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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노마’는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한 끼에 4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건 이상의 예약이 쇄도한다.
연간 식사 가능한 좌석이 2만석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50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노마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유럽의 자연에서 직접 얻은 제철 식재료,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독창적인 레시피, 재료 고유의 맛과 형태를 고스란히 살린 조리법 등은 ‘최고의 한 끼’를 찾아 헤매는 전 세계 미식가들을 코펜하겐으로 불러들인다. 

최고의 한 끼를 추구하는 곳이 바다 건너 덴마크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1월 7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표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맛집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 중 하나인 미쉐린 가이드의 발간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눈이 한국으로 쏠렸다.
외식업계는 벌써부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미식 투어나 스타 셰프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방문하는 여행객이 있을 정도로 외식업계에 미치는 미쉐린 가이드의 영향력이 상상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는 그동안 개성 있고 뛰어난 요리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레스토랑 24곳이 별을 받았다.
대체로 “받을 만한 곳이 받았다”는 평가 속에서 의외의 약진이 돋보이는 식당도 눈에 띄었다.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3만~4만원에 즐길 수 있는 식당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미쉐린코리아 측이 밝힌 단 하나의 선정 기준은 ‘음식의 맛’이었다. ‘별들의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미식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식당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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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맛 살려낸 한식당 강세 

▷한식 외면한 특급호텔 부진 

대세는 한식이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평가에서는 서울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셰프 김성일)’과 광주요가 운영하는 한식당 ‘가온(셰프 김병진)’이 최고 수준의 맛을 의미하는 별 세 개를 받은 것을 비롯해 전체의 절반 이상(13곳)을 한식당이 차지했다.
 
노마가 북유럽 감성을 요리에 그대로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미쉐린 투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것처럼 전통적인 한식의 맛을 잘 살려낸 식당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 레스토랑의 부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호텔 레스토랑은 파인다이닝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으나, 별을 획득한 식당이 세 곳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서울시내 특급호텔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이 4군데에 불과할 정도로 한식은 호텔로부터 홀대받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재료와 복잡한 조리 방식이 요구되는 한식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쉐린코리아 측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한식을 높이 평가했고 게장이나 사찰음식 등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밝힌 이번 평가에서 한식에 소홀했던 특급호텔이 대거 물먹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서울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호텔 레스토랑 가운데 유일하게 별 세 개를 받아 자존심을 지켰다. 

라연은 가장 한식다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28년 경력의 김성일 셰프는 궁중음식부터 반가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한식의 전통과 정통을 새롭게 구현해냈다.
시그니처 메뉴는 신선로와 한우 숯불 등심구이. 대표적인 궁중음식인 신선로는 각종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은은하고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특히 외국인 고객에게는 신선로 특유의 기물이 한국의 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우의 경우 황토와 백반석, 숯으로 특별 제작한 숙성고를 통해 최상급 육류의 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라연은 호텔 한식당만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인프라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7명 안팎으로 구성된 식재료 TF팀은 일 년 내내 전국을 돌며 제철, 제산지에서 나는 최고의 재료를 찾는다.
서빙을 담당하는 홀 매니저는 특급호텔의 까다로운 선발 과정과 오랜 교육을 거친 전담 직원들로 구성된다.
지난해 광산 김씨 설월당 종가와 손잡고 진행한 ‘전통 종가음식 프로모션’은 라연이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500년 역사의 조리서 ‘수운잡방’에 나오는 삼색어아탕, 전계아 등 종가음식을 현대적인 조리기법으로 재창조해 한식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적인 문화 담아낸 식당 호평 

▷식재료·인테리어·식기까지 신경 써 

명품 도자업체 광주요는 한식당 가온(3스타)과 비채나(1스타) 두 곳을 스타 레스토랑 명단에 올리면서 일약 외식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라연과 함께 별 세 개를 받은 가온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홀 없이 독립된 룸 5개로 구성된 실내 구조는 마치 민속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각양각색의 도자기가 눈에 들어온다.
광주요에서 만든 고급 식기들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단원 김홍도가 그린 정조의 수원행차도가 벽면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전통 식문화가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가온에서의 한 끼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식사를 시작하면,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담백한 맛에 다시 한 번 반하게 된다.
가온의 기본적인 모티프는 궁중음식이다. 오로지 왕 한 사람만을 위해 대접하던 음식과 정성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김병진 총괄셰프는 이를 ‘약식동원’이라고 설명한다.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가온의 다양한 메뉴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바로 ‘밥’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온은 그날 사용할 분량만큼의 쌀을 당일에 직접 도정해 사용할 정도로 쌀에 많은 신경을 쓴다. 

특이하게도 가온은 점심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저녁식사만 가능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 과정과 긴 조리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다.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2스타를 받은 ‘곳간’은 한식 요리 연구가인 이종국 선생의 철학이 담긴 한정식 전문점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우선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전경련회관 50층에 위치한 이점을 최대한 살려 모든 공간을 전면 창으로 구성했기 때문. 여의도의 파노라마 전경을 즐기면서 식사를 하다 보면 ‘구름 위의 잔치(需雲)’라는 콘셉트가 그야말로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식당 디자인을 맡은 최시영 건축가는 여백의 공간에 한국의 전통 소품과 민화, 각종 소반들을 배치해 고급스러움과 전통을 함께 살렸다. 

