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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절이란 ‘페이스북 친구와의 절교’를 말한다.
요즘 페이스북 사용자 가운데 자신의 페절 작업 사실을 공고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부쩍 많이 들려온다.
그 이유들을 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의 중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일들도 많다. 나 또한 페절의 대상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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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해왔다는 보도와 부패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그것 밖에 되지 않냐는 실망은 절망과 분노의 행동으로 변했다.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이것 밖에 되지 않아?’ 싶어서 페절해 버리거나 페절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사람은 대대적 페절 사실을 알리기도 하는데, 가장 많은 이유가 ‘자기 목소리가 없어서’이다.
허구한 날 신문기사, 방송기사, 남의 포스트를 옮겨대는 사람들이 그 유형에 해당된다.
옮기더라도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의 코멘트라도 있다면 감히 페절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페이스북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아주 사소한 인연만으로도 연결시키지 못해 안달인 플랫폼이다. 하지만 소통의 대상은 개인이 선택하도록 해 누구나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수다 떨고 토론하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페친의 글 혹은 어쩌다 페친이 던져주는 화두를 원한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 나의 많은 페친들과 친구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페친으로 받아들였는데, 대화는 없고 남의 글이나 던져댄다면,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폐절의 두 번째 대상은 자랑쟁이들이다.
쇼핑, 자동차, 호화여행 등 자신의 재력과 취향을 남들에게 알리지 못해 안절부절인 사람들이다.
자랑은 하고 싶지만 대놓고는 하지 못하고 슬쩍 비추기만 하는 페친은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다. 자랑에 악의는 없으니 어쩌다 ‘제가 오늘은 자랑질 좀 하겠습니다’라며 ‘기쁨을 함께 해달라’는 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별것도 아닌 일을 자랑의 소재로 삼는 사람의 포스트는 그것을 보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자신의 장사를 홍보하는 것도 때로는 페절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친구 신청이 왔을 때 프로필을 확인해 보면 카페 사장, 농장 사모님의 남편, 영업사원 등인 경우도 많다.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포스트를 확인해보는 것은 필수다.
홍보글이 많은지, 일상과 관련된 글이 대부분인지 말이다. 세 번째 대상은 상업 블로거들이다. 혹은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런 사람들이다.
이 역시 일상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쩌다 홍보성 기사를 링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빈도가 잦아지면 잘라야 하나? 갈등하게 되어있다. 

요즘처럼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시끄러운 상황에서는 정치 노선, 국가의 방향에 대한 인식, 국가가 관련된 특정 사건들에 대한 해석을 놓고 페절은 물론 단순한 페친이 아닌 원래 친구였던 사이에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즉각적인 반응과 논쟁 끝에 페절을 하기도 한다. 국가 안보, 경제 위기, 극렬분자 등의 공격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즈음 다시 이 사회의 인문학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문학 기반이 없는 한 SNS의 미래 역시 추잡한 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동안 책, 강연, 팟캐스트 등을 통해 숱한 강좌가 펼쳐졌는데, 여전히 SNS에는 각종 걸러지지 않은 콘텐츠와 화두들이 많다.
이 또한 페절의 첫 번째 이유와 맥을 함께 한다. 책, 강연, 팟캐스트 모두 금과옥조,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들이지만,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NS에서 이웃, 친구의 관계가 인생의 절대적인 구조는 아니다.
그러나 페절을 당한다는 것은 관계에서 실패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내 목소리’, ‘내 논리’, ‘내 이야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오직 ‘나만의 인문학’ 뿐이다. 책 몇 권 읽었다고, 강연장 순례한다고, 팟캐스트 열혈팬이라고 저절로 세상을 알게되는 것은 아니다. 

‘내 것이 아니면 다 남의 것이다.’ 

[사진 pixabay] 

 

이영근 IT라이프스타일 기고가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11.17기사입력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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