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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들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 중에서도 `스니커즈`에 가까운 것들이 있다. 삼선(三線)으로 유명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 같은 라이프스타일화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우리가 일반 패션 브랜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운동화 스타일의 신발들은 대부분이 기능성보다는 발의 편함과 패션성을 강조한 스니커즈들이다. 스니커즈 자체가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sneaker`에서 유래됐고, 바닥이 고무 밑창으로 돼 있어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된 것이라 사실 같은 말이지만 내포된 의미는 약간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스니커즈가 대세다. 패션을 좀 안다고 하는 여성의 `킬힐`이나 남성들이 신사의 정석으로 꼽던 레이스업 슈즈 대신 `편한 신발`이 패션 시장을 깊숙하게 파고든 것이다. 편한 신발은 패셔너블하지 않다는 공식도 깨졌다.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이자벨마랑이 내놓은 킬힐 스니커즈가 열풍을 일으켰고, 마치 몇 년은 신은 것 같은 해진 느낌의 스니커즈만을 내놓은 골든구스 등 브랜드의 인기 고공 행진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브랜드의 스니커즈는 통상 운동화의 가격대를 벗어난 수십만~수백만 원을 호가하지만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아디다스가 미국 유명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녜이 웨스트와의 협업으로 내놓은 `이지부스트`는 30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번호표를 받아 줄을 서가며 산 사람들이 이를 수백만 원에 되팔고 있음에도 수요가 여전히 있을 정도로 난리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패셔너블한 스니커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입증한다.
올봄에도 스니커즈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불황에 지나치게 `드레스업`하는 화려한 느낌의 패션보다는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의 놈코어(Normcore)룩이 이번 시즌에도 유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스포츠 브랜드, 일반 패션 브랜드, 명품 브랜드를 막론하고 예전보다 더 스니커즈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아디다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확고하게 알린 스텔라 매카트니는 아디다스에서 내놓는 제품과 달리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에선 `킬힐 스니커즈`를 전면에 내세운다. 올해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나온 `엘리스(Elyse)`는 7.5㎝의 굽이 탑재된 플랫폼 스타일로 하이힐을 신은 듯한 길고 늘씬한 옷맵시를 연출해주면서도 킬힐이라 불리는 스틸레토 힐보다는 상대적으로 편해 사랑받는다. 159만원이라는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1월이 채 끝나기도 전 이번 시즌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40·50대 중장년 남성이 멋스럽게 신을 수 있는 중후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스니커즈도 인기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남성 캐시미어 의류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자신들이 주력으로 내놓는 의류 제품에 멋지게 코디가 가능한 다양한 스니커즈를 내놨다. 촘촘한 비즈 장식, 퀼팅 자수 등을 스니커즈에 적용하는 한편 다양한 텍스처의 원단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발이 편하지만 클래식한 느낌을 줘 비즈니스 캐주얼 혹은 세미정장에도 매치가 가능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스니커즈는 99만~119만원이다.
알렉산더 매퀸의 대표 제품인 `오버사이즈드 스니커즈(oversized sneakers)`는 매 시즌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용의 경우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로 선보이며, 고급스러운 소가죽을 사용해 감각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여성용은 화이트, 글리터, 메탈릭 그레이 등 좀 더 다양한 색상으로 선보인다.
과장된 사이즈의 고무 바닥이 브랜드 특유의 감성을 돋보이게 하며, 뒤축에 각인된 금장 로고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남성용 89만원, 여성용 99만원.
이외에도 이번 시즌 엠포리오 아르마니, 마르니 등 유명 브랜드의 런웨이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스니커즈를 엿볼 수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메시 소재를 사용한 발목 높이의 스니커즈를 여성스러운 A라인 스커트와 함께 매치해 산뜻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마르니는 복고 느낌의 리조트 컬렉션을 통해 강렬한 컬러블록이 눈에 띄는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마케팅 담당 허윤선 대리는 "남성 고객들의 스니커즈 구매 비율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치마나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여성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많아지면서 여성 고객들의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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