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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전시는 그 주제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진을 미술의 모티브로 삼는 작가는 많다. 조덕현 작가는 흑백 사진을 캔버스에 그대로, 또는 주인공의 얼굴을 바꿔 그려내는 독특한 화풍의 작가다. 섬세한 터치에 발군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의 작품이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올려진다.
조덕현 작가는 어떤 면에서 정밀화 작가이자 공상미술가다. 그를 공상미술가라고 불러보는 것은, 사진의 주인공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리는 작업도 심심치 않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대극 최고의 미녀이자 출중한 연기자로 인정받은 최은희, ‘한국의 리즈 테일러’로 불린 김지미, 1950년대에 혜성같이 등장,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유행을 이끌었던 양미희 등의 전성기 얼굴을 할리우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에 표현한 것 등이 그런 경우다. 최은희, 김지미, 양미희 등 대표 미녀 배우들의 전성기 때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조덕현의 작품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그녀들을 모르는 세대라 하더라도 작품 자체의 높은 밀도는 심장을 쿵쿵 뛰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덕현은 이렇듯 오래된 흑백 사진을 캔버스에 섬세하게 옮겨 그리며 삶의 시간과 의미를 묻는 회화 작업과, 그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설치작업, 상상에서 비롯된 설정을 통해 흘러간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묻는 작업을 하는 독특한 작가이다. 그가 표현하는 회화와 설치미술과 발굴 작업은 표면상 다른 분야 같지만 사실은 서로 교차되고 있을 뿐, 결국은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시를 기획한 현대미술관의 설명이다. 조덕현 작가의 작업은 일반 미술 작업과는 다른 독특한 과정을 거친다. 일단 작품을 하나의 예술 행위가 아닌 ‘프로젝트’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주제를 정하고 –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 영화, 문학, 고고학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또 다른 견해를 듣거나 협업 과정을 거치는’ 게 그것이다. 요즘 문화계에서 가장 크고 흔한 화두로 거론되곤 하는 ‘아카이빙과 리서치’의 모범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객은 ‘님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전시장에 들어가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부모님의 결혼사진을 연상시키는) 혼례 사진 앞에서, 할리우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배경으로 등장한 비비안 리, 김지미, 최은희, 양미희의 살아있는 표정을 보며 ‘우와!’ 감탄하고 감동하는 한편, 작가가 이 한 장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색했을 ‘관련 분야’를 상상해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조덕현 작가의 또 하나의 중요한 작품 세계인 ‘설치 작품’도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작곡가고 윤이상을 모셔왔다. 작가의 새 프로젝트이기도 한 ‘음의 정원’은 윤이상의 음악과 시각적 요소들이 각각 어떤 독창성을 갖고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 것인지를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에 영감을 주었다는 윤이상의 육필 악보 사본, 그리고 윤이상의 고향이자, 예술적 스승이자, 끝내 돌아가지 못한 그리운 마을 통영의 바닷가에서 수집한 정체불명의 오브제들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 전시회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설치 작품인 24m 길이의 ‘수중(운하) 발굴 오브제’(작가가 2003년에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컴시에서 소개한 작품)도 놓치지 말아야 할 그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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