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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견기업 이사로 승진한 남철민 씨(51)는 승진 축하를 위해 가진 술자리에서 잦은 소변 욕구로 홍역을 치렀다. 화장실을 수차례 들락거렸고 다녀와서도 잔뇨감 때문에 또다시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소변 줄기가 부쩍 가늘어진 것을 느낀 남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비뇨기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전립선 비대증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화로 우리나라 남성의 전립선 질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한 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를 받는 남성은 76만7800명(2010년 기준)으로 최근 5년 사이 67%나 증가했다. 진료를 받은 남성을 연령별로 보면 50대 23.3%, 60대 34%, 70세 이상 33.2%로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전립선 비대증은 30대까지는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40대부터 점차 발생(약 8.4%)하기 시작해 50대 이상에서 정점에 달하는 가장 흔한 남성질환 중 하나다.
이민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은 "전립선 비대증은 신속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합병증으로 요로감염, 혈뇨, 급성요폐(요도가 막히는 증상), 방광결석, 신장기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립선 비대증은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전립선암의 증상이 전립선 비대증과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정문기 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부산대 의대 교수)은 "전립선암이 진행되면 빈뇨, 야뇨, 혈뇨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전립선 비대증 증상과 비슷해 분별하기 힘들다"며 정기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은 조기 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전립선 2.5㎝, 20ｇ으로 밤알 크기
전립선(前立腺ㆍprostate)은 `하복부의 앞 부분에 서 있는 분비샘`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로 `Pro(앞)`-`state(서다)`란 말을 그대로 한문으로 바꾸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됐다. 쉽게 말해 전립선은 방광 아래 밤알을 뒤집어 놓은 형태의 남성생식기이다.
전립선은 출생한 직후에는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작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조금씩 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지름 2.5㎝, 무게 20ｇ으로 방광과 요도가 연결되는 부위(방광경부)의 요도를 감싸고 있다. 전립선은 남성 정액의 일부(사정액의 20%)를 만들고 여기에 들어 있는 물질이 정자의 움직임을 도와 임신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립선 비대증은 요도 주변의 전립선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요도를 눌러서 생기는 질환이다. 요도가 눌리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약해지고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아 아랫배에 힘을 주기도 한다. 또 소변을 봐도 잔뇨감이 있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이 심해진다. 우리 몸은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그 결과 노폐물인 소변도 증가하게 된다. 증가된 소변량은 방광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소변 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이런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방광이 과민해져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게 되는 빈뇨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깨어나야만 하는 야간뇨 △일단 소변을 보고 싶은 기분이 들면 참기 힘든 절박뇨 △소변을 볼 때 뜸을 들여야 소변이 나오는 지연뇨 △소변의 흐름이 자주 끊기는 단절뇨 등이 나타난다.
박경서 현대유비스병원 비뇨기과 과장은 "보통 성인이 하루 소변을 보는 정상 횟수는 4~7회"라며 "하지만 횟수가 8회 이상으로 지나치게 잦거나 소변 볼 때 불편함을 겪고 있는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겨울철 감기약 먹으면 증상 더 악화
전립선 비대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노화와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발병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1차적으로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나오는 길이 좁아진다. 이에 따라 배뇨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소변이 가늘어지는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요실금, 요로감염, 급성요폐와 만성 방광기능부전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만성 신기능부전에 의한 요독증 등 다른 합병증으로 번져 몸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박재영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빈뇨, 잔뇨감 등의 배뇨장애가 지속되면 다른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에 신속히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며 "전립선 비대증을 조기에 치료하면 고통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배뇨장애를 느끼고 있는 사람은 복합적인 치료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이나 추운 날씨로 인해 급성요폐가 일어나는 일도 잦다.
박재영 교수는 "계절적ㆍ환경적 요인 이외에 일반 감기약에 의해서도 급성요폐가 일어날 수 있다"며 "감기약 중 코막힘 증상 등에 사용하는 에페드린계 약이나 항히스타민 약제는 요도의 괄약근을 조이거나 배뇨근 수축력에 영향을 줘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배뇨장애를 일으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감기약을 처방받을 때 반드시 자신이 배뇨장애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40대 넘으면 비뇨기과 전문검진 필요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두고 보기`, 약물치료, 전통적 수술치료, 덜 침습적인 치료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두고 보기`는 경미한 증상을 가진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서 대개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전립선에 대한 검진을 하면서 약물이나 수술치료가 필요한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전립선 근육의 긴장도를 낮춰주는 약물(알파차단제),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이 주로 사용된다. 수술치료는 요도내시경을 이용한 `경요도전립선 절제술`, 하복부 절개를 통한 `전립선절제술` 등의 `전통적 수술`과 레이저나 열로 치료하는 `덜 침습적인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자세와 식습관이 중요하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노화로 발생하는 전립선 비대증은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렵지만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게 되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면 전립선을 압박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립선에 좋은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콩류, 토마토, 호박, 시금치, 마늘 등이 전립선 비대증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주와 육식은 전립선 질환에 특히 해롭다고 알려진 만큼 절주와 채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잠들기 전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규칙적인 배뇨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뇨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일 자체를 부끄럽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 자신이 몸의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 당당하게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박경서 과장은 "전립선 비대증은 중년 남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이 중요하다"며 "4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배뇨장애가 없더라도 1년에 1회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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