분, 조금 숨이 가빠질 때쯤 흘린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염산교회를 지나는 길은 염리동의 가장 높은 곳이었나 보다.
▶사람들이 어울러 살아가는 곳
염리동은 골목골목에 벽화와 노란색 전봇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좁은 골목길을 1.7km 소금길로 전환, 운동 공간이나 소금 지킴이집, 24시간 초소기능의 소금나루, 담벼락 보수, 운동·커뮤니티 공간 등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했다. 지난 2013년 CPTED 범죄예방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차원)에 선정된 염리동은 위와 같은 노력을 통해 ‘열린 마을’이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왔다.
노란색 대문이 한눈에 띄고, 비상벨이나 IP카메라로 이웃의 위험을 돕는 시스템을 마련해, 어두운 시간이나 처음 찾은 염리동의 골목을 다니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배려한 디자인들. 사실 범죄율이 높고, 디자인을 통해 안전을 기했다는 이런저런 얘기 등을 모두 뒤로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염리동은 그저 고향 같이 오랫동안 살아오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최근 마포구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유입과 한층 밝아진 마을 분위기는 한층 반갑게 느껴진다.
마치 쌀가게 같지만 알고 보면 음식점인 ‘언뜻가게’나, 여행전문서적을 모아놓은 서점 ‘일단멈춤’, 술 한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공간 ‘퇴근길 책 한잔’, 염리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마을기업인 ‘솔트카페’와 ‘소금나루’까지 남녀노소 관계 없이 모두가 이용한다. 공덕역 부군의 문화 벼룩시장 ‘늘장’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재개발 소식이 들려오며 이 모든 것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지만, 연남동 일대를 더불어 염리동 역시 지역주민들과 젊은 세대의 힘을 통해 변화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다.
▶동네 속 숨은 보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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