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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 자신을 위한 분노 조절법` 주제의 기사가 나간 후, 좀더 구체적인 분노 조절의 팁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상시적인 분노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인가. 지난 기사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이 참는 방법’ 이었다며 아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직장에서 흔히, 정말 흔히! 일어나는 분노의 상황과 대처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P과장은 몇 날 며칠 공들여 기획서를 만들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제작단가를 맞추면서 내심 뿌듯했다. 마침 옆 부서에서도 비슷한 일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단가가 높아져 회사가 손해를 봐야하는 상황이기도 하여 이 정도 가격이면 무사통과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연히 안건은 통과되었지만 부서장의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팠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해서든 단가를 낮추세요. 가급적이면…”

옆 부서 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데, 잘 해왔다고 칭찬은 못할망정 이게 무슨 망언인가?! 일이 잘 통과된 것에 대한 후련함은 순간 사라지고, 자리에 돌아와 파일부터 팽개치는 P과장이다.

L과장과는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열두 번 씩 C대리를 욱하게 만든다. 뭘 보고하건 한참을 이것저것 묻고 따지고 캐려 든다. 답이 준비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보고를 하면 나중 결론은, “난 잘 모르겠어. 알아서 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건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L과장은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그냥 결정을 안 하는 것일뿐.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안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지난 번 그건 어떻게 돼가?”라고 묻는다. “과장님이 별 말씀 없으셔서 홀딩중인데요”라고 하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거나 난감해한다.

“그럼 이렇게 해볼까요?”라고 다른 제안을 해도 매한가지다. 늘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알아서 해”다. 어쩌라고!

“또 거기야?” “거긴 너무 못하잖아. 납기일도 못 맞추고.” “대체 왜 자꾸 거기가 되는 거야?” “거기 사장이 팀장님 옛날 후배래잖아.”

Y팀장은 사람 좋고 젠틀하고 그야말로 ‘다 좋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 똑같은 건이라도 기분 좋을 때 가져가면 농담을 섞어가며 잘 받아주지만, 뭔가 안 풀리는 상황인지 얼굴이 찌뿌둥할 때 가져가면 영락없이 한숨에 짜증에 “좀더 생각해보자”로 결론짓는다.

게다가 더 나쁜 건 걸핏하면 실력이 떨어지고 능력이 모자라도 자신과 가까운 곳과 일을 연결하려드는 것. 그렇게 해서 망친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다라는 것이 팀원들의 불만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분노란 친숙한 감정이다. 분노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다면 ‘욱하는 감정’이라고 바꿔 표현해도 좋다. 아침 출근길의 전철과 버스, 막히는 도로 위에서의 스트레스를 넘어 직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회사 문을 나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그보다 몇 배 이상 욱하는, 감정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의욕저하로 인한 업무부진, 퇴사 내지는 직장인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겪는 직접적인 분노의 상황은 대체로 상사와의 갈등이다. 가장 화가 나는 상황으로 꼽히는 경우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의욕을 꺾을 때’. 회사가 직원의 발전을 신경 쓰지 않고 강압적이거나 비생산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그에 맞춰야 할 때다. 또 경쟁 관계 등에 있는 특정 인물과의 갈등도 일정 비중을 차지한다.

직장 생활이건 일상 생활이건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참고 벗어나야 하는데, 그 한계수위를 왔다갔다 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할까?

 

한잔의 술에 기본안주는 ‘뒷담화’

가장 많은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참고 지난 뒤 한잔의 술로 마음 달래기’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이 방법이지만 술이 약한 사람도 가장 손쉽게 택하는 방법. 물론 술을 마시면서 다른 동료와 상사와 회사에 대한 뒷담화는 기본 안주. 사실은 술 자체보다는 술을 마시면서 입 밖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감정을 분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또 같은 직장인들끼리 해결하지 못하는 내용을 몇시간 씩 마주앉아 하소연하고 나면 그 다음은 허탈하고 씁쓸한 기분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분노의 메신저질

어이없는 내용으로 짜증을 내거나 말을 바꾸거나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사와 선배. 싸~한 분위기 속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타타타탁’ 빠른 박자로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면 그 소리는 메신저로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한 사무실 안이라면 그 정황을 모두 알기에 더 짜증스러운 반면 심경토로에는 더 용이하다. 사내가 아닌 친구 등 다른 관계라면 조금 답답하긴 해도 인간적인 위로를 받거나 앞의 ‘한잔 술’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그분 모시기

퇴근 시간 가까울 무렵이었다면, ‘한잔 술’을 마시기로 약속한 지역이 백화점이나 쇼핑몰 부근을 지나야 하는 곳이라면, 마침 인터넷쇼핑몰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을 보고만 있던 상황이라면 ‘그분을 모시’고 본다. 실제로 지르기는 순간적인 쾌감을 가져다준다.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게 됐을 때의 쾌감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이런 식으로 여자들은 가방이나 비싼 화장품 등을 장만하고 남자들은 카메라나 디지털용품 크게는 자동차까지 구입한다. 물론 뒷감당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제는 정말 때려칠 수 없게 된다. 더 참아야 한다. 고통의 도돌이표라고나 할까.

 

가장 뒤끝 없는 ‘일단 자고 보기’

직장생활 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효과적이며 뒤끝 없고 건강에나 금전적으로나 여러모로 효율적인 방식. 80% 이상의 높은 효과를 자랑하는 치유력. 다행히 퇴근 시간이나 금요일 오후에 벌어진 일이라면 바로 퇴근하여 주말 내내 자버리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휴게실이나 빈 회의실 등 가능한 공간을 찾아가고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신묘하게도 화가 나면 바로 잠이 쏟아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체질 중 하나인 Y대리는 단 10분 자리에서의 쪽잠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현명한 자들의 선택, 운동

연기자 차인표는 가끔 극중에서 분노의 운동 씬을 보이곤 한다. 다른 남자와 스캔들을 일으킨 약혼녀의 기사를 보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엄청 무거운 머신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던 장면은 드라마 `불꽃`의 명장면 중 하나. 운동을 통해 뇌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신체적 고지에 달했을 때 다른 물질로 전환되어 아편이나 마약처럼 작용하는 스포츠 하이(Sports-High) 효과가 있다. 하지만 차인표처럼 CEO가 아니라면 상사에게 깨지고 난 뒤 스포츠센터를 찾을 수는 없는 법.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가 걷는다.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에는 걷기만한 것이 없다. 

 

나를 위로하기

좀 더 소극적이지만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물론 견디기도 힘들 테지만. 조용히 나가서 창 큰 커피숍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다보면 어느 정도는 진정이 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먼저 찾게 되는데 금연빌딩이 대세인 요즘 바람 부는 골목길이나 지저분한 쓰레기통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보면 기분만 더 을씨년스러워지므로 가급적 커피숍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단 것 먹기도 좋은 방법이다. 단것은 기분을 좋게 하고 초콜릿에는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하는 성분이 들어있다. 술을 마시는 것도 물건을 지르는 것도 여기에 속하는 방법이다.

 

고수로 갈수록 마인드콘트롤

7년차 이상의 고수로 넘어갈수록 마인드콘트롤은 유연해진다. 초보자라면 ‘어쨌든 이 상황을 넘겨보자’라든가 ‘이 모두 지나가리라’ 등의 주문을 외운다. 내공이 쌓이면 저절로 정신과 육신이 분리되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무감각해진다. 그보다 더 고수가 되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상사가 하는 말이 다 맞고 ‘그래 이게 조직이고 회사지’라고 이해하게 된다.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다. 물론 싱크로율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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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2.02.24기사입력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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