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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덩어리' 캐나다. 가을과 겨울을 사랑하는 이에게 특히 그렇다. 우선 가을. 국기 자체를 아예 새빨간 나뭇잎(Maple leaf)으로 만들 정도니 말 다했다. 다음 겨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나라답게 북극과 가까운 동토지역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시사철 겨울이란 얘기다. 또 세계 제1의 슬로프라 불리는 휘슬러에서는 6~7월까지 스키 활강이 가능하다. 로키산맥이 주는 선물이라고 할까. 이 때문에 겨울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 바로 캐나다다.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해돋이 대신 '겨울 레포츠의 천국' 캐나다를 찾았다.
캐나다 서부의,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밴쿠버가 그 출발점.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한낮 온도는 영하 3도. 오히려 서울이 더 추웠다. 그래서일까. 반팔 차림으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런닝맨'들이다. 물론 구스다운이나 양모 코트로 중무장한 이들이 대부분. 그래도 그 런닝맨들과 같이 뛰고 싶은 충동이 일 만큼 밴쿠버의 황금 햇살은 따사로웠다.
본격적으로 '겨울왕국'에 가기 위해 나섰다. 최종 목적지는 스쿼미시.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전 세계 꼭 방문해야 할 52개 도시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스쿼미시까지는 힘 좋은 사륜구동 차가 제격. 언제 눈이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리쬐던 햇살은 스쿼미시에 다가갈수록 사그라지다 금세 눈보라로 바뀌었다. 실로 눈 깜짝 할 새였다.
운전대를 잡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관광청 직원 미카는 "이제야 운전하는 맛이 난다"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사실 밴쿠버에서 스쿼미시까지 가는 99번 도로는 날씨와 상관없이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 이름에서부터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바다에서 하늘로(Sea to sky)'. 이름처럼 검푸른 태평양이 마치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듯 보인다. 흩날리는 눈송이는 떠가는 구름 같다. 실로 천국이다.
40여 분을 달린 끝에 시 투 스카이 곤돌라에 도착했다. 날이 다시 갰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눈이 온 뒤라 그런지 온 천지가 새하얗다. 곤돌라로 오르는 내내 보이는 것은 곳곳에 핀 눈꽃송이뿐이다. 간혹 그 사이로 하이킹을 하는 이들이 손을 흔든다.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하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거대한 설산이 기다리고 있다. 흰 눈에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든다. 그동안 내린 눈이 쌓이고 쌓여 어른의 가슴까지 오는 곳도 있다. 아이젠과 스노슈즈 없이는 발을 내딛기가 두렵다. 스노슈즈를 신고 바다 한가운데 뛰어들듯 눈으로 향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설인이 돼 가는 느낌이다. 가이드가 땅을 보지 말고 시선을 멀리 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또 이런 설경을 볼 수 있겠느냐며 말이다. 역시나 땅을 보고 왔던 것을 후회했다. 이제라도 고개를 든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눈, 그리고 소나무의 조화는 이곳이 진정 '겨울왕국'임을 인증했다.
한참 만에 걸음을 멈췄다.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나갔다.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듯 돌출된 전망대 끝에 서니 알 켈리(R. Kelly)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가 떠올랐다. 마치 여기 서있는 것만으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흰 눈과 함께라면 푸른 하늘 위를 날 수도 있겠다는 상상마저 하게 하는 절경이었다.
한 연인이 전망대에서 사랑을 속삭이듯 얼굴을 마주했다. 나 도 사랑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리고 흰 눈. 로맨틱 공식의 정답이었다.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꼬마 눈사람을 만들고 가슴에 이니셜을 새겼다. 또 속으로 되뇌었다. 꼭 다시 오리라고.
■ 스쿼미시 여행 즐기는 Tip
1. 가는 법 = 인천에서 스쿼미시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캐나다 서부의 관문인 밴쿠버까지 에어캐나다를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운항 중이다. 밴쿠버에서는 차를 렌트해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2. 묵을 곳 = 밴쿠버에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스 호텔 밴쿠버가 있다.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브랜드답게 호텔 직원들의 친절함은 놀랍다. 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밴쿠버 시내투어를 하기에 최적의 위치인 것은 덤이다. (604)689-9333. 스쿼미시에는 리조트가 다수 모여 있다. 선울프 리조트는 마치 시계를 원시시대쯤으로 돌린 듯 설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캐나다 현지 식사와 함께 오두막이 인상적이다. (604)898-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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