음식에는 소박하고 원초적인 한식의 맛을 추구하는 이종국 선생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모든 코스요리는 갈비찜 등 한식의 대표적인 음식들로 구성된다.
특히 발효와 숙성의 맛이 살아 있는 다양한 채집요리가 강점이다.
고정된 메뉴가 아니라 셰프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전국 향토시장을 직접 발로 뛰며 제철 식재료와 지방색이 담긴 조리법을 발굴한다는 게 특징이다. 

▶하모·진진 등 가성비 식당 적잖아 

▷3만~4만원대 저렴한 가격 눈길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스타 레스토랑은 대부분 1인당 식사비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싸고 맛있는’ 곳들이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는 ‘나와는 거리가 먼’ 식당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3만~4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진주 향토음식 전문점 ‘하모’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1스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소고기 육회를 얹은 ‘진주비빔밥(1만2000원)’과 당면 없이 나물로 만드는 ‘조선잡채(3만원)’다.
박경주 대표는 진주 향토음식에 대한 비빔밥연구소를 차려 1년간 연구 끝에 고유의 레시피를 완성할 만큼 진주 향토음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진주에 내려가 전통시장을 돌면서 진주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할 정도.
특히 하모는 그동안 웬만한 국내 맛집 가이드에도 소개가 되지 않을 만큼 유명세를 타지 않았던 ‘숨은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미식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1스타를 받은 ‘큰기와집(종로 북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는 ‘간장게장(4만원)’과 ‘꽃게장비빔밥(3만원)’ ‘장어구이(3만원)’가 대표메뉴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 게장이 외국인 평가단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게 의외라는 반응이다.
실제 큰기와집은 평가단이 선정 여부를 놓고 가장 많이 고심한 식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두세 번 방문 이후에 결정하는 것과 달리 큰기와집에는 다섯 번 넘게 평가단이 방문했을 정도.
300년 대물림된 장맛은 큰기와집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한영용 대표는 청주 한씨의 300년 대물림된 장맛을 계승한 모친 남궁해월 씨의 솜씨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효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장맛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2014년 초 오픈과 동시에 서교동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왕육성 셰프의 ‘진진’도 뛰어난 가성비로 유명한 중식당이다.
왕육성 셰프가 10년간 호흡을 맞춘 황진선 셰프와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벌써 3호점까지 문을 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진 새우를 식빵에 넣어 튀겨내는 멘보샤(1만2000원)를 비롯해 오향냉채, 대게살볶음, 팔보채, 카이란소고기볶음 등 대부분의 메뉴 가격이 1만~2만원대로 이뤄져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라 “어떤 메뉴를 먹어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맛 또한 훌륭하다는 게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 일반 중식당으로는 유일하게 1스타를 받으며 이름값을 입증했다. 

유일한 1스타 일식당은 어디? 

▷박경재 셰프의 코지마, 오마카세 코스 ‘35만원’ 

이번 미쉐린 가이드 평가에서 유일하게 별을 받은 일식당이 있다. 청담동 분더샵 6층에 위치한 스시(초밥) 전문점 ‘코지마’가 그 주인공. 

코지마는 국내 내로라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스시(초밥)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유명세를 떨쳐온 식당이다.
맛도 맛이지만 일본 긴자도 울고 갈 정도로 비싼 가격으로도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메뉴는 오마카세 코스(주방장 추천 메뉴) 단 한 가지.
점심 18만원, 저녁 35만원이라는, 일본 긴자의 최고급 스시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격을 자랑한다.
단 1%의 차이에도 몇 배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코지마를 운영하는 박경재 오너셰프는 국내 스시 역사가 시작된 신라호텔 아리아케 출신이다.
일본 최고의 스시 명가 기요다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모리타 셰프에게 일본식 정통 초밥의 기술을 전수받았다.
정통 에도마에(도쿄식) 스시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셰프로 알려졌다. 코지마 역시 ‘한국의 기요다’를 표방한다. 

비싼 가격만큼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에 있어서는 나무랄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료가 생명인 일식에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일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식재료만을 엄선해 들여온다.
특히 대표 메뉴인 사바 보우스시(고등어 봉초밥)는 ‘좋은 고등어는 모두 코지마에 잡힌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제철이 아닌 시기에도 최상급의 고등어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스시집에서 흔히 나오는 우동, 소바와 같은 식사류가 없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손님이 오로지 스시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심지어는 자왕무시(계란찜)나 미소시루(된장국)조차도 없을 정도다. 

코지마를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몇 가지 독특한 설정에 당황할 수 있다. 우선 코지마에는 별도의 접시가 없다.
 
대신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500년된 히노키(편백나무) 다이에 직접 초밥을 올려준다.
또 식당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SNS를 통한 홍보가 필수가 된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식당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손님이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박경재 셰프의 철학 때문이다. 

 

류지민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11.21기사입력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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