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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사의 주력 스마트폰 크기는 4인치대였다. 3.5인치인 아이폰4S를 제외하곤 갤럭시S2·3(4.3·4.8인치), 옵티머스G(4.7인치), 베가레이서2(4.8인치) 등 4인치대가 주를 이뤘다. 5인치대는 기존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5인치 스마트폰의 역사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5인치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선보인 제조사는 삼성도, LG도 아닌 글로벌 PC 제조사 델이었다. 델은 지난 2010년 7월 스트릭(streak)이라는 5인치 크기의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다. 이어 팬택이 2011년 7월 국내 제조사 중 처음으로 5인치짜리 베가넘버5를 선보였고, 삼성도 같은 해 11월 5.5인치짜리 갤럭시노트1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는 스마트폰 태동기였고 LTE 같은 네트워크 환경이 발달하지 않아 큰 화면을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다. 게다가 5인치는 주머니에 들어가기에는 ‘우악스럽게’ 크게 느껴져 휴대성에 대한 의문도 꼬리를 물었다. 결국 스트릭은 누적 판매량 1만대, 베가넘버5는 10만대 수준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그나마 S펜 기능으로 차별화한 삼성의 갤럭시노트1이 국내에서 300만대, 세계에서 700만대 넘게 팔리며 선방했을 뿐이다.

“아이폰도 5인치대 개발에 참여해야”

이런 흐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대 시장을 활짝 열어젖힌 것은 갤럭시노트2였다. 삼성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갤럭시노트2는 출시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누적 판매량 700만대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5.5인치는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런 시장의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한 것. 5인치대에서 안정적인 시장 규모가 형성되자 최근 5인치대 스마트폰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팬택은 지난해 7월 베가S5(5인치), 9월 베가R3(5.3인치)에 이어 지난 1월 6인치급으로도 분류되는 베가넘버6(5.9인치)를 차례로 선보였다. LG도 지난해 3월 옵티머스뷰(5인치), 9월 옵티머스뷰2(5인치)에 이어 지난 2월 21일 옵티머스G프로(5.5인치)를 내놓았다. 이제 국내 제조사의 4인치대 전략폰은 지난해 9월 LG의 옵티머스G(4.7인치)를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홀로 4인치대 시장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 있다. 스마트폰 원조 제조사인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달랑(?) 4인치짜리 아이폰5를 내놓았을 뿐이다. 화면도 작은 데다 이렇다 할 혁신적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 아이폰5에 소비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4인치대 크기를 고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IT 전문 매체들은 “애플이 올해 안에 4.8인치 화면의 패블릿(휴대폰(phone)과 태블릿(tablet)을 합친 신조어)인 아이폰6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턴에지의 쇼 우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5인치대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탁자 위의 돈을 내버려두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폰5의 판매량 감소와 패블릿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자동차나 집, TV처럼 큰 것을 써보면 작은 것을 답답하게 느끼게 된다. 게임, 동영상 등 콘텐츠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5인치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